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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사랑하는 딸 영희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딸 영희에게

문병애 


  세월은 야속하게도 모든 추억을 고스란히 묻어둔 채 자기의 궤도를 따라 변함없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구나. 그 궤도 위에 너와 나 헤어진지도 벌써 5년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사랑하는 너의 가족 그리고 친척, 친구들 모두 잘 있는지? 항생제 주사로 겨우 건강을 유지하던 병은 좀 차도가 있는지... 조상님 산소를 잘 돌보고 있는지...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자 전해질지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전하려고 펜을 들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사회의 모순과 갈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근심과 걱정으로 인생길에 도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니? 그 치욕스러운 생활을 더는 연장할 수 없어 눈물 흘리면서 죽겠는지 살겠는지 모르는 이 무서운 길을 사선을 헤치면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 몽골의 철조망을 뚫고 꿈속에서 그리고 그리던 자유의 땅, 대한민국을 찾아 온지도 벌써 2년 세월이 흘렀구나.


  70고령이 다 된 이 늙은이가 남한 땅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불청객인데도 고마운 대한민국은 따뜻이 한 품에 안아 주었으며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정부에서는 서울에 집도 마련해 주고 정착금, 월 생계비까지 지원 받으며 생활의 구석구석마다 따뜻이 보살펴 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 감사한 마음을 안고 잘 정착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허나 이런 행복을 너와 아니 북녘 동포들과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픈 일이며 안타깝기만 하구나. 맛있는 음식을 놓고도 또 예쁜 의복이 생길 때마다 옛 추억으로 몸부림친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질 않을 귀염둥이 손녀에게 풀죽 아니면 꼬장떡 밖에 줄 수 없었던 눈물겨운 밥상 음식이며, 고기를 달라고 투정을 부리던 두 살 난 손녀 모습, 돼지 먹일 풀을 뜯어놓고 그 속에 사람먹이 없는가 하여 고르고 고르던 너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밥술 들기가 너무나 죄스럽단다.


  때로는 밝은 전등불 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언제인가 네가 30리 길을 걸어가 겨우 얻어온 한국 드라마 카세트를 놓고 이제나 저제나 전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밤을 새우던 일이 생각이 난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밤낮 없이 더운물, 찬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 때마다 수돗물을 보내주지 않아 강물을 퍼먹던 지난 세월이 떠올라 정녕 내가 살아온 지난 세월은 지옥이었으며 오늘의 나의 삶은 지상 천국임을 절감하고 또 절감하게 된다.


  세계를 보지 못하게, 알지 못하게 닫아놓은 사회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뒤늦게 겨우 깨닫고 뛰쳐나와 세계를 알게 되었으며 학교마다 실험용으로 컴퓨터를 한두 대를 놓고도 전기가 없어 그림으로만 설명하여 배우던 그 컴퓨터, 이 늙은이가 학원에서 그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이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니?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세상이 너에게로 다가갈 그날을 위해 떳떳하게 억세게 살려고 한다. 네가 그처럼 입고 싶어 부러워하던 자켓을 금실, 은실 박은 털실로 한 코, 한 코 너를 그리워하며 밤가는 줄 모르고 정성껏 떠서 너만이 아닌 친척, 친구들에게도 선물하려고 차곡 차곡 마련하고 있으며 이 선물이 너의 손에 닿을 날 만을 기다리며 살아갈 것이다.


  남의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며 오직 김일성, 김정일 뜻대로만 일하며 생활하며 군력의 부단한 통제 속에서 살던 나의 지난 40여년 교사생활이 정말 철조망이 없는 감옥과 같은 지옥이란 것을 나로서 더더욱 똑똑히 깨닫고 있다.


  하루빨리 불행의 나날들을 행복한 나날들로 바꿔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하나된 조국, 하나된 강호를 이루어 갈 그 날을 위해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통일의 한길에서 몸 바쳐 살아갈 것이며 그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기를 바란다. 북한사회의 그 진상은 멀지 않아 무너질 것이다. 속임수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니 통일되는 그날까지 굳세게 살아야 한다. 굳세고 억세게 살아가기를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통일되는 그날까지 부디 몸 건강하기를 기원하면서 엄마는 아쉬운 펜을 놓는다.

부디 안녕히 잘 있거라! 사랑하는 딸아


2007년 6월 24일

서울에서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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