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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에게2007/10/12
관리자

그리운 아버지에게

오순영



  아버지 그간 안녕하세요? 우리 갈라진 후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밉기만 하고 시끄러운 존재로만 여겨지더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철이 드니까 나의 친아버지라는 한 가지 이유로 아버지의 모든 잘못이 용서되고 보고 싶네요. 나는 이제껏 아버지라는 이름을 불러보지 못하고 세상에 엄마만 있는 걸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왜 그 전에 술만 마시고, 집 재산 팔아서 도박을 하고, 어린 우리들을 놓고도 아버지라는 책임감이 없이 그렇게 도깨비 생활을 하셨나요. 내가 어려서는 단지 아버지가 엄마하고 술 먹고 싸움하고 집 재산 판다는 것만 생각에 아버지가 미웠는데 점점 제가 자라면서는 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부모라는 관념마저 없이 살아온 것이 나를 분노하게 만드네요.


  다른 애들은 아버지가 굻어 죽었다든가 이별하게 되어 부모가 없다지만 나는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서도 태어나서부터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하다가 내가 6살 때 아버지라고 나타나서는 매일 술을 먹고 주정을 부리고 우리들을 때리고, 도박을 하다가 감옥에 갇히고. 그런 일 밖에는 추억이 없으니까 엄마와 이혼을 하고 우리끼리 살면서부터는 단 한번도 아버지 보고픈 생각이 없었어요. 아버지,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와 얼굴이 팅팅 부어가지고 우리 집에 왔었던 날 생각이 나지요. 그날 아버지는 두부를 하고 찌꺼기 비지를 사가지고 우리 집에 왔는데 엄마도 나도 영철이도 아버지를 절대 집에 안 들여 놓는다고 해서 아버지는 그 밤중으로 다시 정처없이 떠났지요. 그 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게 사실인지는 몰라도 아버지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부모심정으로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우리들은 감옥살이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를 불쌍해서라도 들여 놓았을 거예요.


  지금은 나도 후회가 됩니다. 그때 아버지를 집에 들여놨으면 아버지가 지금 우리들과 이 좋은 한국에서 같이 살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도 인생이 불쌍하고 참 안됐지만 나와 영철이도 역시 아버지 없이 지금 까지 자라온 것 돌이켜보면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불같습니다.

  왜 아버지는 살아있으면서도 우리가 아버지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고 아버지 없는 아이들로 만들었나요. 또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는데요. 등짐을 지고 매일 시장을 드나들면서 척추가 마비되고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우리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엄청난 고생을 하였어요. 그 엄마를 보면서 우리는 세상의 행복을 우리만 누리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자라 왔습니다. 그 엄마 덕분에 단 하루도 우리는 눈물 흘린 적 없이 자랐고 오늘까지 양부모 다 있는 애들이 누리는 행복을 우리도 똑같이 즐기면 살아 왔어요.


  단지 오늘의 이 자리에 아버지가 없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네요. 지난날은 추억일 뿐 오늘은 아버지가 우리 곁에 있으면 얼마나 우리가정이 좋으랴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거든요.


  아버지 소문에 의하면 아버지 동생, 상철이 삼춘도 굶어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작은 엄마는 두 번째 아기를 없애겠다고 침을 맞고 죽었잖아요. 우리가 8살이 되었을 때니까 그 집 아이 이름도 생각이 나는데요. 인혁이는 지금 어디 가서 살고 있는지. 그 애도 나에게는 조카가 돼서 그런지 보고프네요. 걔는 엄마도 죽고 아버지도 굶어 죽었으니 얼마나 불쌍한 아이가 되었어요. 왜 아버지네 형제들은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 굶어 죽나요. 그러다보니 저는 아버지도 삼춘도 조카도 다 잃어버린 슬픔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버지라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엄마한테 죄 값을 치르고 이제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사세요. 한국은 경제가 발전된 것은 물론이고 문화도 많이 발전하였으므로 아버지처럼 술이나 먹고 주정을 부리고 매일 도박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없어요. 남과 북이 갈라져서 문화차이가 심하다고 하지만 나는 여기와서 우리아버지 같은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 부부간에 서로를 사랑하면서 자기 자식들을 위하여 열심히 사는 모습들을 더욱 새삼스럽게 느꼈어요. 지난기간 사회가 나빠서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하였다면 지금이라고 발전된 세계의 문화정서를 느끼고 부모로서의 자세를 바로 하세요.


  앞으로 통일이 되면 꼭 아버지를 찾아갈 것이에요. 그리고 삼촌네 아기 인혁이도 찾아내겠어요.


  아버지, 통일 되는 날까지 술을 마셔서 몸을 쇠약하게 하지 마시고 몸을 돌보세요. 그리고 술 먹는 대신 조국 통일하는데 몸 바치세요. 김정일이를 비롯한 통치자들을 술 먹는 정신으로 없애 버리세요. 한 몸 바쳐서 통일의 영웅이 되세요. 그때 우리 서로 만나 다시 한가정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 편지는 이만 쓰렵니다.


                             딸 오순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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