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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려보는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보낸다2007/10/12
관리자

꿈에도 그려보는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보낸다. 

이춘희 


  불러보고 또 불러봐도 대답할 줄 모르는 내 동생아. 그동안 지치고 기진한 몸 제대로 가누고 다니느냐? 다 해진 옷을 걸치고 고픈 배를 달래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사랑하는 내 동생을 그리며 이 누나는 이제야 펜을 든다.


  누나는 차마 너에게 잘 있느냐고 물어보지도 못한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10년이라는 감옥형을 받고 아직도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하느냐? 네가 겪을 고통과 아픔을 누나는 다 보고 있다. 안전원들의 독기어린 눈길 속에 주린 배를 달래며 아직도 살아나 있는지, 아니면 저 하늘의 영혼이 되어 한줌 흙이 되었는지, 펜을 든 누나의 손이 떨리고 심장이 떨리고 가슴이 저리고 목이 꽉 메여 차마 쓸 수가 없구나.


  나는 잘 있다. 끼마다 쌀밥과 고기, 사과, 계란 마음대로 먹고 사철 고운 옷 맞춰 입고 밤마다 천연색 TV를 보며 마음껏 지내고 있다. 동생아! 누나를 욕해다오 너를 그곳에 두고 어찌 나만 잘 사는 것 같아 죄스럽다.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 너는 북에서 나는 남에서 이렇게 하늘 땅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동생아! 난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리 사람을 보내도 알길 없어 이렇게 가슴만 두드린다.


  그 세월 난 네가 한 끼라도 배불리 먹고 하루만이라도 편히 지냈으면 이렇게 마음 아프지는 않겠다. 너 생각이 나니? 그 고난의 시기 누나가 몰래 담그던 밀주가루를 누나 모르게 다 먹고 눈치를 보던 그날 말이다. 그리고 네 생일날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허기진 배를 끌러 안고 칡뿌리 캐러 산에 올라가던 그 날, 너무나 배고파서 한걸음 오르다 쉬고 또 한걸음 가다 쉬고 큰 칡뿌리를 캤을 땐 너무 좋아 눈물까지 글썽이던 네 모습을 눈이 흙이 들어간들 잊겠니? 다 해진 신발을 질질 끌며 산기슭의 토끼풀도 맛있게 먹으며 토끼 같다고 말하던 그 입술과 깊이 들어간 그 눈과 팅팅 부은 손과 발을 100년이 흐르고 1000년이 흐른들 잊겠니?


  아침에 눈만 뜨면 죽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외우던 그 날, 우린 그때 할 수 없이 중국으로 넘어갔었지. 우리 가족을 따뜻이 맞아준 그 교회와 목사님 앞에서 울고 울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우리를 밀입국자라고 북송시켰었지. 또 기독교에 다녔다는 죄 아닌 죄로 네가 10년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더구나. 하늘도 땅도 무심하지...죄 없는 불쌍한 내 동생을 그렇게 철창에 가두어 두고도 산천은 여전히 푸르고 밤하늘의 저 달은 왜 그렇게 맑은지 지금도 떠오른 저 조각달을 보면 누나는 한숨을 쉰다.


  네가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천대와 멸시와 물어뜯는 이와 벼룩과 매질과 배고픔 속에서 과연 살아나 있는지. 네가 감옥에 들어 간지 8년이니 네 나이 38살이 되었구나. 17살부터 28살까지 군복무에 또 배고픈 고난의 2년 끝에 30살에 들어간 감옥형이 웬말이더냐. 한창 꽃다운 청춘을 조국을 위해 다 바쳤건만 네 앞에 차례진 건 감옥문이더냐?. 꿈속에서 볼 땐 여전히 웃고 있는데 눈만 뜨면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누나는 살아 숨쉬는 것만도 역겨울 지경이다.


  동생아! 용서해다오. 너만 이북에 남겨두고 나만 잘 살겠다고 그 험한 철조망과 가시밭과 키를 넘는 두만강을 넘을 때 이 길만이 내가 살고 너도 살 길이기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동생아, 누나는 꿋꿋이 살아간다. 정부에서 좋은 집과 정착금과 의료지원금도 나오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컴퓨터도 배우고 운전면허도 따고 부러울 것이 없이 너에게도 떳떳하게 살고 있다.


  동생아, 이제 2년만 되면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있을까? 난 네가 죽었다고 믿고 싶지 않아. 어떻게 견딘 세상인데, 입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그래도 죽지 않고 견딘 질긴 목숨이 아니더냐.


  내 동생아, 내가 한국에 온지도 이제 3년이 다 된다. 그 세월 1년 365일 너를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  첫 월급 탔을 때 만원 한 장이면 우리 동생 배불리 먹고 좋은 옷 한 벌 입을 수 있으련만 정말 야속하더구나. 네온등 반짝이는 밤거리를 하염없이 보며 난 네 얼굴이 떠올라 이성을 잃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년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네가 잡혔던 그 중국에 가서 발을 동동 굴러보기도 했다.


  내 사랑하는 동생아, 시원하게 대답이라도 좀 해주렴. 한마디 대답이 그렇게 힘이 들어서 못 박히고 불덩어리를 안고 있는 누나의 가슴을 무쇠로 달군단 말이냐?


  언제면 이 땅에 통일의 서광이 밝아올까?

  언제면 남과 북이 얼싸안을 그 꿈의 날이 돌아올까?


  내 동생아!

  나는 북한에서 헛산 세월을 보충하기 위해 분과 초를 쪼개면서 열심히 살련다. 그리고 너를 위해 헐벗는 우리 북한 형제자매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련다. 죽지만 말고 살아있기를 기도한다. 그래도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에 마음이라도 담고 보니 위안이 된다.

  마음만 앞서 이만 펜을 놓으련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잘 있어라.


2007년 6월 23일

너를 사랑하는 누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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