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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룩한 새터민에 '고수익' 미끼 목돈 꿀꺽
 관리자  | 2009·10·28 10:43 | HIT : 2,256 | VOTE : 348

 

 어수룩한 새터민에 '고수익' 미끼 목돈 꿀꺽 


 [탈북자 사기 피해 급증] 투자 사기 대부분은 불법 다단계업체 관련


 5명 중 1명꼴 당해 일반인보다 43배 많아… 거액 탈북비용 요구·고리대금 착취 브로커도

 

 최근 탈북자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농약을 마셨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A씨가 자살을 시도한 것은 '사기 피해' 때문이다. A씨는 탈북 후 막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모은 돈 4,000만원을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아 몽땅 날렸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상봉할 날만을 기다리며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피 같은' 돈이었다. A씨의 소식을 들은 탈북자들은 공분했다. 도대체가 남의 일 같지 않은 때문이다.

 

 남한사회 물정에 어두운 탈북자를 노린 전문 사기꾼들이 설치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수는 총 1만 5,000여 명. 이중 67% 이상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먹잇감은 바로 이 수도권 거주 탈북자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탈북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보다 43배나 높은 수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 또는 투자 관련 피해가 29%,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우가 26% 등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투자와 관련된 사기 피해 가운데 대부분이 주변 탈북자의 소개로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케이스다.

 

 지난해 말 자살한 이 모(57)씨도 '투자 사기'를 당해 비관 자살한 케이스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이씨는 4년 동안 모은 월급 3,000만원을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접근한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속아 날렸다.

 


 사기꾼들은 특히 어리숙해보이는 탈북 노인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지난 7월에 발생한 탈북자 집단 사기 피해 사건이 그 예다. 사기 전과 7범인 김 모 씨는 서울 구로동에 (주)IPSG사라는 불법 다단계회사를 설립, 탈북 노인 등을 상대로 불과 2개월 만에 22억 원을 뜯어냈다. 김 씨는 피라미드 수법을 잘 모르는 탈북자들에게 평생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유혹했다.

 

 이에 탈북자들이 또 다른 탈북자를 끌어들여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씨의 사기 행각에 휘말린 탈북자들은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이는 등 경제적 타격 못지않게 정신적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명의를 도용한 카드 사기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8년 탈북한 박 모씨는 식당을 운영하며 만난 한 손님의 권유로 카드를 만들었다가 명의를 도용당해 8,000만원이 넘는 피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박 씨는 졸지에 식당을 넘기고 빚쟁이 신세가 됐다.

 

 경찰은 탈북자들이 정착 단계에서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남한 생활에 적응한 탈북자들은 상대적으로 사기 피해가 적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탈북 브로커도 탈북자들에게 멍에와 같은 존재다. 브로커들은 탈북자의 국내 입국을 도와주며 탈북 비용으로 거액을 요구한다. 탈북자를 태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입국시킬 경우는 300만∼500만원, 중국에서 직접 입국시킬 때는 1,000만원 정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탈북자에게 채무각서를 받은 뒤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탈북자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탈북자들이 하나원을 출소하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초기 정착지원금 300만원을 싹 가져간다."고 말했다.

 

 브로커 중에는 '탈북 비용' 뿐 아니라 사기, 고리대금 착취 등 불법을 자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탈북여성은 브로커에게 약속한 '탈북 비용'을 갚지 못하자 강제로 스포츠마사지업소에 팔려가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서 탈북여성은 갚을수록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절망에 빠진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는 브로커가 단순 '탈북 도우미'가 아니라 악덕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같은 탈북자가 다른 탈북자를 사기 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스스로 탈북 브로커로 나서거나 탈북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경우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불법 다단계 사기사건의 가해자 중 상당수가 탈북자 출신으로 밝혀졌다.

 

 탈북자 A씨는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취업이 쉽지 않자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는 아예 하나원을 출소하자마자 곧바로 브로커 일에 뛰어들기도 한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실정에 대해 A씨는 너무 왜곡된 시선으로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경우는 없다. 그보다 남한사람들이 탈북자들이 등치는 바람에 어렵게 사는 탈북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사기 피해를 줄이는 예방법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북한인권시민연합 관계자는 "하나원에서 단순히 '남한에서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식으로 교육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명의를 관리하는 법이나 주민등록번호, 인감도장 조심 등 남한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탈북자 대상 법률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탈북자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법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잇단 탈북 사기 피해와 관련, 10년 넘게 무의탁 탈북자를 도와온 한 경찰관은 "연고도 지인도 없는 탈북자들이 큰 사기 피해를 당하면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이 좋아 스스로 찾아온 탈북자들을 우리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스포츠한국 www.sports.hankooki.com

 

 이태준 객원기자 sphong@sportshankook.co.kr

 

 200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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