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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보고싶은 친우에게200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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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선 화


금택이,
그이름만 불러도 지척에서 대답할 것 같은데 우리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구만. 고향생각만 하면 제일 그리운 것이 내 친우 금택이요. 이젠 고향을 떠나온 지 10년 세월이 지났으니 얼마나 그 모습이 변했을고. 이젠 손자, 손녀들을 앞세운 할머니가 되어 그들의 재롱을 받으며 힘든 생활이나마 이겨내고 있을 친우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고 눈시울이 붉어지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비록 모습은 몰라보게 변했어도 그리워하는 이 마음만은 늘 변함이 없소. 항상 고향으로 마음이 달리고 있소. 고향을 떠나겠다는 이 무정한 친우를 가지 말라고 말리던 자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오.

금택이, 너무도 보고싶고 그리워서 이 편지가 친우의 손에 닿지 못할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리운 마음 달랠 수가 없어서 끝내는 펜을 들고야 말았소.

우리는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참 좋은 친우로서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우정을 나누었지.
항상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를 떠밀어주던 내 친구, 마음속에 고민이 생기면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 하곤 했었지. 친구가 옆에 있으면 두려운 것도, 외로움도 모르고 우리는 늘 함께 눈만 뜨면 서로 찾고 찾으며 살아왔었지.

금택이, 그래 몸은 건강한지 큰 병이라도 생기진 않았는지. 애들은 건강히 일을 하는지. 손자들은 건강한지. 애들이 예쁘게 자랐겠구만. 난 지금도 손자, 손녀가 없으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소. 어린애들만 보면 나도 아들들이 있으면 저만한 손자, 손녀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또 아들들 생각이 나서 소리 없이 울곤 한다오. 내 아들이 잘못되었을 때 제 자식처럼 가슴아파하고 함께 설움을 나누던 친우를 생각하면 정말 고맙기 그지없소.

금택이, 나는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금택이 이야기를 아이들과 영감 앞에서 몇번을 하는지 모른다오. 정말 정말로 미치게 보고 싶소. 한 하늘아래서  한 민족으로 태어나서 몇십년을 살아오는 우리민족에 제 2의 실향민이 또 생겼으니 이 분통함을 어찌 참을 수 있단 말이오. 우리 대에도 통일 못시키면 후대에까지 이 비극을 넘겨주어야 하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소. 실향민 1세들이 통일을 바라다 다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또 통일을 목마르게 기대하다가 이 세상을 그대로 후대들에게 넘겨주고 말겠으니 어찌하면 좋단말이요.

금택이, 나는 여기에 와서 잘 살고 있소. 딸 혜순이는 정부의 배려로 장학금까지 받으며 공부하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 한국 외국어 대학에서 외국어를 배우고 있소.수림이는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아이들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공부시키고 있소. 우리도 건강하여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소.
나도 여기 와서 적은 돈을 내고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아픈데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오. 이 행복을 친우와 함께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을고.

여기 와보니 노인들에 대한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어 얼마나 우리가 혜택을 입는지 모른다오. 고향의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그 세월에 몇이나 살아 남으셨는지.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지금도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한다는데 너무도 판이한 두 현실이라 비교조차 할 수가 없소.

금택이, 어떻게 하나 건강을 보존하며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통일의 그날까지 꼭 오래 살아서 죽기 전에 꼭 만났으면 하오. 정말로 보고 싶소. 점점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내 아들들의 생각으로 가슴이 저려오고 미치도록 보고 싶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구만. 이 심정을 아무도 몰라도 친구만은 헤아려 줄거요. 이 아픈 심정을 누구와 나누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앓고 있자니 설움이 북받치고 통분하여 그 지옥 같은 세상을 저주하지 않을 수 없구려.

젖떼기 애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죽으로 끼니를 에우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오. 어르신들이 비닐 봉투를 들고 먹을 것을 달라고 빌던 모습, 애들이 얼룩진 얼굴로 장마당에서 음식을 덮쳐 먹던 모습, 역전 대합실에서 누구도 모르게 굶주려 혼자 죽어가던 사람들. 우리 마을에서도 내가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소. 참혹한 그 세월을 뭐라고 다 표현을 못 하겠구만. 전국 어디를 돌아봐도 다 똑 같은 삶의 현실 속에서 허덕이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오.

내가 혜순이를 데리고 1995년 9월에 평양에 갔을 때 뼈저리게 체험한 것이 있다오. 아이한데 장난감을 사주려고 평양 제1백화점에 갔는데 살수 있는 상품은 하나도 없고 진열만 해 놓은 채로 외국인들이 오면 굽신거리며 달러를 받고 팔아주던 그곳 판매원들의 추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구만. 그 때는 정말 이 땅이 내가 사는 내 나라인지, 남이 사는 내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지. 한 푼의 달러를 위해 자기 몸까지 파는 아가씨들이 그때 벌써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요. 그 세월에 내 아들들이 다 죽어갔으니 나는 그 때 큰 아들 장례에 갔다 오면서 다 잘 죽었다고 생각했소.

이 험한 세월에 장차 너희들이 살아있어도 어떻게 연명을 해나가겠니. 그럴바엔 차라리 잘 죽었다고 했소.
내 자식이 죽었는데 세월을 한탄하며 잘 죽었다고만 해야 하는 이 어미 심정이 어떠했겠소. 정말 돌아서서 침도 뱉기 싫은 땅이요. 나는 빨리 미군의 도움을 받아 저 지옥 같은 땅에서 고생하는 백성들을 구원해주었으면 하고 빌고 있소.

금택이, 정작 편지를 마주 하니 달리는 펜을 멈출 수가 없구려.
할말은 끝이 없으나 자제하고 훗날 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펜을 놓을까 하오.
부디 몸성히 잘 있소.
통일을 기다리며 친구 조선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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