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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님께 드립니다2007/10/12
관리자

그리운 어머님께 드립니다 

최복남 


  어머니, 어머니 품을 떠난지도 10년이 다 되어 옵니다. 떠나 올 때 문 밖에서 조용히 내 손을 잡으면서 "막내야,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네가 희망하는 데로 가거라." 하시던 어머님. 눈시울에서 흐르는 눈물이 소리 없이 어머님의 옷깃을 적시는 것을 보면서도 기약할 수 없는 길을 떠난 이 막내가 오늘은 어머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꽃다운 나이 20대 중반에 저는 배움의 뜻을 접은 채 어머니와 함께 국수 장사, 빵 장사, 떡 장사를 하면서 중한에 계신 어머님을 돌보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지요. 어떤 때에는 장마당에서 규찰대에게 쫓겼고, 방랑아들에게 떡 함지 채 도둑맞아 울며 집에 들어 올 때 어머님은 "막내야! 네가 부모를 잘 못 만나 이 고생을 하는구나..." 대학 입학 통지서를 받고서도 너무나도 힘들게 사시는 부모님을 생각하여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든 저를 품에 꼭 안고 손을 힘껏 잡아 주시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4대 독자인 아버님과 결혼한 어머님께서 쭉 내리 네 딸을 낳자 할머니는 마치 아들을 낳지 못 한 것이 어머니 탓으로만 여기고 어머님을 얼마나 구박하셨습니까? 제가 커서 동네 어머님들한테서 들었는데 저를 낳고 어머니는 미역국은 고사하고 그 다음날부터 밭에 일하러 나가셨다더군요. 이웃에서 큰 일 난다고 만류하자 "아들을 못 낳은 처지에 내가 어떻게 산모 대접을 받겠소?" 하면서 밭에서 일하는 어머님의 온 몸은 빵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옷은 비에 젖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고 하셨어요. 이제는 딸을 그만 낳고 아들을 낳으라고 제 이름을 복남이라고 지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제 이름이 사내이름 같다고 투정도 자주 부렸지요. 어머니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시고 운명으로 받아들이셨고요.


  제가 철이 들어서 세상만사를 어느 정도 분간할 때에는 노상 술에 만취되어서 들어오시는 아버지, 그 앞에서 우리 네 남매와 어머니는 죄인처럼 벌벌 떨기만 했지요. 아버님이 홧김에 손찌검을 하려들면 어머님은 어미닭이 병아리를 안듯 우리 모두를 품에 안고 아버지의 매를 연약한 어머님의 몸으로 막으셨지요.


  그러다가 6년 후에 제 밑으로 남동생 금철이를 보았을 때 우리 자매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아들 없이 항상 주눅 들고 아버지의 행패를 당하시던 어머님께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을 생각하여 일곱 살 박이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 복남이가 제 밑을 잘 두었다고 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 주시었어요? 저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커서 언니들이 질투는 했지만 그것이 무슨 나쁜 마음이었겠어요? 그러니 언니들은 고등중학교를 마치자 직장에 내보내면서도 저만은 대학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 주시면서 집 재산 전부를 바칠 지경이었지요.


  그러나 악몽 같던 그 시절 96-98년. 온 동네가 질병과 굶주림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아버님의 병환도 더 깊어지자 저는 부모님들의 저에 대한 희망을 다 집어 던지고 어머님을 따라 생활 전선에 뛰어 들었지요. 하루 종일 모녀가 벌어서 강냉이 국수 한 사리를 싸 들고 들어오면 큰 성과이고 어떤 날에는 본전도 못 벌어 빈손으로 들어 올 때... 그 시절은 참말로 악몽과 같은 시절이었지요.


  시집 간 언니들도 생활은 매 한가지였고 더는 집안의 가장집물도 팔 것이 없어질 무렵,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지요. 아버님께서는 어머님의 손과 내 손을 꼭 쥐고 "나를 용서해 다오. 내가 빨리 죽는 것이 너희를 돕는 일이다." 하시면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셨지요. 아버님께서도 어찌 생에 대한 애착이 없었겠어요. 눈도 감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그 날부터 15일 후에 어머님은 북한에 친척 방문차로 온 중국 조선족 아저씨에게 저를 맡기면서 여기 있으면 같이 죽을 터이니 우리 막내만이라도 살게 해 달라고 애원 하셨지요. 저는 죽어도 같이 죽자고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쳤지만 어머님은 성난 목소리로 "이년아! 나는 이 세상을 다 산 늙은이다. 새파란 나이에 왜 값없이 죽겠어? 이 어미 걱정은 마라. 혼자 입이니 어떻게 하든지 살아 갈 수 있다. 자리가 잡히면 이 에미한테 기별해라." 그 날 밤 그 약속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는 압록강은 무사히 건넜는데 알고 보니 북조선 여자들을 데려다 한족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에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거기서 저는 20대 중반 나이에 50대 초반의 한족집에 중국돈 5000원에 팔려 갔습니다. 여자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더는 살 수 없어 몇 번이나 야반도주하였다가 발각되어 죽지 않을 지경까지 매 맞았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를 또다시 팔았습니다.


  다리 절름발이가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이렇게 짐승보다 못 하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기를 결심하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뛰어내렸고 제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떤 조선족 늙은 내외가 사는 집이였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도움으로 약 1개월간 치료 받았고 그 분들은 저의 사정을 듣고 각처에 수소문하여 한국행을 찾았습니다.


  저는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한국에 오면서 수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몇 나라 국경을 넘어 오면서 수천가지 생각을 더 했습니다. 여기에 와서 생활이 안착되자 어머님을 찾으려고 여러 선을 보냈는데 그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어느 날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고 그 후 소식은 전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연로한 몸으로 길가에서 허기진 배를 부여안고  돌아가시지나 않으셨는지, 생각을 해 보면 온 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그 힘든 세상을 악착같이 살아오신 강하신 어머님이시기에 저는 어머님께서 어디에 가서든지 꼭 살아서 아 딸의 소식을 기다리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니! 계속해서 어머님을 제가 찾고 있습니다. 이 막내딸을 만나시기 전에는 절대로 죽으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꼭 만나야 합니다. 저는 이 곳에서 학원을 마치고 요즘은 회사에 열심히 다녀 돈도 적지 않게 모아 두었습니다. 이 돈은 다 어머님의 몫입니다. 어머님을 찾는 저의 감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꼭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삽시다. 제가 이때까지 못 한 효도를 마음껏 할 수 있게 어머님은 꼭 살아서 우리한테 와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옥동자를 낳아 어머님 품에 안겨 드려 아들 때문에 맺혔던 어머님의 한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할 말은 많지만 오늘은 이만 씁니다.

부디 부디 건강히 살아 있어만 주세요.


2007년 7월 5일

어머니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막내 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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