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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리운 언니에게2004/10/19
관리자


                                                                                                                                 강 숙 금
언니!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잠시 잠깐 다녀온다고 집을 떠났지만 이렇게 멀고 긴 이별이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언제나 인상 좋은 형부, 그리고 귀여운 조카들 모두 다 잘 있는지요? 언제나 믿음직한 우리오빠, 오빠는 군대에서 제대되어 고향에 와서 직장생활을 한다면서요?  정말 너무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나 저를 사랑해주시던 이모, 이모는 이젠 너무나 늙으셨겠네요. 어떻게 지내고들 계시는지. 이렇게 더운 날 아프지는 않은지...  내가 고향을 떠난 지도 8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있어요.
  언니한테 닿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편지를 쓰고 있어요.

  어려서 엄마를 잃은 우리 형제의 사랑은 특별했죠.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라고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도 언제나 나에게 마음을 써주던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어요. 언니!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건 언니와 둘이서 황해도며 무산이며 장사 다니던 일, 기름튀기 만들어서 시장에 가서 팔던 일들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둘이서 같이 장사 다닐 때면 언제나 무거운 짐은 언니 혼자서 다 들고 나는 빈 몸으로 따라가면서도 툴툴거리던 일, 30리길을 걸어서 도시락 갖다 주던 일, 지금 언니를 만나면 열두 밤이 새도록 추억해도 다 못할 것 같아요.

  낮이나 밤이나 언제면 언니와 오빠를 만날 수 있을까 하며, 꿈을 꾸며 살고 있어요. 귀여운 우리 조카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같이 사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 친구들,  혜영이, 춘복이, 미숙이, 은숙이, 현희 모두 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내가 없어도 여전히 우리 집에 잘 놀러오는지…. 친구들도 만나서 마음껏 울고 웃으며 추억의 시간을 보냈으면 ...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TV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나올 때마다 언제면 나도 저렇게 마음껏 울고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지하철을 타면 언니와 함께 힘겹게 기차를 타고 황해도 장사 가던 생각이 나고,  맛있는 것 먹으면 조카들 생각이 나고, 즐거운 바다 여행 가면 친구들 생각이 나고, 잠시도 고향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아요.

  너무 그리운 생각만 하다가 내 얘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지금의 내 모습 궁금하죠? 나는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서울생활, 북한에서 살다온 나에게는 천국이에요. 물론 부자들한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하고, 주말이 되면 쉬고, 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내가 여기에 올 때에는 돈 많이 벌어서 고향에 갈 때 내가 살던 우리 동네에 빌딩 하나 세워서 언니도 주고 오빠도 주고 하면서 그러려고 했는데요. 호 호…. 생각처럼 돈 벌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냥 노력만 하는 중이에요.

  나는 밤에 잠을 자도 언니, 오빠 그리고 친구들 만나는 그런 꿈밖에 안 꿔요. 언제면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밤에 달이 뜨면 달 보며 생각하고 비가 오면 비 내리는 창 밖에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내 걱정은 너무 하지 마세요. 내 나름대로 여기서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여기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서로 기대고 도와주면서 살고 있어요.

  언니한테 쓰는 편지라고 생각하니 펜을 놓고 싶지가 않아요. 하지만 글로는 내 마음 다 전할 수 없는 거고.
  언니!  오늘은 이만 편지 끝낼게요. 부디 용기 잃지 말고 우리 만나는 날까지 언니, 오빠, 조카들 모두 꼭 살아만 있어서 이 동생한테 얼굴만 보여줄 수 있다면 너무 너무 고맙게  생각할게요. 그럼 안녕

서울에서  동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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