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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딸 수련이에게2005/09/27
관리자

수련아 그동안 잘 지냈니?그리고 심영이아버지도 별고 없이 지내고 있는지 염려 되는구나. 아빠는 북한에서와는 달리 건강이 좋아져 간염도 완쾌되었고, 위장염도 낳아졌단다. 네 엄마는 너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곤하지, 물론 엄마도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수현이는 고려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 유학까지 가게 됐구나. 이 서신이 꼭 너한테 가게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이 간절한 마음은 너에게 가 닿으리라 생각하며 이글을 쓴단다.

내가 고향을 떠나 온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너무나 빠른 기간에 너무도 몰랐던 많은 가지가지 일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5년이었다.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르게 느껴지는지.... 이곳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것은 왜서일까?

그리운 수련아. 눈만 감으면 너의 아들 심영이가 재롱을 부리던 모습이 아른거리고 걸음을 걸어도 심영이의 모습이 앞길을 막아 걸을 수가 없구나, 산책을 하여도 언제나 수심에 잠기게 되고 그리곤 눈물에 젖은 얼굴을 사람들이 볼까봐 외면하며 걷는다.

너와 헤어지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앞날에 대한 아무런 기약 없이 어디로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나온 이 아빠를 두고두고 원망하겠지...
나로 인해 네가 화라도 당하게 될까봐, 차라리 무언의 이별이 득이 되리라 생각되어 무정한 아빠는 너를 두고 떠나면서 마음속으로는 눈물이 아니라 피눈물을 뿌리며 산길을 넘었단다.

나는 네가 맏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병수발과 동생들의 투정을 다독이며, 어머니를 잘 도운 너를 장한 딸로 믿고 있으며, 학교의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수십리를 걸어 미나리를 캐어오고, 그것을 한약을 만들던 것이 어제인 듯 눈에 선하구나, 그러면서도 학교공부는 언제나 최우등이었지.

보고 싶은 수련아!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후회가 되는 것이 너무나 많구나.
70여년을 살아온 내 인생의 길에 이제야 남한 땅에 와서 인권이 무엇이며, 인권이 있다는 것을 배우고, 사람이 자유가 있어야 산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나온 갈피갈피를 되새기니 마음은 한없이 허전하고 슬퍼지는 것을 어쩔 수 없구나, 속아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너무나 비참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늦어버린 내 인생의 황혼기에 하소연조차 할 곳 없는 기구한 운명을 저주하게 되는구나.

수련아  이 아빠를 이해해 다오.
나는 남한에 살지만 북한의 실상을 시시때때로 전해 듣는단다.
믿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뉴스에서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도 된단다.
아직도 예전처럼 식량도 많이 부족하고 생필품 또한 많이 부족하겠지. 남한에서는 TV나 여러 단체들에서 북한국민 돕기 모금운동을 하는데 나는 너희들을 생각하며 거기에도 참가하곤 한단다.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나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 같구나. 매년 북한에 보내는 식량이지만 금년에도 더 많은 쌀과 비료가 보내진다고 뉴스를 통해 나오더구나. 너희들도 그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만....

물론 우리는 먹을 걱정 하지 않고,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단다. 문득 내가 그 모진 세월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던 일들이며, 온 가족이 서로 도우며 화목하게 살아가던 그때를 생각하게 되는구나.

수련아 애들 공부는 잘 시키고 있는지. 걱정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온 가족이 함께 만나 행복하게 살고 손자, 손녀들 공부도 잘 시키고 훌륭하게 크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싶구나.

수련아 지금은 비록 만날 수도 없는 가깝고도 먼 곳에 살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서 네 인생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어서 빨리 만나 온 가족이 함께 모였으면 정말 좋겠구나.

내 딸 수련아. 부디 잘 있어 다오.
좋은 세상이 눈앞에 있으니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우리다시 만나는 날까지 너와 심영이, 심영이 아빠 모두 건강하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

수련이를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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