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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에도 그리운 사랑하는 내아들 명국이, 명호에게2005/09/27
관리자

사랑하는 나의 맏아들 명국아, 그동안 잘 있었니?
이 엄마가 너와 소곤거리는 말소리를 엿듣고, 담 너머로 물끄러미 쳐다보며 눈치 챈 듯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연신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던 둘째 명호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모질게도 너희들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지나갔구나.

너희들은 참으로 어질고 착하기도 했지.
그동안 이 엄마는 너희들이 앓지나 않는지, 굶지나 않는지, 장가는 갔는지, 어느 하루 한시도 잊어 본적 없단다. 더구나 밤이면 창문을 열고 너희들도 저 달을 쳐다보며 엄마를 그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면 흐르는 눈물 어찌 할 수가 없었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 “잘 있거라”, “안녕히 가세요” 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엄마와 막내 영란이가 중국에 가서 돈 많이 벌어가지고 내년 진달래꽃 피는 봄날에는 꼭 돌아올께. 기다려줘”란 짤막한 말 한마디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틀거리며 가던 내 모습을 너는 아마 지금도 기억하며 이 엄마를 원망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엄마는 너희들과 굳게 한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반나절이면 올수 있는 이곳에 천리 타향의 그 설움을 안고 돌아 돌아 7년 만에 왔단다.

사랑하는 명국아, 명호야 !
너희들과 헤어진 이후 나와 영란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말해주고 싶구나.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너희들과 눈물로 헤어진 후 그날 밤으로 안내자와 우리는 어둡기를 기다려 손에 손을 잡고 허리까지 오는 두만강 물을 헤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중국 땅을 밟았단다.

그날따라 내 마음을 아는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단다.
우리 셋은 서로 말없이 착잡한 생각을 하며 근 세시간을 걷고 또 걸어서 어느 한 농촌 마을집으로 갔단다. 집 주인은 우리를 반겨 맞으면서 젖은 옷도 갈아입히고 푸짐한 밥상도 차려주더구나. 너무도 배가 고파 얼른 수저를 들었으나 왠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아 끝내 굶고 자리에 누웠단다. 이별의 순간, 순간들을 기억에 떠올리며 온밤 뒤척거리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새벽닭이 홰를 치며 우는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깨여보니 그래도 두 시간쯤은 잤더구나.

그 후 6년간 중국에서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가슴조이며 그 누구를 증오하고 원망하며 저주하며 피눈물을 흘리던 때의 일들은 더 쓰고 싶지 않구나. 이 엄마처럼 조금만 슬퍼도 기뻐도 눈물을 보이는 너희들이 가슴 아파할까봐 결국 중국에서는 토끼처럼 놀라는 “병”만 짊어지고 말았단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고생 끝에 엄마와 영란이 에게도 자유와 광명을 찾아갈 기회가 왔단다. 탈북 6년 후 우리는 제3국을 거쳐 꿈에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자유의 세계, 지상천국으로 오게 되었단다.

명국아, 명호야, 비행기 소리만 나면 밖에 뛰어나와 다 지나갈 때까지 하늘만 쳐다보던 그 멋진 비행기를 난생 처음 타고 말이다. 인천 공항에 내리자 북에서는 외국관광객이나 태우고 다니는 그런 깨끗한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단다. 우리는 그 버스를 타고 근 세시간을 달려 정결한 숙소로 갔단다.

홀몸으로 온 우리들에게 옷가지며 신발, 화장품, 생활필수품등을 한사람씩 똑같이 잘 챙겨주었단다. 그때부터 우리는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단다. 슬픔은 간데없고 한국분들이 우리를 너무도 다정하게 반겨 맞아주어 점점 눈시울이 뜨거워 지더구나 . 몇 달 교양받는 동안 식사메뉴도 매우 다양하고 질도 높아 거의 모두가 체중이 몇 킬로씩이나 늘어나 보기에도 흉해서 다시 살을 빼느라 무척 애를 먹었단다. 요즘에도 <뱃살빼기 운동>을 하느라 무척 힘들다. 이런 말까지 하기에는 너희들 한데 너무도 미안하구나.

교육을 마치고 작년 이때쯤 영란이와 나는 경기도 부천시에 배치를 받았단다. 15층 아파트인데 우리 집은 8층이고, 방은 2칸, 화장실까지 달리 목욕탕, 싱크대 등 다 설치되어있어 살림하기에 전혀 불편이 없단다. 햇볕도 잘 들어와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방안 환한게 참 좋단다. 더구나 집 옆에는 산이 막혀 공기 또한 좋아서인지 영란이와 나는 여태까지 병원은 등지고 산단다. 이뿐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회에서 정착된 생활을 잘 하라고 쌀이며 돈까지 매달마다 준단다. 그때마다 너무도 고맙고 또 너희들 생각에 목이 메이곤 한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어느덧 이 엄마는 육십고개를 많이 넘다보니 직장생활은 하지 못하고 동네 어른들과 유쾌하게 놀며 여기저기 관광을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으니 이 엄마 근심은 전혀 하지 말아라. 네 동생 영란이는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서 여기저기서 칭찬이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따냈단다. 이제 조금만 돈을 더 벌면 멋있는 차도 사서 서울 시내를 주름잡으며 달리겠단다. 생각할수록 꿈만 같은 생활이다.

참, 얘들아.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이란, 북에서 듣던 그런 한국이 아님을 나는 여기에 와서야 알게 되었단다. 도로가 발전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자가용 승용차들이 달리는 모습은 마치 개미굴을 들쳐놓으면 수백만마라 개미떼가 새까맣게 사방으로 줄지어 가는 모양을 연상케 한단다.

그리고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집집마다 냉장고, 세탁기, TV, 컴퓨터, 심지어 집 전화와 집식구 당 핸드폰도 다 가지고 있단다.  너희들은 곧이들리지 않겠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고 현실이란다.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너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했고 문화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 명국이 명호야!
편지 쓰는 이 순간에도 이북에서 너희들과 눈물 흘리며 한숨짓고 살던 그 시절이 자꾸 되 살아 나는구나,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서 못살던 때의 기억은 되살리고 싶지 않구나.

얘들아! 우리가 왜 서로 이렇게 갈라져 슬픔을 달래며 살아야 하는지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우리서로 만나서 잘 사는 길은 오직 통일밖에 없다. 남과 북이 하나되면 서로 얼싸안고 밤새워가며 이야기 나누기로 약속하자.

오늘 처음으로 보내는 편지여서인지 그동안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너무도 흥분되고 가슴이 울렁거려 가슴속 깊은 말을 다 하지 못한 것 같구나. 앞으로 종종 소식 전할게.
사항하는 내 아들들아. 부디 몸 건강하고,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명국아. 명호야.
2005년 9월 2일

사랑하는 두 아들을 늘 그리워하는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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