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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고향친구 신대호에게2004/11/09
관리자


                                                                                                                              박  철  수

  우리가 헤어진지도 어언간 10년이 되어 오는구나! 그간 너와 너의 가족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배급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구나.

  내가 고향땅을 떠나 중국 출장 중에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대한민국에 온지도 어언간 8년이 넘었구나!
내가 대한민국으로 올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너도 잘 알겠지만 상급자의 죄를 아래 사람에게 들씌우려는 북한의 부당한 처벌 정책 때문이었다.

  처음 고향을 버리고 탈출을 결심했을 때는 많은 것을 망설였고 두렵기도 하고 가족과 친척 친구들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에 밤잠도 설쳤다.
더욱이 생소한 남한 땅에 그 누구도 반겨줄 핏줄이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살아갈지도 막연하였지!

  그러나 나는 일단 결심한 한국행이었으니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는데 비행기에는 이미 나를 안내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는 나를 친절히 김포공항까지 안내 해주었단다.

  나는 근심 속에 서울에 도착하여 비행장에 내렸는데 그 비행장 크기는 평양 비행장에 비해 수십 배나 되는데 대단히 놀랐단다. 나는 솔직히 중국이나 러시아 등 사회주의 나라들을 좀 다녀 보았는데 이렇게 남한 비행장이 요란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서울에 도착하여 남한 조사기관에서 약 5개월 정도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관들은 친절했고 가끔은 외부 식당에도 나가 외식도 하게 해주었으며 명승지와 농촌에도 데려 가곤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남한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하루 농촌의 한 가옥을 방문시키는데 정말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라는데 나는 놀랐다. 그 집에는 할머니와 총각 아들이 사는데 글쎄 집안에 모든 전자제품 즉 TV, 냉장고, 세탁기, 냉풍기 그리고 소형 승용차와 소형 농기구들을 모두 갖추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가 24시간 나오고 가스로 음식을 만들고 전기 밥가마로 밥을 지어먹고 행복하게 살고 있더라.

  이것은 조금도 보탬이 없는 현실이야. 농촌 산골까지 도로가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 구라파 사람들까지 감탄할 정도로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남조선의 현실이다. 평양에서는 전기 밥가마를 사용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고 수돗물도 하루에 1-2시간 주는 형편인 것에 비하면 얼마나 판이한가를 실감하게 하였다.

  그리고 산마다 나무가 푸르고 녹음이 우거져 있는데 북한의 산에 나무가 없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 나가지 않는다.  북한에서 밥을 해먹자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해와 야하니 나무가 자랄 수 없고 산들이 벌거숭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 한국에서는 가스와 전기로 모든 생활을 하고 있으니 산에 있는 나무를 가져가라고 해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

대호야!
지금도 겨울에 냉방에서 고생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다. 내가 있을 때에도 겨울에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냉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선을 신고 옷을 입은 채로 자던 생각이 나서 고생을 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루빨리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나는 처음에 서울에 올 때는 정착에 대하여 많은 걱정을 했으나 지금은 사람 사는 맛을 보면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다.
나는 안해(아내)와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 와서 자가용 승용차를 샀는데 약 3000 달러를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2만 달러짜리를 사서 타고 다니지만 나는 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호화로운 생활은 삼가기로 결심했고, 절약했다가 고향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매해 휴가에는 부산이나 제주도 그리고 강원도의 여러 곳에 승용차를 가지고 놀러 다닌다. 이곳에서는 여행증이라는 것이 전혀 없으며 아무런 제한 없이 아무 곳에든지 다니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북조선에서는 어디를 가자면 사회 안전부에서 발급받아야하는 여행증명서가 여기에는 필요 없고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어디든지 다니지만 주민등록증마저 검열하는 사람도 없으니 너무 심심하더구나.

그리고 이 나라는 일만 열심히 하면 사는 데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나라다. 이곳에 온 탈북자들이 하루 식당에 가서 일하면 40-50달러를 받고 있는데 쌀 1kg에 1.5달러하고 강냉이는 0.5 달러하니까 얼마나 많은 돈인지 아마도 너는 거짓말이라고 우길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지금 한달 월급이 2-3달러 밖에 안 되니까 하루 월급이 북한의 2년 월급에 맞먹으니 어찌 믿을 수 있겠니??

  그러나 이것은 극히 적게 받는 사람의 월급이란다. 많이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1달에 3000-5000 달러 이상 받고 있는데 그들은 그것에도 만족하지 않고 계속 월급을 올려 달라면서 파업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한 생각이 들더구나. 그리고 이곳에 와서 일을 못하는 탈북자들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주는데 매달 450달러씩 주고 있고 어떤 교회들에서는 역시 매달 300-500달러씩 주면서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있단다. 또 국가는 탈북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데 모든 치료를 무상으로 해주고 있고 중학교와 대학까지는 무상으로 공부시키고 있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만족이 없고 항상 더 좋은 삶을 요구하니 탈북자들의 불만도 없지는 않다. 원인은 북한에서 고생하던 과거를 잊어버리고 쉽게 변질되는데서 나오는 불평불만이 문제로 되고 있다.

  나는 1989년 말 언젠가 너의 집에 들렀을 때 노란강냉이 밥을 내놓으면서 너의 어머니가 미안해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래도 나는 그때에도 외국에 다니는 형편이어서 외화 돈을 조금 드린 일도 있지만 말이다. 그 이후 소식에 의하면 북조선의 생활 형편이 더  악화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친척들의 생활과 너의 가족들의 생활이 참으로 걱정스럽구나.

  요즈음 북한에서 탈북자들을 용서하겠으니 돌아오라는 보도를 날리고 있다는데 모두가 너무 황당해서 말을 못하고 있다. 지금 중국과 동남아 등에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왜 탈북을 하는지 원인을 알아보고 고쳐야 하는 것이 순서인데 그냥 탄압과 강제로 탈북을 막으려 하니 북한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텔리인 너라도 정부가 탈북을 막자면 초보적인 인권을 회복시켜 백성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도록하고 굶어죽지 않고 일정한 자유를 누리도록 정치를 변화해야 한다고 충고를 해주기 바란다.  아마도 그런 소리를 하면 너도 반동으로 몰려 정치 감옥에 가게 되겠으니 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말하는 나를 용서해 다오.

재호야!
북조선도 다른 나라들처럼 자유롭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되는 날 인간이 인간다운 자유를 향유하게 되는 날 나는 단걸음으로 고향에 갈 것이며 그날을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북한 백성들이 자유를 찾는 날 그날은 통일의 날로 될 것이며 통일되는 그때에 과연 내가 무엇을 했는가에 후회하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통일에 이바지 할 것이다.
할말은 너무 많지만 보낼 수 없는 편지이니 이만 끝내려 한다.
통일되는 날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그날까지 꿋꿋하게 살아남기 바란다.

어릴 때 송아지 친구였던 박 철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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