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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며2004/10/26
관리자


                                                                                                                             한 정 선

  얘들아!  안녕?
  너희들과 헤어진지도 7년이라는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너도, 나도, 꽃다운 20대를 다 보내고 이제는 30대라는 인생의 중년기에 들어섰어. 중국으로 떠나 올 때는 그래도 얼굴에 잔주름 잡티하나 없이 해맑던 얼굴이 이제는 세월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을 감출 수가 없구나. 가끔은 거울을 보면서 너희들이 이런 나를 알아보겠는지 근심이 되곤 한다.

  그렇다고 너희만큼은 고생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북한이 어렵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 탈북을 했으니, 너희들처럼 엄청난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진 않았지만 말이다.

  중국 공안에 이리 저리 쫓길 땐 정말이지 내가 괜히 북한을 떠났다고 후회도 했어. 하루 세끼 이밥에 고기 국을 먹어도 그게 살로 가는 게 아니라 온통 신경으로만 쏠리니까. 그리고 어느 하루 밤도 발 편한 잠을 자본적이 없었으니까. 차라리 힘들고 고달파도 내 나라 내 땅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

  이렇게 말하면 현실도피를 하고 떠나온 주제에…….하고 너희들이 말하겠지만. 그래도 조선에 살 때는 “사회주의 지키세” 노래를 부르며 월급도, 배급도 없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것이 내 생의 최고 보람이라고만 느껴 왔었지 않니. 하지만 그런 나의 맘속의 평화를 그리고 충실성을 깬 사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너희들이 말하는 아니 그 때  당시 우리가 말하던 자본주의 날라리 풍에 젖은 변질된 사람이었어.

  중국에 여러 번 드나들면서, 한국 선교사를 만나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느끼고 바로 나한테 전달해 준 사람이었지. 솔직히 북조선을 떠나던 날 너희들이 무척도 보고 싶더라.

  한번만 만나보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면서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너희 집 앞에까지 갔다가 돌아 선 나였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한 중국이나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20%도 믿지 않았으니까.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세상에 없다는 생각이 거의 80%를 지배했기 때문에 꼭 돌아오리라고, 그냥 세상 구경 한번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중국에 도착해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또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어떻게 발전해 있는가를 내 눈으로 실감한 다음부터는 내가 북조선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가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 그렇게 중국에서 5년 살다가 보니, 북조선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없어졌어. 북한에선 그냥 잡으러 오지, 중국공안에선 그냥 조사하고 난리지….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북한으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안 되겠더라. 그래서 무작정하고 우리 가족이 모두 한국 영사관에 들어갔지. 그래서 또 성공해서 한국까지 오고….

  참 기억나니?
  우리가 전문학교 다닐 때 컴퓨터를 배우던 거. 그 최첨단기계를 우리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냥 프로그램 짜는 거만 배웠지…. 그때 성실이가 제일 잘 했던 기억이 난다.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베껴 쓰기만 했는데…. 이젠 난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어….
가끔은 너희들 생각해. 이 좋은 사회에 너희들과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너희들도 나처럼 마음껏 배우며 살 수 있었을 것을….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함께 실감하고 동감했을 것을….

  우리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왔는가를 온 몸으로, 온 피부로 느꼈을 것을….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동안 교육받고 또 살아 온 세월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자기 개인의 꿈이 그렇게도 없이 살아왔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조차 없이 살아왔으니….

  내가 그동안 너무 허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나마 중국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이젠 정말 배움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우리가 하는 것만큼 이루어지는 꿈같은 세상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를 못할 때가 제일 힘들어. 많은 분들이 ‘당신은 무엇을 잘 할 수 있습니까?’,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하고 물을 때가 나는 제일 난감하단다. 그렇다고 내가 하던 일인 ‘선광장에서 마광기 운전공을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도 못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난생 해보지도 못한 웹 디자인을 하겠다고 대답도 못하고….정말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란다.

  어릴 적 내 꿈은 유치원 교양원이였는데…. 그리고 중학교 때 꿈은 재봉공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서 그게 얼마나 현실하고 먼지 아니? 유치원 교양원이나 재봉공은 우리가 그때 당시 제일 선호하던 직업인데 여기 오니까,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이지 뭐니. 그렇다고 그 직업을 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렇게 받아주고 이만큼 키워주신 대한민국에 무엇인가 보답할 수 있는 그리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우리가 만일 한국에 태어났으면…. 이 나라처럼 자기 의사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교육을 받고 또 살아왔으면, 너나 나나 지금쯤은 자기의 꿈대로 자기의 이상대로 살고 있을 거야…. 그런대로 난 선택을 일찍이 했으니 다행이지만 너희들 생각하면 지금도 맘이 안쓰러워 어쩔 수가 없어. 항상 여리고 앳된 나를 자기 동생처럼 챙겨주고 위해주던, 그래서 친구라기보다는 언니처럼 생각 되던 너희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물이 저절로 난다.

  또 나는 너희들이 혹시 한국에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주 하나원이라는 곳을 다니고 있어. 하나원이란 우리 북한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국정부에서 마련한 학교인데 탈북하고 한국에 도착하면 이 교육시설에서 2달간 교육받고 나가는 장소란다.
  혹시나 너희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사유 다 제쳐 놓고 하나원에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어,너희들 이름이라도 있겠나 싶어서. 명단을 하나하나 확인도 하구….

  ㅇㅇ아 ㅇㅇ아 !
너희들은 지금 살아 있는거야? 살아 있다면 왜 그 숨 막히는 세상에서 헤어나지 못 하는 거야…. 누구보다도 너희들은 새것에 민감하고 또 진취성이 강한 애들이 아니니? 우리가 빨리 북한의 현실을 우물 안이 아닌 넓은 세상에서 바라보고 또 하루라도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니? 우리가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들은 그 안에서 자기 생계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끼 밥벌이를 하겠다고 애태우고 있는 거니….

  너희들이 빨리 세상에 눈 뜰 때 그 때가 바로 조국 통일이 앞당겨지고 우리 겨레가 세상 그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는 거야. 그리고 북한에서 그렇게 떠들며 사람들을 기만하던 지상낙원이 여기 한국만이 아닌 우리 북한에도 현실화가 되는 거야. 하루 빨리 너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희들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한 한 구성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너희들을 떳떳이 만나기 위해, 또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나를 가꾸어서 꼭 좋은 모습으로 성장을  할게….

  그 날을 위해서 너희들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아자~~~홧팅!!!”
우리가 만나는 그 날까지 앓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그럼 안녕…….

멀리 한국에서 친구 정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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