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할머니에게
오진철
할머니 지금도 몸 건강히 살아계시는지요...어떤 모습인지 그립습니다. 할머니도 우리가 무척 보고 싶겠지요? 우리는 지금 많이 자랐어요. 엄마도 건강히 잘 있구요.
우리가 97년도 두만강을 건너서 엄마를 찾아 간다고 할머니와 헤어질 때는 할머니 몸 상태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어떠신지요. 우리는 그때 두만강을 건너서 3일 만에 엄마를 만났어요. 그간 있었던 사실을 엄마에게 차종지종 이야기를 하는데 엄마는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우셨죠. <할머니도 같이 왔으면 좋으련만 두만강을 건널 수 없으니 못 왔구나! 할머니가 너희들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을 하고 보배처럼 키우셨는데...> 난 엄마를 만났다는 기쁨으로 그때는 할머니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중국에 있는 동안과 그리고 지금의 한국에서 생활 하는 동안 내내 할머니 생각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어요. 두만강을 건널 때 엄마를 못 만나면 다시 돌아간다던 약속을 하고 떠났건만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과연 우리는 얼마나 몰라보게 자랐고 할머니는 얼마나 많이 늙으셨겠어요.
할머니, 우리는 중국 왕청에서 엄마가 새아버지와 결혼하여 그 집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는 여자애와 남자애가 있었어요. 근데 그 집 할아버지가 자기 손녀들만 고와하고 매번 우리집에 왔다 가면 자기 손자들만 돈을 주고 옷도 사주고, 그 집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데 나는 집에서 새벽 3시에 나가서 소를 보곤 하였어요. 누나는 밭에 엄마랑 같이 나가서 농사를 짓고 설움이 날 때마다 할머니 생각을 얼마나 하였는지 몰라요. 우리도 할머니가 있었으면 사랑을 받겠는데 우리 할머니를 언제면 만날 수 있을까? 혹시 살아 있는지... 아니면 앓지 않고 있는지...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는 합니다.
새아버지네 집에서 친척들이랑 할아버지랑 우리와 자기 손자, 손녀들을 차이를 놓을 때면 항상 서러움 때문에 엄마도 여러 번 싸움을 하였고 우리도 마음의 안착을 가지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러던 중 호구가 없는 탓으로 자꾸만 중국 공안에서 잡으러 오곤 하니까 엄마가 중국에서는 더는 살수 가 없으니 우리는 한국으로 가야 한다, 죽으나 사나 이제는 한국으로 가야 한다면서 2002년 한국으로 오는 길을 택하였어요.
그러던 중 곤명이라는 데서 22명이 떠나던 일행이 모두 중국 공안에 잡히고 나와 엄마만이 살아서 나왔는데 그때 누나도 잡힌 사람들 속에 섞여 북한으로 건너갔어요. 그 때 엄마가 날마다 울면서 누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5달 만에 연락이 와가지고 살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감옥에서 나와서 철이네 집에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때 엄마와 나는 혹시 할머니 소식을 가지고 올 줄 알고 희망을 가졌는데 그 희망도 무너졌어요. 누나가 국경엔 너무나 단속이 심해서 할머니 있는 화평을 가지 못하고 두만강을 곧바로 건너오다 보니 또 할머니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지금도 엄마는 할머니 소식을 알아보려고 브로커를 많이 알아보고 있거든요. 혹시라도 살아계시면 돈이라도 보내 주려고요. 그리고 하늘나라에 가셨다면 묘지라도 찾아보라고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는데 브로커들도 화평에는 너무나 멀어서 가질 않는다잖아요.
할머니 내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한테 말대꾸도 많이 하고 속을 많이 태웠는데 지금에 생각하면 많이 후회가 되네요. 세상에 우리 할머니처럼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없었구나 하는 뼈저린 사실을 알게 되었구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픈 마음, 얼마나 안타까운 설움인 줄 이제야 알았어요. 지금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우리들이 날마다 생활이 좋아 질수록 할머니 생각은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당연 한 것 같아요. 화평에서 엄마가 매일 밤 중국으로 드나들면서 밀수를 할 때는 할머니한테 철없이 떼를 쓰고 못된 짓도 많이 하였건만 지금 나이도 점점 들고 생활이 많이 낳아 질수록 할머니 생각에 더욱 그립습니다. 꿈에도 보고 싶은 할머니 어서 빨리 조국이 통일되면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우리 만날 날까지 앓지 말고 건강하셔서 오래 오래 사셔야 합니다.
할머니 손자 진철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