영화 ‘김정일리아’ 연출 낸시 하이킨 감독
“잔인한 北 현실 제대로 알리고 싶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찬양할 목적으로 이름 붙인 꽃인 '김정일리아'를 제목으로 선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를 연출해 지난 1월 미국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했던 낸시 하이킨 감독의 말이다. 김정일리아는 북한에서 '김정일화(花)'로 불린다. 김 위원장의 46회 생일을 기념해 다년생 베고니아에 붙인 이름이며, 꽃말은 평화·사랑·지혜·정의다.
하이킨 감독은 지난 22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곳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정치 선전과 영화와는 반대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특히 "강제수용소에서 잔인하게 처벌받는 북한의 현실을 세계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김정일리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김정일리아의 주제는 북한의 강제수용소 생활과 개인 숭배다. 그는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수만명의 북한 인민들이 정치적 재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강제수용소에서 고문과 기아, 질병 등에 시달리며 중노동을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단지 남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모든 가족들이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한 탈북자는 "14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맞았지만 나중에는 맞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가족을 몰살시킨 북한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고도 했다.
하이킨 감독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과 정권을 비난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은 북한 정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는 보통 북한 주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며 "앞으로 김정일리아의 후속작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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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2009년 10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