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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보고싶은 내 아들 동철에게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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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은 희


사랑하는 나의 맏아들 동철아, 그동안 잘 있었느냐.

이 엄마가 너의 처가 간암을 앓고 네 아들 성학이와 성일이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학교에도 못 가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리고 그냥 굶어죽을 수는 없어 중국으로 건너가 하얼빈에 있는 오빠의 도움을 받아 돈을 구해가지고 내년 봄에 꼭 돌아가 약을 구해서 며느리 병도 고치고 우리 성일이, 성학이 배불리 먹이고 학교 잘 다닐 수 있게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짤막한 말 한마디 남기고 떠난지가 어제같구나.그때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비틀거리며 가던 내 모습을 너는 아마 지금도 기억하며 이 엄마를 원망하고 있겠지.

엄마는 너희들과의 굳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하루면 올 수 있는 이곳에 타향살이의 쓰디쓴 맛을 볼대로 다 본 후 3국을 돌고 돌아 2년 만에야 오게 되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동철아, 너의 외할머니가 1948년 말에 두 살 된 너의 이모를 업고 경상북도 대구 외할머니 댁으로 오신 다음 전쟁이 일어나 오도가도 못 하고 서로 헤어졌기 때문에 우리도 이산가족중의 하나라는 것을 너도 잘 알지.

여기 와서 2살 때 헤어진 너의 이모와 외가 친척들을 56년 만에 만났는데 외할머니는 2001년 고혈압으로 79세에 돌아가셨구나.이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만났고 외가 친척들도 만났으며 지금도 자주 만나고 전화도 주고받으면서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어질고 착한 너희들이 앓지는 않는지, 굶지는 않는지, 손자들은 학교에는 다니는지 등 가지가지 생각을 하면서 어느 한시도 잊은 적 없다.밤이면 창문을 열고 저 하늘의 둥근 달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지금 우리 애들도 저 달을 보면서 이 엄마를 그리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 아들 동철아, 너희들과 헤어진 후 네 동생 철호와 경희, 향희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해주고 싶구나.너희들과 눈물로 헤어지고 나서 그날 밤 어둡기를 기다렸다가 국경경비대의 눈을 피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굴러 떨어지고 가슴까지 오는 압록강 물을 서로 붙잡아 주고 도와주면서 무사히 건너 눈 깜빡 할 사이에 중국 땅에 발을 디뎠다.밤은 깊어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지.

우리 일행이 배고픔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위험한 도로를 피해 산을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농가였다. 집주인은 조선족이었는데 우리를 반겨 맞아주고 젖은 옷을 갈아 입히고 푸짐한 밥상도 차려주었다. 얼마나 고마운 분이신지…배가 너무 고파 수저를 들었지만 단숨에 먹어 버릴 것만 같던 밥이 넘어가지 않고 눈물만 흐르고 몸도 지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별의 순간들과 중국에서 가슴을 졸이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도 북한의 한 사람을 저주하고 증오하며 피눈물을 흘리던 그 때의 길고 긴 사연을 여기에 다 쓸 수는 없구나.이 엄마처럼 눈물이 헤픈 너희들이 가슴 아플까 봐 항상 중국공안의 눈을 피해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안고 살았단다.

그러던 우리들에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 그대로  자유와 광명을 찾아 갈 절호의 기회가 왔단다.우리 식구 모두는 탈북 1년 만에 3국을 거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자유의 세계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다.비행기 소리만 나도 밖에 뛰어나와 신비롭게 바라보곤 하던 그 멋진 비행기를 그때 난생 처음 타보았구나.우리가 인천공항에 내리자 북한에서는 외국의 관광객들이나 탈 수 있는 훌륭한 버스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더구나.버스를 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깨끗하고 아담한 어느 숙소였다.빈 몸으로 온 우리들에게 정부에서는 옷가지와 신발, 화장품 등 생활 필수품들을 매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단다.

그 때부터 우리의 생활에는 불편한 점이 없었다.지나온 과정에 겪은 서러움과 슬픔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한국 분들이 너무 다정하게 대해주시니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구나.몇 달 동안 교육 받는 기간 식사메뉴도 다양하고 질도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중이 증가하고 보기가 흉해져 다시 뱃살을 빼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지금도 운동을 해서 몸무게가 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만…이런 말을 하기엔 너희들에게 너무 미안하구나.

우리는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사회에 나와 경기도 수원시에 집을 배정받았다.12층짜리 아파트 12층 1호에 내가 집을 받고 향희는 15층 짜리 아파트 11층 9호 방 두 칸에 화장실과 목욕탕이 달리고 싱크대가 갖춰진 집을 받았다.해볕도 잘 들고 창문을 열면 월드컵 경기장과 산이 바라보이는 참으로 경치좋은 곳에 있단다.항상 전기가 잘 들어오고 밥은 가스로 짓는다.정부에서는 돌 하나 없는 눈 같은 백미를 매달 무상으로 공급해 주고 있으며 정착금과 매달 생계비까지 별도로 보장해준다. 이 고마운 시책들을 접할 때마다 너희들 생각에 목이 꽉 메군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 동생 철호는 임대아파트 22평짜리 집을 배정받아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죤, 컴퓨터, 에어컨, 녹음기 등 없는 것 없이 다 갖추고 잘 살고 있단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여 자가용차를 몰고 출퇴근하며 장가가서 딸을 보았단다. 이름을 동아리라고 지었다.
너의 누이 경희는 대구에 사는데 역시 잘 살고 있다.

여기 대한민국은 세계경제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야.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이 정치를 잘 못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살길을 찾아 탈북을 하고 있는데 전 세계가 북한을 잘 알고 관심을 가져주기에 조만간 새로운 변화가 올 것 같다.

너무 낙심하지 말고 힘을 내서 죽지만 말고 살아다오.
세상에 지옥과 천국이 따로 있다면 너희들이 사는 그곳이 지옥이고 이 엄마가 사는 이 땅이 바로 천국이다.가슴 아프지만 엄마가 60평생을 바쳐 지켜온 북녘 땅이 그야말로 암흑의 땅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구나. 대한민국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고 싶은 대학에도 가고 능력만 발휘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이다.

그가 아무리 돈이 많고 부자이어도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사람하나 없으며 장사를 한다고 해서 누구 단속하는 사람도 없고 자가용차로 어느 곳을 가도 증명서 검열이 없이 모든 이가 평화롭게 살아간단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 끝까지 마음대로 다 갈 수 있지만 유독 암흑의 땅 북한에만은 갈 수가 없구나. 먹을 것, 입을 것이 없고 전기도 없는 지옥에서 내 혈육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

이 엄마는 한 달에 한번씩 서울시내에 있는 통일학교에 다녀오는데 그곳에는 장애인(불구자)들이 많단다. 그러나 그들은 추방되지도 않고 오히려 정부에서 장애인이라고 더 잘 보호해주고 있다. 깨끗이 포장된 도로는 마치 거미줄을 늘린 것 같고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금방 개미굴속을 빠져 나온 개미떼를 방불케 한단다. 이곳에 와 오늘 처음으로 보내는 편지 여서인지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은 많고 많았는데 너무나 가슴이 흥분되고 울렁거려 내 마음속 깊은 말들을 다 하지 못한 것 같구나.

앞으로 기회가 되면 종종 소식을 전할게.
내 아들아, 성학이, 성일이 데리고 힘들지만 죽지말고 부디 몸성히 살아서 다시 만나자꾸나.
꼭 살아있어야 한다. 성학이, 성일이를 잘 키워다오.
상봉의 그날까지 안녕히…
206년 8월 14일
경기도 수원에서
엄마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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