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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정문권 교수)200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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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뿌리에서 건져 올린 눈물과 감동

                                                     정 문 권(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하나의 몸이었던 한민족이 둘로 갈라진지 어느덧 60여년이나 흘렀다.

이 기나긴 헤어짐의 시간은 우리 민족에게 큰 상처와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상처와 아픔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일 것이다. 이제 헤어짐의 아픔은 한이 되어 우리 민족 정서로 자리 잡은 듯하다.

1983년 온 나라를 눈물로 채웠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KBS특별 생방송이 그랬고, 1985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때가 그러했다.

이젠 남북이산가족도 모자라 갈라진 민족 내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또 다른 헤어짐이 우리를 울리고 있다.

2006년 “제3회 북녘고향으로 보내는 편지”를 펼쳐보고는 우리 민족 저 깊은 곳의 상처-헤어짐의 아픔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북녘고향으로 보내는 편지”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정착하여 생활하고 있는 새터민들이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늙은 부모님에게, 형제들에게, 어린 피붙이들에게, 지인들에게 보내는 애달픈 사연들로 구성되어 있는 눈물의 책이다.

이 책이 눈물인 것은 한 맺힌 사연들이 분단과 억압의 현실 앞에 가로막혀 전해지지 못하고 절규의 메아리로만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그 메아리는 우리 모두의 뿌리에서 아프게 만져지는 것이기에 독자들은 이 책을 마주할 때, 한없이 안타까운 순간에 서게 될 것이다. 그 아스라한 슬픔에 경멸과 증오의 대상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다양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 한계의 역경을 헤쳐 나온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하나의 큰 맥을 이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공통의 정서는 몇 개의 커다란 덩어리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것은 그리움, 원망, 불안, 긍정 그리고 희망이다.

이러한 정서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들이지만, 특별한 경험을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요즘 세상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하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최악의 상황, 즉 가난, 배고픔, 폭력의 공포가 버무려진 신산한 경험들을 함께 치러낸 가족, 친지, 친구들은 특별한 연대감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그들과 우여곡절 끝에 헤어진 지금에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사무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육친과 지인들에 대한 ‘그리움’에는 우리의 일상적 감정과 다른 강한 진정성과 근본적인 감동이 있다.  그리움 사이사이 북한 정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드러나는데, 북한 정권은 경제적 무능함을 국민들의 내핍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지나친 정치적 기만전술을 써왔다. 전체주의적 기획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하고 거짓 유토피아의 환상을 불어넣어줌으로써 극도로 피폐한 현실을 은폐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 치밀하고 두터운 장막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경험했을 ‘얼떨떨함’의 순간과 뒤이어 밀려오는 극심한 ‘원망과 증오’를 우리는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다.  체제의 우월성과 도덕성을 선전하던 사회주의 체제에 있어서 진실을 유기한 기만과 술수는 역설적으로 더 큰 원망과 증오의 감정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사연들에는 원망과 증오의 감정뿐만 아니라 ‘불안’의 감정도 드러나고 있다. 통제사회의 공포분위기는 ‘보복의 경구들’, ‘보위부’, ‘안전부’ 등의 단어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중국에서의 ‘공안’은 불안의 대명사로 그들 마음 깊이 새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공포는 ‘벗어난 자(반역자)’의 ‘벗어나지 못한 자(반역자의 가족)’에 대한 걱정에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연좌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정권은 가족들의 사랑과 양심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새터민들이 악몽 속에 만나는 ‘권총을 쥔 공안청년들’과 ‘보복의 경구’들 그리고 ‘그들의 억센 손에 붙잡힌 가족들의 모습’은 그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징표들인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의 사연들에는 신산한 경험이 낳은 인생의 굴곡만이 담긴 것이 아니다. 이 사연들을 통해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에서의 삶에 대한 그들의 무한한 애정과 긍정이다.  우리는 우리의 체제와 삶에 대해 애정보단 불평과 불만에 젖어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시큰둥해 하는 이 땅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해 내고 있다. 우리가 너무 교과서적이라 생각하고 있는 ‘누구나 노력하면 결실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의 기저에 깔려있는 자유와 기회의 감동을 그들은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이웃의 눈을 통해 우리의 삶과 체제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체제와 현실에 대해 ‘다시 바라보기’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새터민들이 품고 있는 긍정의 힘은 희망으로 피어나고 있다.
삶에 대한 긍정,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권력이 강요하는 조작된 희망이 아닌 자신의 주체적 긍정을 통해 희망을 엮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 증오의 광폭한 힘에 매몰되지 않고 그들은 그리움의 따듯한 품으로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 긍정의 힘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해 내고 있다.

조용히 귀 기울여 보면, 한반도에는 아직도 총성이 들리고 마음을 뒤흔드는 슬픈 절규가 묻어나고 있다.

자신의 거울만을 탐닉하는 우리에게 “제3회 북녘고향으로 보내는 편지”를 묶은 이 책은 피상적 이데올로기의 논증이 아닌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에 뿌리 내린 실존의 목소리 그대로를 들려주고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의 배후에서 여전히 우리를 조준하고 있는 녹슨 총의 존재를 경고하고 있으며 한민족의 하나됨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한민족 상처의 아픔은 빠르게 아물 것이며 둘로 갈라진 한민족이 하나 되는 그날도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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