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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아들에게2007/10/12
관리자

보고 싶은 아들에게

정순이

  

어느 하루 아들 생각이 안 나는 날 없는 보고 싶은 내 아들아!

너무나 보고 싶고 편지조차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이 편지를 쓴다

솜털 보시시 하던 어린 시절에 군에 입대하여 구레나룻수염 텁수럭해진 노총각이 되어 만기 10년을 군 복무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아들, 물론 입당도 하고 만기 10년의 행적은 있어도 이젠 공부하자 해도 돈이 없고 먹고 살기 급급한데 결혼하니 가정 거느려야 하고 애들이 생겨 집살림 어려워 어떻게 살아가는지모르겠구나...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지고 도무지 할바가 떠오르지 않는구나


집도 없어 직장 경비건물에 의지하고 땅도 없고 식량도 활동 터전도 나무도 모두 없어져 버린 빨갛게 드러난 땅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겠니... 아침이면 푸름한데 자리를 차고 일어나 식전 작업해야 하고 감자 몇 개로 아침 식사하고 급히 출근해야 했던 너였자나....


어린애들한테도 쌀 밥 한그릇 푸짐히 먹여줄수 없었던 세상이 무섭게 생생하구나 눈녹은 밭이랑을 찾아다니면서 콩이삭을 줍어다가 한알두알 한이삭 한이삭 주어다가 절구에 찧어서 죽을 쑤고 아침 저녁으로 길장구를 캐여 한끼도 풀이 없이는 식사를 못 짓는줄만 알았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출산한 산모에게 강냉이밥을 주어야만 했던 나날들, 땔 나무가 없어 10 여 리 길을 걸어가서 두어깨가 벗겨지도록 지고 돌아와야 되던 날들, 땅이 없어 너 몰래 내가 밭을 빌려 농사를 하다가 이제는 너에게 늙은 내가 짐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난것이 마음에 걸려 더 더욱 그리워지는 아들아!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고달픈 생활, 이 에미를 원망했을 줄 안다만은 나 라도 늙으막에 아들한테 부담 주지 말아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으로 모진 고민 끝에 떠난 나를,,,,,,아들아!    용서해다오!



이젠 많이 수척해진 두 애의 아버지로 건강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갈 보고싶은 아들아, 퇴근 후에 곤한 몸이지만 눈보라치는 산 마루에 소 달구지 끌고 올라가서 나무하려가고 허기찬 배와 여윈 몸에 지친 모습으로 깊은 밤에야 집에 오던 모습, 신발도 다 너덜너덜해진 하족을 바늘로 꿰매고 고무로 붙여신고 ....무릎이 나온 낡은 바지 퇴색한 작은 잠바 하나 걸치고 그래도 불만없이 살아 준 내 귀한 아들아, 검 굵어진 너의 손, 볕에 그을려진 검실검실한 체구, 이제 더 많이 험해졌겠구나 .......엄마가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얼마나 울고 마음이 아픈지, 편지를 그만 쓰고 싶었는지 너 아니?

그래도 내가 이 글마저 쓰지 않으면 가슴 가운데 재만 쌓여질 것 같아 누구에게라도 터놓고 싶어 이렇게 계속 쓴단다


길을 가다가 강냉이 한 이삭, 감자 한 알이 땅에 굴러다니는것을 보아도 그리도 소중해 땅에서도 부끄러움없이 주어 모았던 아들, 순수 감자에 양파잎으로 끼니를 에우면서도 그것이 자기에게 차례진것으로만 생각하고...비물에 젖어 허물어진 벽 부엌엔 물이 가득차 있어도 말 없이 퍼내고 돌을 놓고 불을 피웠던 아들아

 떨어진 비닐방막에 회오리 바람 들이칠땐 추위에 떨던 북한의 겨울밤들은 엄마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아픔만 주는구나

 이젠 내 나이 70이 머지 않은데..이젠 잊혀질때도 되었는데 왜 이렇게 그곳에서의 생활들이 생각나 내 가슴을 더 미여지게 하는지...

오늘 하루도 엄마는 고향 쪽 하늘을 보며 두고 온 너희의 고생을 대신하고 싶구나


4월의 물속이란 살을 에워내는듯한 북한의 날씨, 남들이 다 자는 밤이면 경비원의 눈을 피해가며 발목에 그물을 걸고 한 손으로 그물을 끌며 물에 뛰여 들어 깊은 물도 마다하지 않고 새우 뜨는 일 하던 너, 옷은 젖어 춥고 이발은 맞쪼으며 조금이라도 새우떠다 팔아서 식량을 사 먹게 되었다고 한 순간이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도 인기척이나 나면 가시 덤불 속이건 나무 숲 이건 사정없이 몸을 숨겨야 하고 자칫하면 새우 그물까지 모두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잔인한 세상이었구나...


지금도 나는 니 생각하면 너무 내가 잔인해지는구나

너를 낳아 키울 때는 세상 어느 엄마와 꼭 같이 나도 큰 포부와 기대를 품고 왔으나 이렇게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다니 너에게 그리고 며느리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지는구나


 세 살짜리 애한테도 하루와 같이 사탕 사 줄게 밭에 갔다 오는 동안 놀고 있으라고 얘기하고, 그러고도 한번도 사탕을 사 줄수 없었던 세상, 한 번도 쌀 밥의 맛을 보여 준 적이 없었던 이 할미, 지금 나는 좋은데서 먹고 싶은것 다 먹고 넓고 깔끔한 아빠트 살면서 사는게 사는것 같지가 않구나...

두고 온 세 자식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 하루도 눈물없이 지내는 날이 없어


아들아!

나는 오늘 밤도 포근한 이불에 누워서 북한의 자식들을 생각할거야 아무것도 바랄것도, 기대할것도 없는 북한땅, 시들어가는 어린애들, 백성들, 에미 오늘도 방법없이 기도만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데 우리 애들 잘 지켜 달라고! 북한도 어서 민주화가 되어 행복을 누리게 해달라고,


 사랑하는 아들아!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는 날을  어머니는 기도하며 손꼽아가며 서울에서 기다린다!

부디 애들 거느리고 건강하여라


보고싶다 아들, 며느리, 우리 혜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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