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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언니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나의 언니에게

 정현미


  해마다 찾아오는 6월이건만 금년의 6월은 정말 언니가 더더욱 그리워지는 6월이군요.


  언제나 그러하듯이 6월이 되면 낙지(오징어)를 가공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긴장된 첫 달. 첫 달부터 8월말 9월초까지 부지런히 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 년 중 벌이를 제일 중요시 하는 달이어서 언니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되새겨지는군요.


그동안 아프시던 몸 완치되셨는지요.

그리고 어떻게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어떻게 지내시는지... 소식 몰라 정말 안타깝지만 38선 막혀 갈수 없는 북한 땅 순희도 잘 있는지요. 바닷가 항에 가서 새벽부터 몸싸움하며 수지통에 물오징어를 사오면 언니가 손질해 줄에 매달고 밤이 되면 콕스불 풍로에 밤새 풍구질하며 오징어를 넣어 말렸지요. 뜬 눈으로 밤새가며 말리던 언니 얼굴엔 콕스먼지 새까맣고 오징어는 우발(빨갛게 되면 불합격)이 많아지고 진이 나는 것은 천 조각으로 닦아내며 방안에 수십 갈래 줄에 매달아 놓고 오징어 다리를 샅샅이 펴주었지. 그래도 언니는 그리 고생하시면서도 일감이 있어 좋다며 굽은 허리 펼 새 없이 딸과 소녀들 허기진 배를 채워주려고 청주 가지고 국수 방앗간 가서 바꾸어다 국수떡 먹이던 일이 생각나요. 비록 주먹 절반만큼의 크기였지만 그처럼 달던 국수떡. 낮이면 대강 마른 오징어를 담요에 펴놓고 발뒤축과 손으로 한껏 늘려 말리던 도중에도 눈을 잘 돌리지 못하면 도적놈이 금방 훔쳐가 버렸고.


  오징어를 팔 때면 외화벌이에서 색깔과 크기를 탓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사가지만 그렇게라도 팔아야 또 그 돈으로 물오징어를 살 수 있었지. 오징어 배를 타면서부터 마리수를 세기 시작해서 포장할 때까지(한드름 20마리씩) 수십 번 세어야 되는 오징어 가공. 오징어 다리 하나도 먹을 수 없는 일(모두 중국에 가져감) 조선 사람은 오징어를 못 먹는 것으로만 알았지요.


  지붕에다 말리려 사다리타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면서 불이 이글이글 탄 콕스 풍로불에 떨어져 어깨에 험한 화상입고 머리까지 여러 곳 봉합했던 언니.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고통 속에 앓고 있던 언니. 돈이 있어야 약을 사다 치료도 했을 텐데 오징어 살 돈을 조금만 잘라 쓰면 그만큼 오징어를 적게 사기에 벌이가 전혀 안 되는, 아 지긋지긋한 세상!


  벌어먹자고 어느 때는 함남도의 어느 산골에 고사리 캐러가서 겪던 일. 그 첩첩산골 고사리 뜯어 말리면 쌀로 바꿀 수 있다고 무서움도 무릅쓰고 낮에 고사리 뜯고는 밤에는 천막에서 두려움에 떨었지. 온갖 짐승소리 요란한 산촌에서 촛불로 새우면서도 벌어먹기 위해 또 산밭을 타고 넘으며 옷은 갈기갈기 헤지고 몸은 찢기고 밤엔 모기에 뜯기고 정처 없이 헤매며 그렇게 3개월. 무엇이든 중국에서 받아들이는 물건이면 다 하는 불쌍한 북한사람들. 고비, 고사리, 더덕, 도라지, 달맞이꽃씨, 마, 송화분 중국에서 손가락질 하는 대로 손끝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북한사람들. 너무 손톱이 닳아 피가 나오면 천에 풀 발라 손가락 처매고 생송진을 붙이며 벌어먹어야만 하는 북한땅. 이런 북한땅에 언니를 남겨놓고 온 동생은 좋은 음식, 맛있는 과일 먹을 때마다 목이 꽉 메인답니다.


  손녀 정림이가 이젠 14살이지요. 어린나이에 공부도 못하고 돈부터 알고 글도 잘 못 쓰는 아이. 아침이면 식구들이 좀 적게 먹고 도시락을 싸주면 싫다는 말도 없이 콕스를 장만하기에 여념이 없는 부모 없는 아이, 아는 경비대 아저씨가 나온 날이면 경비진이 강한 콕스 무지... 기회를 보아가며 그 아저씨한테 돈을 조금 주고 약속하면, 그 아저씨가 모르는 척 하고 다른 곳에 피해가서 담배 피우는 사이에 급히 콕스를 작은 자루에 담아 배낭에 지고 줄달음쳐 후문까지 통과하자면 눈을 팽팽 돌려 혹시 낯이 익은 아저씨한테 잡히면 돈을 좀 주기도 하고 풀려나오고, 모르는 아저씨한테 잡히면 몽땅 몰수당할 수밖에 없었지. 어려운 콕스 공작을 해가지고 와서 집에서 누기찬 방안도 말리고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팔아서 제일 싼 낟알 사서 죽을 쑤어먹는 생활. 새벽에 가만히 새벽전기에 밥을 할 때면 밖에서 찍찍이를 들이대어 전기 쓰는 것이 발각되면 엄청 많은 벌금 냈던 것. 지금도 같은 생활이겠지요.


  순희는 작년에 하던 일로 벌이를 하고 있는지? 항에 들어가려고 여과담배 몇 상자 사서 전문경비에 찔러주고, 여자의 여윈 손으로 노를 저어 먼 곳에 대놓고 있는 원양어선에 가서 좀 적은 값으로 물고기를 사다가 거리에 나와 더 붙여서 팔고는 떨어진 돈으로 국수 사가지고 오기도 했지. 소금이나 낟알 등 항경비생이 훔쳐서 넘겨주는 것을 받아 장마당 가격보다 좀 싸게 팔고는 거기에서 떨지는 돈으로 식량을 조금씩 봉투에 사가지고 오는 등. 남편 없이 엄마 모시고 조카까지 책임져주는 마음착한 순희, 순희처럼 부지런하고 극성스런 애들이 이곳에 왔다면 얼마나 잘 살겠니?


  보고 싶은 언니, 비록 언니 곁을 떠나 이곳 전설에 나오는 수도 한양. 서울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쌀 걱정, 전기 걱정, 물 걱정은 전혀 모르며 전설에서 나오듯 겨울딸기라고 했지요. 눈 오는 겨울에도 딸기, 수박, 참외, 바나나 등 없는 것이 없어요. 꽃다운 젊은 시절 북한에서 보낸 것이 후회돼요. 이젠 고령이 되어 한국에 와서 정말 행복하게 부러운 것 없이 살아요. 언니도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를 공부시키느라 무척 고생하신 존경하는 언니. 부모들 대신하여 내가 공부하고 있던 기숙사에 찾아와 숙식비를 주고는 그 길로 돌아서던 언니. 내가 최우등 하면 눈물로 기뻐하던 언니. 북한에 두고 온 가족 내 생활이 행복할수록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누가 조선을 둘로 갈라놓았는지 왜 38선을 확 열지 못하는지? 남북열차 시험운행 하는 날 하루 종일 눈물로 살았습니다.


  평생을 언니와 함께 있을 것만 같아 돈을 좀 벌면 언니 생일날에 좋은 옷 한 벌과 찹쌀을 사가지고 가서 회포를 나누리라던 것이 더운 밥 한 그릇 따뜻이 대접 못한 채 이렇게 불시에 헤어질 줄이야... 많이 꾸짖어 주세요, 언니. 정말 죄송해요.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남북이 하나로 통일 되는날 형제가 뜨겁게 만납시다.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귀하신 몸 건강하시고 억세게 사세요. 동생을 꼭 기다려주세요. 부디 안녕히.


※ 이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로 얼룩져 3번 다시 옮겨써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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