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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불러보는 내 친구 영희에게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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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예 옥


그립고 그리운 내 친구야, 그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니?
물어보나 마나 철창 없는 감옥인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먼 북한 땅에서 누렇게 뜬 얼굴로 생존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겠지.
죽어지지도 않는 질긴 목숨이라고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을 네 모습이 떠오른다.한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떠난 이 친구 때문에 얼마나 섭섭하고 놀랐겠니.생활전선에서 많이도 수척해졌을 친구가 떠올라 이 밤도 잠 못 든다.

영희야. 너와 헤어진지도 2년이 되었구나.난 네가 꿈에도 상상 못할 세상 천국에서 잘 살고 있다.너에게는 그 2년 세월이 지옥이지만 나에게는 환희와 기쁨만이 가득찬 희열의 세월이었다.북에서는 상상도 못할 부자들의 집과도 같은 아파트 15층에서 밤마다 번쩍이는 네온등을 바라보며 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천연색 TV, 최신형 컴퓨터, 전기밥솥, 냉장고 등 다 꼽을 수 없고 하루 3끼 쌀밥, 돼지고기, 사탕, 과자, 사과, 바나나…이 모든 게 과연 꿈은 아닌지 내가 내 살을 꼬집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배고픔에 허기진 배를 그러안고 불도 없는 비새는 방구석에서 젖은 이불을 덮고 왜 세월이 이리도 느린지 한탄할 너와 고향친구들이 생각난다.

영희야. 참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인생은 정말 장담할 수 없구나.
매주 수요일마다 생활을 총화 짓고 위대한 장군님만 어버이로 높이 우러러 모시던 내가 이렇게 인생의 대역전을 하였으니…

영희야. 그리운 내 친구야. 용서해다오,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 나를…
통일 되는 날 무조건 네 앞에 무릎 끓고 빌게.
변명 같지만 너에게 아무 말 없이 떠났어. 그때 그 상황에서는 제일 친한 너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난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차라리.. 하는 큰 결심을 하고 키를 넘는 두만강을 필사의 힘으로 넘어서 북한 탈출에 성공했다.

영희야. 우린 그때 그 힘든 고난의 시기를 함께 겪었지.그 고달프던 나날들을 눈에 흙이 들어간들 잊을 수 있겠니.손수레를 끌고 30리가 넘는 온정산으로 가서 하루하루 나무를 해서 장에 내다 팔면서 살던 그날을 해가 바뀌어 20년 아니 50년이 흐른들 잊을 수 있겠니.

점심밥을 준비해 가는 것도 우리에겐 골치거리였지.잊지 못할 7월 30일 네 생일을 친구야 기억하니?밥이 없어서 감자 4알을 가지고 산에 갔다가 그 귀중한 감자 알을 산짐승에게 빼앗겼을 때 숨겨놓은 감자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가까스로 나무를 메고 산 아래까지 내려온 우리는 너무 기가 막혀 두 손을 잡고 울었지.그때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파 이삭도 들지 않은 옥수수대를 씹으며 초기는 면했었지.그날 네가 나에게 한그 말 한마디가 아직도 내 가슴속에 도장처럼 박혀있다. “ 아침이면 눈 뜨지 말고 제발 그대로 죽었으면…”

영희야. 우린 “김일성동지 혁명사상연구실”에 갈 때면 옷차림도 단정히 해야 했었잖아.무조건 치마를 입어야 한다기에 대, 소한 추위에 기운 양말이 창피하다고 맨발에 나가던  그 회의실이 눈에 선하다.
속옷은 깁고 또 기워서 입어도 되지만 눈에 띄는 건 싫다고, 남이 우리를 가난하게 보는 것은 싫다고 하던 네 모습이 주마둥처럼 떠오른다.

2004년 “여맹호 포”를 만든다고 매 사람이 무조건 500원씩 기증하라고 할 때 땅이 꺼지게 한숨 짓던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 친구는 가슴이 찢어진다.날이 밝으면 손 달구지를 끌고 산에 갔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내려와 통째로 팔아도 150원이니 정말로 500원은 우리에게 하늘이고 바다였지.정말 사는 게 죽음이고 지옥이었잖아.하지만 북에서는 한마디 불평도 하면 안되지. 한숨밖에 지을 수 없는 것이 북의 우리동포들의 입이 아니니.입에 거미줄 치게 되었으니 문제, 그 입 한번만 잘 못 놀려도 1분 사이에 정치범이 되니 문제, 정말 북에서는 그 입이 얼마나 문제 많은 것인지…

영희야, 이 무더운 삼복에 아직도 산에 가서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다 해진 신발을 질질 끌며 나무를 하고 있겠지.산에 곱게 피어난 예쁜 꽃과 맑은 샘물을 느끼지 못한 채…온몸은 뼈밖에 없는데 어떻게 사회주의를 지킬지 모르겠구나.

북한사람 누구나 그러하듯 우물 안의 개구리로 우리식 사회주의가 제일이라고, 조선민족, 태양민족 만세 높이 외치던 그날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고 해야지.

영희야. 난 지금 비록 북한에서 말하는 민족배반자가 되었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에 겨워 숨이 가쁠 지경이다. 내가 노력한 것만큼 수입이 생기는 이 천국 대한민국에서 당당한 주민의 일원으로 산단다.내가 원하면 비행기도 척척 타고 세계 어느 나라도 가고 얼마 전에는 환상속에 그리던 제주도 까지 갔다왔단다.

영희야, 난 이번에 선거에도 당당히 참가하였다.내가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국회의원의 이름을 찍을 때 난 돌아서서 끝내 울고야 말았어.
북에서는 무조건 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에 무조건 찬성투표 해야 되잖니.여기는 그렇지 않단다. 반대한다고 누구도 욕하거나 잡아가지 않는 게 대한민국의 자유란다. 너도 나처럼 행복하면 얼마나 좋겠니.

난 지금 낮에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저녁시간에는 돈도 벌면서 누구부럽지 않게 열심히 산단다.그저 모자라는 게 시간이란다.정말 우연한 기회의 탈출이었지만 이렇게 행복할 줄은…

영희야, 너에게는 큰 죄를 지었지만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 이 한 장 종이로 달래며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고 있다.
불러보고 또 불러보고 싶은 내 친구 영희야, 통일의 날까지 죽지 말고 살아만 있어다오.

북한에서도 수해를 입었다는데 어떻게 할 수만 있다면 쌀과 과자를 가지고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데… 날개가 업어 안타깝고 분단의 장벽이 야속해 두 주먹으로 가슴만 두드려본다.

영희야, 가는 세월 하루하루 세어보며 기다려주렴.
통일되는 날 가마솥이 넘치게 기름진 쌀밥을 지어놓고 고깃국을 끓여놓고 울고 웃으며 지난날을 추억하자.
산과 들의 향기롭고 예쁜 꽃을 한 아름 꺾어놓고 인생을 한껏 즐기며 어린애마냥 울고 웃으며 즐겁게 추억하자.

난 한국에서 통일의 그날까지 열심히 열심히 살아서 부자가 되어 네 앞에 멋쟁이로 나타날게.영희야. 난 한국에서 법도 잘 지키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며 우리 동포들을 만나 기쁨에 겨워 울고 웃을 그날을 위해 계속 기도할게.

할말은 많고 많아 쓰고 또 써도 끝이 없지만 더 쓰자니 목이 꽉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리워 오늘은 이만 펜을 놓으련다. 통일의 그날까지 친구야 부디 안녕히...
2007년 7월 3일 친구의 생일을 기념하여
둘도 없는 단짝친구 강예옥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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