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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에도 불러보는 나의 친구 광호에게2005/09/27
관리자

광호야!
너에게 어떤 인사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녕하냐고 묻지도 못하고, 잘 지내냐고 묻지도 못하고, 건강했냐고 묻기도 뭣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인사가 “편히 쉬셨습니까?”, 혹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다.

그러나 지금 네가 살고 있는 그곳 북한의 두메산골에서는 이러한 인사가 과연 진심에서 나오는 인사인가 싶고 또 그런 인사를 할까 고민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8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구나.

우리의 만남은 참 우연인 것 같았고, 필연인 것 같았다. 우리 첫 만남은 내가 인민학교였던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 학교 때 유난히도 성격이 활달했던 너는 등에 난 몽고반점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녔지. 다른 아이들은 너의 그 몽고반점을 희한하게 보면서 놀리곤 했었지, 그래도 너는 아이들과 잘 휩쓸려 놀면서 부끄러움이 없어 좋았다.

인민학교 4년 동안 너와 나는 한 학급 친구, 동기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지, 그러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너와의 인연은 끊어졌었지. 그러했던 우리가 이렇게 각별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1995년 여름부터였지, 장장 12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내가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너와 우연히 마주쳤었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 아직 얼굴에는 어렸을 적 애티가 없어지지 않았던 너의 모습은 참 친근했고 반가웠다.

그러나 너와 나는 처지가 달랐다. 너는 독립분대의 대장인 분대장 신분으로 수하에 10여명의 대원들을 거느린 장군이었고, 나는 평양에서 추방되어 두메산골에서 철도 선로반의 노동자 신분이었으니 말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지만 나는 꿈틀할 수도 없는 신세였었지, 그런데 그런 나에게 너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오랜 친구로서 기억해주었고 반겨주었었지, 너와의 이 만남이 다시 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단다.

그때 너는 나와 오랜 시간을 이야기 하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기뻐해주고 슬퍼해졌고 힘을 실어주었지, 그리고 너는 나에게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었지, 마침 그때가 내가 살던 집을 보수하려고 하던 때라 내가 너에게 지원을 바랬더니 너는 서슴없이 전 대원들을 데리고 와서 노력으로 도와주었지,
며칠동안 땀 흘리며 집수리를 도와주었던 너와 너의 대원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지 못했던 점 지금도 아쉽게 기억된다. 정말 기회를 만들어 그때 네가 나에게 베풀었던 사랑의 10배, 100배 갚도록 하겠다. 그 외에도 너는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 그 모든 일들은 일일이 적기에는 힘들고, 오늘 내가 너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북한을 탈출하기 전에 네가 진심으로 도와주었던 일이다.

보위원들의 끈질긴 감시와 탄압, 조사에 지친 나는 북한을 탈북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을 너에게 이야기 했었지, 처음에 너는 나의 결심에 대해 회의적 이였다가 결국 결심이 확실한 것을 알고는 진심으로 도와주었다.

그렇게 북한을 나와 중국에서 바로 제 3국을 걸쳐 자유대한의 품으로 들어왔단다.
지금 나는 서울에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대리로 일하고 있단다. 서울의 좋은 동네에 아파트에서 의식주에 대한 걱정을 전혀 없이 자유롭고 만족하게 살고 있단다. 참 여긴 네가 그렇게 바라던 차들이 정말 많다. 우리가 온성에서 만났을 때 네가 나에게 말했지, 자기의 차를 가지고 전국을 다녀보고 싶다고, 지금의 그 소원을 내가 풀고 있단다.

지금 나는 한국에 와서 3번째로 바꾼 좋은 차를 가지고 전국을 누비고 있단다. 멀리 부산에서 시작하여 남해로, 동해로, 서해로, 산으로, 강으로, 들로, 도시로, 농촌으로 전국을 다녀보고 추억을 쌓고 있단다. 여기 한국에는 차가 정말 많단다. 진짜 많단다. 너도 여기 빨리 와서 나와 나누지 못했던 지난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쌓인 회포도 풀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설계하고 실현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 외에도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지만 그것을 어떻게 일일이 다 말할 수 있겠니, 네가 직접 몸으로 느껴봤으면 좋겠다.

또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 서로 만나는 날 조국통일의 그날까지 서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지금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곁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쓴다.
2005년 9월 10일
멀리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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