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66, page : 1 / 4, connect : 0
: 전체 : 2004년 (28) : 2005년 (54) : 2006년 (66) : 2007년 (70) : 2008년 (51) : 2009년 (38) : 2010년 (39) :
언니 살아서 꼭 만나요2006/09/14
center

                                                                                                                                    현 인 숙


보고싶은 언니, 그동안 잘 계셨느냐는 인사보다는 “살아계시죠” 라는 인사가 북한의 현실과 어울리겠네요.

언니, 언니를 생각하면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눌러 숨을 쉴 수가 없고 잊을 수 없는 쓰라린 사연 드라마처럼 떠올라 솟구치는 눈물 걷잡을 수가 없네요. 산듯하게 예쁘게 꾸민 집, 하얀 이밥과 풍성한 반찬을 해놓고 밥상에 앉으면 언니 생각에 목이 멥니다.

아름다운 꽃 이불에 몸을 감싸면 본가인 엄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시고 차디찬 아파트 현관바닥과 역전대합실에서 이불도 없이 입은 옷에 옹크리고 떨고 계실 언니 모습 떠올라 미안하고 죄송하여 이불을 덮을 수가 없네요. 하얀 손 햇볕에 탈가봐 썬크림을 바르려고 해도 문득 언니의 손가락 없는 손, 한없이 풀을 뜯고 땅을 허비여 손가락이 있는 한 손마저 마디마디 터 갈라지고 풀물이 들어 파랗다 못해 까매진 손이 떠올라 불쌍한 울 언니 생각에 그만 얼굴을 싸 쥡니다.

언니를 만났던 10년전(1996년) 타곳으로 시집을 가셨던 언니, 엄마 그리워, 사랑하는 동생들이 그리워 그리움하나로 보따리를 싸 들고 네 식구가 고향이라고 찾아와 갖은 고생, 갖은 가난을 다 겪으신 언니, 엄마와 형제와의 만남의 반가움은 잠시이고 받아주지 않는 고향과 네 식구의 생계로 하여 돌 아닌 돌에 치여 30대에 중늙은이로 변했던 그 얼굴이 가슴 저리게 안겨옵니다. 처녀적엔 얼굴이 참 고왔었는데…

제가 고향에 들르러 갔을 때 언니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보고도 어쩔 도리가 없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언니가 고향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한데 언니가 어디 있는가고 물으니 집이 없어 역전 대합실이나 남의 집 아파트 현관에서 지낸다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짓던 엄마,

엄마는 형님 몰래 옥수수가루 한줌을 숨겼다 언니한데 쥐여주신 것이 들통나 오빠 마누라한데 야단 맞으시고 언니 걱정에 뜬눈으로 베개를 적시며 밤을 새셨습니다. 굶주리며 먹을 것 찾아 헤매고 저녁이면 한지에서 떨며 굶주리고 있을 자식과 손자들을 생각하시며 엄마 가슴엔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고이셨을까. 오빠가 한달간 언니네 네 식구를 거두어주다 온 집 식구가 굶어 죽게 생겨 내 형제는 내가 책임지니 형부와 자식하나는 떼놓으라고 떨어지지 않는 말을 했다는데 그때 그렇게라도 하시지…

언니와 자식하나를 받아주겠다고 할 때 그렇게 하시지 왜 안 그러셨어요? 한없이 깨끗하고 알뜰했던 언니, 그때는 굶는 것을 밥 먹듯 하여 체구는 한없이 작아지고 분명 처녀 때 입었던 옷인데 왜 그리 낡고 헐렁했는지… 이는 또 왜 그리 많던지… 7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몸이 아픈 아빠, 엄마대신 부모노릇 다 하시고 공부실력이 뛰어나 대학시험에 합격하고도 우리식구의 생계 때문에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언니,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21살 꽃 나이에 왼손가락 모두 기계에 잘리고 웃음과 꿈을 잃으시고도 고민 할 새 없이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언니,
동생이 오랜만에 왔다고 온 산판을 헤매며 뜯었던 쑥을 내놓으시며 해줄 것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다고 하시던 언니, 거지 아닌 거지로 온 산판을 헤매며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언니고생은 왜 끝날 줄 모르나요? 가난한 부모를 탓해야 하나요? 잘 못 만난 나라를 탓해야 하나요?

가난이 싫어, 배고파 죽을 수 없어 중국에 오니 일하면 이 밥은 먹을 수 있었으나 남의 나라에 왔다고 중국경찰이 잡아 다시 북한에 보내 감옥에서 갖은 고생 다하고 풀려나 도저히 내 나라에선 살 수가 없어 죽음을 각오하고 차로 오면 반나절도 안 되는 거리를 이 짧은 다리로 중국과 몽골의 사막을 걷고 또 걸어 대한민국에 오니 현실은 너무도 판이했습니다. 같은 생김새에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쓰는 남한과 북한은 한나라인데 왜 하늘과 땅 차이인지…

북한에선 뼈빠지게 일해도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부지런하면 바보취급 당하고 남한에선 부지런하면 고스란히 내 재산 내 돈이 되니 정말 살 맛나는 별세상에 제가 왔습니다. 별세상까지 내몰아 별 천국에서 살게 해준 지도자동지께 감사라도 드려야 되는지요…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발전한 한국, 모르면 발전한 세상에 뒤 처질 수밖에 없어 늦은 나이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합니다. 공부하고 싶어하던 언니 소원을 제가 빼앗은 것 같아 참으로 죄송하나 언니 목까지 잘 배워 언니를 만나는 그날엔 공주마마로 모실게요. 오빠들이 배우고 싶어하던 운전을 제가 배워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습니다. 하루빨리 많이 배우고 돈을 많이 벌어서 모아 언니를 만나면 예쁜 얼굴도 찾아드리고 멋진 승용차에 언니를 모셔 대통령부인 못지않게 온 나라, 온 세계를 구경 시켜 드릴게요. 그날이 그려집니다. 그날은 꼭 올거에요.

만나는 날까지 어떻게 하나 살아계셔야 해요. 간절한 소원입니다.
하느님께 부처님께 빌게요. 북한에 홍수를 주지 마세요.
불쌍한 울 언니 꼭 만나게 해주세요. 꼭 살아서 만나게 해주세요.
부모님이 묻히셨고 그리운 형제가 있는 곳 올해도 풍년이 왔으면…
사랑하는 언니의 동생올림.

61.72.5.231
덧글 개


230

 [2006년] 서 평 (정문권 교수)

center

2006/09/11

10748

229

 [2006년] 심사평 (김영수교수)

관리자

2006/09/18

10735

228

 [2006년] 발행사 (홍사덕 대표)

center

2006/09/11

11036

227

 [2006년] [은상] 영희에게 1

center

2006/09/18

10971

226

 [2006년] [동상] 그리운 어머님 1

center

2006/09/18

10979

225

 [2006년] [금상] 아들에게

center

2006/09/18

11122

224

 [2006년] 진수동지에게 드립니다.

center

2006/09/01

11067

223

 [2006년] 언제나 그리운 금성이 에게

center

2006/09/01

10506

222

 [2006년] 사랑하는 언니에게

center

2006/09/01

10541

221

 [2006년] 그립고 보고싶은 정희에게

center

2006/09/01

10357

220

 [2006년] 나의 둘도 없이 다정한 친우 철우에게

center

2006/09/08

10809

219

 [2006년] 꿈에도 불러보는 내 친구 영희에게

center

2006/09/01

10696

218

 [2006년] 사랑하는 동생 성숙에게

center

2006/09/01

10294

217

 [2006년] 편지를 읽으면서.... 2

유리성

2006/09/21

10669

216

 [2006년] 보고 싶은 이모에게

center

2006/09/14

10845

215

 [2006년] 나의 친구 혜련에게

center

2006/09/14

10450

214

 [2006년] 그리운 나의 친구들에게

center

2006/09/14

10349

213

 [2006년] 불러도 찾아도 대답이 없는 오빠에게

center

2006/09/14

10646

212

 [2006년] 존경하는 어머님께 드립니다.

center

2006/09/14

10256

211

 [2006년] 언니 살아서 꼭 만나요

center

2006/09/14

10767
  1 [2][3][4] 
Copyright 1999-2022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