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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사랑하는 아빠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아빠에게

남송연



  보고 싶은 아빠 그동안 어떻게 지내세요? 아빠랑 함께 하지 못한 날들은 어느덧 겁도 없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12살 꼬마로 탈북하게 되어 아빠가 집에 없는 동안 엄마를 따라 소리 소문 없이, 편지 한 개 남길 생각 못한 채 멀리로 사라져버린 절 용서해주실 거죠? 아빠는 절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사실 전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해요. 그냥 엄마가 없으면 못 살 것만 같아서 엄마를 무작정 따라 나서게 되었던 거죠. 그때 엄마가 나랑 누나를 중국으로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우린 죽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빠, 옛날처럼 지내신다면 아빠의 고생을 알겠네요.


  우리는 집을 떠나 중국으로 가서 중국의 여기저기 산에 지어져있는 초막과 비닐하우스 같은 데서도 자면서 약초도 캐서 팔고 봄에 나는 나물도 뜯어서 팔고 처음에는 조금씩 돈을 모아 살다가 연변 쪽이라 공안대가 너무 살벌하여 중국 안쪽에 있는 하얼빈이랑 청도에서 살게 되었어요.


  누나는 한국 사람의 옷가게에서, 엄마는 한국 사람의 파출부로도 일하고, 많은 고생과 사연 속에서 우리 가족은 몇 개월 후부터는 중국에 적응하고 살게 되었고 저는 한국아이들이 다니는 서울국제학교에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이 도와주게 되었고 교회에서 보증을 서주었죠.


  나이가 어렸던 탓인지 모르겠으나 아빠는 밉기만 했던 거, 아빠가 술 먹고 들어오면 이유도 모르면서 외면하고 무슨 일만 터지면 무조건 아빠 탓인 줄로만 알았던 고향에서의 시간들이 후회되기도 해요.


  아버지가 우리랑 죽물을 하루에 두 번 씩밖에 못 마시면서 밭을 일구고 바다에 가서 미역도 가져오고 조개도 잡아서 팔아오고 그물망사 가지고 나가서 새우를 떠서 소금에 또 절여서 팔고 하는 것들이 제 마음에는 그냥 어디서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인줄만 알았는데 이제 중국과 베트남, 한국을 다녀보니 마음이 아파오게 해요. 아빠의 고생이나 엄마의 고생들은 다 당연한 줄로만 알았는데, 교과서에 등장하는 군사강국이 정말 군사강국인줄 알았는데 얼마나 잔인하고 지독한 독재이며 사람을 잡는 일인지 조금씩 알게 돼요.


  아빠, 아직도 그 답답하고 고독한 북한에 있느라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아요. 여기 한국에 오니 아빠들이 얼마나 다 멋진지 몰라요. 우리도 하루빨리 아빠랑 살고 싶고 아빠랑 엄마랑 모여서 영화 보러도 가고 가끔 외식하러도 나가보고 싶어요.


  하늘이 찌뿌둥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누나랑 만나 가끔 아빠 얘기를 해요. 누나도 마음이 아프고 나도 마음이 아파서 이야기 하다 말고 말이 끊길 때가 많아요. 전에는 몰랐던 마음들이 점점 생겨요. 아빠가 지금 뭐 드시고 계실지, 올 겨울에는 입을 동복이 있는지, 건강은 더 나빠지진 않았는지, 머리에는 흰머리가 좀 났는지... 이런저런 것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해요.


  공원과 운동장에서 가끔 아이들이 축구도 해요. 그럴 때면 평소에 아무렇지 않던 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곤 해요.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피자집에서 아이들이 엄마랑 아빠랑 모여서 피자를 주문하는지 뭐라고 떠들썩 얘기하면서 모여앉아 있는 것도 제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요.


  아빠랑 하루빨리 만나는 통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나뿐만 아닌 북한의 많은 동포들, 아이들과 아빠들이 만나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거 혼자 먹는 거 그리 행복하지 않아요. 좋은 옷과 값진 신발신고 한국 아이들과 어울려 가끔 게임도 하고 놀아도 늘 마음속에 아빠가 홀로 계신 게 걸리고 하루하루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들이 처음엔 저한테 "억양이 이상하다 너 혹시 지방에서 왔어?" 이러면 저는 "그런 거 왜 물어봐? 나 강원도에서 왔다 왜?"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아직 제게 어색한 한국 문화에 애써 적응하려고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우리 가족이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에요.


  김정일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게 다 거짓말이라는 게 얼마나 한심하고 괘씸한지 모르겠어요. 교과서에 배운 내용 다 거짓말이에요!!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오늘도 장군님이라 그러겠죠. 하루빨리 내 친구들 성혁이랑 은심이랑 광혁이한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친척 일가분들께도 이 사실을 어서 빨리 알리고 싶어요. 아빠, 공부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나라, 거짓말이나 이상한 사상을 가르치는 나라는 세계에 북한 하나뿐이래요. 저는 이제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공부 다 하고 운동도 잘해서 학교에서 운동 베스트맨이라는 호칭까지 받았습니다. 팔씨름을 해도 다들 내가 잘 한다고 그래주고 축구도 거의 골은 제가 다 넣고요, 공부는 그리 잘못하지만 운동만큼은 우리 신현중 체육선생님이 알아주는 체육애호가가 되었어요.


  아빠에게 어서 빨리 축구하는 모습이랑 농구하는 모습이랑 1등한 탁구 모습이랑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서 빨리 만나서 맛있는 거 같이 앉아서 먹고 옛말하면서 살고 싶어요. 피자헛에 가서 가족끼리 주문 시켜놓고 온 집안이 수다 떨면서 크게 웃어 보고 싶어요.


  아빠의 초라해진 얼굴이 자꾸 생각나 가끔 밥을 먹다가 아빠생각에 소스라쳐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한심하고 축이 많이 간 얼굴에 초라한 의상에 아빠의 얼굴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견디고 참아요 우리 만나는 날까지!!!!


  아빠 저 이제 16살의 누나 키를 훨씬 넘은 키 큰 학생이 되었어요. 이제 보면 아빠가 절 못 알아보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많이 컸죠?


  아빠가 서울에 없다는 것보다 아빠가 북한에 있다는 게 너무 무섭고 걱정돼요. 아빠가 서울에 와서 직장도 잡고 돈벌어서 차도 샀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태워주는 차에 엄마랑 누나랑 같이 타고 동해도 가고 싶고 여행가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정말 보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한번도 터놓지 못했던 말 이 편지에 다 담아보내요. 변함없는 아빠의 아들이고 싶어요. 아빠의 마음에 미운 아들이 아닌 여전히 철없고 사랑스러운 아들이고 싶어요. 누나가 그러던데 아빠는 절 더 아끼고 사랑하셨다고.


  아빠, 제가 얼마나 아빠란 말을 하고 싶은지 아세요? 얼마나 속으로라도 불러보고 싶은지 아세요? 하늘이 통일의 문을 열어주는 날 맨 앞에서 아빠를 찾으며 달려갈게요. 그동안만 참고 견디고 고향을 지켜주세요


 보고 싶어요.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아빠가 보고 싶은 아들 송연 올림




 

 


덧글 1개

  영복
진짜 베스트작이네요... 마음이 아프네요.. 진심을 담아 쓴 글이네요.. 송연군 아빠가 이 편지를 받았으면 아마도 가슴이 뭉클했을것 같아요.. 아들의 성장과 마음의성장에 감사해서요...   20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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