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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둘도 없이 다정한 친우 철우에게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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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철


철우, 너와 헤어진지도 어언 15년이란 세월이 지났구나.
10여 년 동안 한 가마의 밥을 먹으면서 우리의 우정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까웠지.

너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할 때를 연상하면 사나이 나의 눈시울도 저절로 젖어오곤 한다.탑승준비를 위하여 대오가 정리되었고 기기와 조종사를 정해 이름을 부를 때 제일 마지막으로 “정민, 너는 네 형이 조국 앞에 큰 죄를 지었다. 그러기에 오늘부로 너는 제대다.”하는 교관의 목소리도 갈린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무서운 현실이 갓 스물에 잡힌 나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지.

외국에 유학 갔던 우리 형님이 다른 친구들은 다 북송되어 오는데 오지 않아 항상 불안과 공포, 초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악몽처럼 보내던 나날이었는데 이처럼 제대 명령을 받으니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나의 그 때 심정이란다.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으며 당과 수령을 목숨으로 옹위하리라 천백번도 더 다짐을 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억울하다 할지, 처참하다 할지 아니면 다행이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나의 제대 명령에 너랑 우리 승조성원들이 얼마나 놀라와 하였니.
교관이 정민이가 역에 나갈 때 누구도 바래주면 안 된다고 말하자 나는 온 세계를 다 잃은 것 같았어. 내의 한 벌도 없이 외투도 없이 빈 군용배낭에 양표 10일분만 가지고 호송군관을 따라 역에 나갔단다. 그해 따라 왜서 눈이 그렇게도 많이 오고 눈보라가 기승을 부렸는지.
내가 역에 나가서 북행열차를 기다리는 몇시간, 귀에 익은 비행기 소리에 하늘을 쳐다보니 철우 네가 먼저 기수를 낮게 하고 내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나를 배웅해 주었고 연이어 우리 승조 성원들이 차례로 같은 동작을 하면서 나를 배웅해 주었지.

나는 끝내 스무살이라는 나이도 잊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단다.
전우들의 우정이 너무나도 고맙고 귀중해서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과 기쁨, 슬픔과 고난을 함께 해왔니.

철우야, 중학교 1학년 너는 황해도에서, 나는 평양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품안에서 어리광을 피울 나이에 “대를 이어 혁명위업을 완수하자!” 라는 구호 밑에 만경대 혁명학원에 갔었지. 너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과 수령을 위하여 전투를 지휘했고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혁명가가 아니니.그러기에 우리는 남들이 그처럼 부러워하는 만경대 혁명학원 원생이 되었고 5년동안 한 호실에서 얼마나 다정히 지냈니.

방학 때 네가 너의 할머니가 구해주었다고 과일과 당과류 등 별미를 나한데 가지고 와서 참말로 맛있게 먹었지. 너는 우리 어머니가 최고의 훈장을 받았을 때마다 나보다 더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지.그러다가 6학년 때 우리는 그곳에서 또 선발되어 비행군관학교에 갔고 그 때부터 조국의 하늘을 지켜가는 영웅비행사가 되리라 굳게 결심하였는데 나는 이렇게 도중 하차하게 되었으니 그때의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겠니.

철우야, 그 때 우리 가족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어느 한 탄광오지에 갔다. 거기서 형님, 동생, 어머니를 만났고 그 때부터 우리 가정은 고난의 역사를 시작해야만 했다.우리는 혁명학원에서, 비행군관학교에서 아무러한 생활상불편이 없이 지내는 동안 우리의 지방인민들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생활전선에서 삶을 위한 전투를 하고 있더구나.

게다가 우리는 민족반역자 가족이 되었으니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우리한데 가해지는 그 모든 박해와 고난을 어떻게 견디어나가겠니.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참말로 대단하셨어. 30대 중반에 남편을 당과 조국 앞에 바치고 올망졸망한 우리 4형제를 억척같이 키우신 어머니이기에 이곳 탄광오지에서도 여전하셨어.

어머니는 우리들 앞에서 단 한번도 비관하시거나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셨어. 우리 형제들 한데 씌워지는 모든 차별대우를 연약한 자신의 한몸으로 막아주시면서 너무나도 떳떳이 서계셨어. 그러나 너무나도 힘든 중노동에 손등이 터지고 얼굴이 고동색으로 변해 밤에 신음소리를 내는 우리 형제를 바라보시면서 머리맡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단다.

그러나 우리 형제들은 서로 모르는 척 하면서 이 세상에 단 한분밖에 없는 어머니를 위해 젊음을 모조리 불사르리라 결심하였어. 그곳에서 우리 생활의 고초에 대해서는 너도 짐작하고 있겠기에 더 쓰지 않는다.

그러나 6년 후에 유학 갔던 형님이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으며 또 수많은 돈을 주고 우리 가족의 행방을 찾아 꿈에도 그리던 우리를 만날 수가 있었다. 큰 형님이 우리를 한국에 데려가려고 할 때 우리의 심정은 어떠했겠니.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어머님을 더 잘 모시기 위해 후회없이 탈북을 결심했다.

철우야, 참 운명이란 너무나도 가혹하구나.
우리 가족의 탈북결심이 사전에 발각되어 나의 둘째 형님은 보위부의 차디찬 감방에 끌려갔고 우리는 단련대의 모진 고문과 박해를 받다가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빠져나와 두만강에 들어섰다.그 때 우리 어머니는 나와 내 동생만 가고 자신은 둘째 형님과 같이 그곳에 남아서 형님에게 가해지는 그 모진 고문을 나누어지려고 발버둥치면서 강에 들어서지 않더구나.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억지로 어머니를 붙잡고 두만강 물에 들어섰다.
물론 어머니가 그곳에 남아있어 형님의 죄가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우리는 모두다 남아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보위원들이 저들끼리 우리를 수용소에 보내려고 문건을 작성하는 것을 보았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탈북했다. 한국으로 오는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우리들이기에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살고 있다. 나도 이제는 애 아빠가 되었고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나 자신이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생활에서 아무러한 걱정이 없을수록 수용소에서의 생사를 알지 못하고 있는 형님과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조카, 할머니, 이모, 삼촌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죄스럽다.

철우야, 너도 이제는 어깨에 별을 많이 달았겠지?
아무튼 맡은 임무에 우리 모두가 충실하자. 그러나 세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도 많이 변했고 앞으로 계속 달리고 있단다. 너도 그 쯤한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아 더 쓰지 않는다.

부디 잘 지내라.
꼭 만나자. 꼭 만나야 하구말구.
만나서 우리가 못 다한 이야기를 몇밤 새우면서 하자꾸나.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이 다 뜻대로 잘 되기만을 기원하면서
안녕히…
서울에서 친구 정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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