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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못 잊은 사랑하는 언니에게2005/09/27
관리자

언니,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우리가 헤여진지 7년 세월, 어느 하루도 잊은 적 없는 언니
어떻게 안녕하신가고 묻기조차 겁이 나는 군요. 그 험한 세상에서 안녕할리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자다가고 문득 소스라치게 떠올리는 고향 생각, 사랑하는 언니와 인정 많던 형부, 그리고 내 자식이나 다름없던 사랑하는 조카들 생각에 눈물만 앞을 가립니다.

언제 다시 돌아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의 두만강기슭에서 어둠 속에 멀어져 가던 고향의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며 가슴쥐여 띁던 탈북의 그 날로부터 어언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난한 살림살이를 서로 도와가면서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살아가던 우리 형제가 이렇게 헤여져 소식조차 모르면서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 어떤 때에는 믿어지지도 않습니다. 기별은 고사하고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훌쩍 떠나버린 저를 많이 원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굶기지 않게 하려고 어떻게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아끼던 가장집물(가재도구)들이 한 끼 식량을 위해 어떻게 하나 둘 사라져 갔는지 언니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지요, 그래서 자신의 밥 그릇을 서슴없이 나누었고, 60리를 걸어 온 동생에게 풀뿌리를 먹어도 농촌이 낫다면 차마 빈손으로 못 보내고 마지막 강냉이를 털어주면 웃음 짓던 언니의 모습, 참 그 때 걸어오면서 많이도 울었어요.

나날이 더 해 가는 식량위기와 늘어나는 생계형 범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 땅에서 그냥 허우적거리다가는 사랑하는 자식들을 모두 굶겨 죽일 것만같아, 우선 애들을 살리고 봐야겠다는 생각밖엔 아무생각도 안 나더군요. 가다가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그래도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은 것 같아 그 길을 택했습니다.

초보적인 생존의 권리인 밥 한 그릇을 위해 국경을 넘었다는 죄아닌 죄 때문에 5년 세월 중국 땅에서 숨어 살면서 그 동안 우리가 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불면 날세라, 잡으면 깨질세라 애지중지 키워왔던 사랑하는 딸이 인신매매자들에게 팔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오히려 안전한 곳으로 가서 너만이라도 무사하기를 바래야만 했던, 딸을 지켜주지 못한 저의 마음을 언니는 짐작하시겠지요.
숨어사는 처지라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불이익을 당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때도 없었던 5년간의 중국생활,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만도 못 하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현실 그대로였습니다. 그것도 그저 나라 없는 백성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잡아가려는 나라를 둔 도망병의 신세는 설상가상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먹여 살리지도 못 하면서 살길 찾아 떠난 사람들을 국경 넘어 남의 나라에까지 쫓아와서 쇠사슬에 묶어가니 차라리 그냥 앉아서 굶어죽더라도 나라체면은 지켜달라는 건가요. 철모르는 어린것들을 데리고 남의 집 곳간이나 수수짚무지에 숨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나날에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미련과 국경을 넘었다는 죄책감 같은 것들이 서서히 증오로 바뀌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되겠다는 각오도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너무나도 모르고 살아왔던 세상일들을 알게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더라고요. 하루가 멀다하게 이어지는 중국공안당국의 검거소동을 피해 대한민국에까지 오게 되였고, 말로써만 알았던 자유를 누리면서 어떤것을 민주주의라 하는지 인권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우리가 말하던 남조선은 북한에서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생지옥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과 국민이 대화하는 사회, 누구나 일하면 일한만큼 보수를 주고, 정부하고 싶으면 그 어느 대학이던 능력만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는 상상도 못 할 천국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사랑하는 딸과 사위 그리고 귀여운 손자와 함께 꿈에도 그리지 못 하던 현대적인 아파트에서 온갖 가장집물 다 갖추어놓고 부러움 없이 살고 있습니다.
다만 이 행복한 땅에서 언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금도 눈 감으면 떠오르는 언니네 집, 함께 감자를 심으면서 가을에 감자가을 할 때 꼭 와서 감자돌찜을 해 먹자던 형부님의 모습, 사랑하는 조카들의 모습이 눈시울 적시게 합니다.

언니, 부디 온 가족이 앓지 말고 다시 만나는 날까지 굳세게 살아 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제일 큰 바램입니다. 그래야 가장 어려웠던 날들을 참고 사랑해준 식구들에게 저의 사랑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겠어요.

며칠 안 있으면 추석이네요.
해마다 추석이나 한식날이 오면 사랑하는 부모 형제의 산소에 못가는 이 마음은 눈물에 잠겨버립니다. 금년 추석에 어머님 산소 앞에 나란히 서 있을 그리운 식구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중에 나 말고 더는 빠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언니. 구중천에 떠도는 영혼이 계신다면 저의 마음도 받아 주시겠지요.
우리 형제 서로 다시 만나 울고 웃으며 부등켜안을 통일의 그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랑하는 언니, 부디 그 날까지 무사히 살아 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2005년 8월

덧글 1개

  마순희
언니를 그리면서 편지를 쓰던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2년이 가까워 오는군요.그동안 잊지못할 형부님은 저세상으로 가 버리시고 홀로 남은 우리언니 얼마나 고생하고 계실가,생각만 해도 가슴져려 옵니다.   200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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