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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의 둘도 없는 친구에게2007/10/12
관리자

그리운 나의 둘도 없는 친구에게

 이탄실


  복순아, 그동안 잘 있었니? 친구야, 몸은 건강하니? 아이는 잘 크고 있겠지. 너의 부모님은……? 참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구나.


  우리 헤어진지 벌써 11년이 되었구나. 이젠 너도 많이 변했겠구나. 보고 싶은 친구야, 오늘 펜을 들고 글을 쓰자니 지나간 어린 시절 추억들, 사회생활의 추억들이 너무도 생생하구나.


  너와 난 유치원, 학교, 심지어 시집까지도 한 곳에 갔었지. 아마 대단한 인연이었는가봐. 한마을에서 소꿉시절부터 사회의 성인까지 우린 거의 같이 있다시피 했었는데……. 복순아,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어. 인민학교 4학년 때 너와 나, 금실이, 혜영이 우리 네명이 10리나 떨어진 과수원에 가서 복숭아를 따다가 경비원 아저씨한테 쫓기던 일말이야. 그땐 담도 컸었어. 너무도 천진한 철부지들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어.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함흥에 있는 마전유원지에 갔는데 돈도 없고 도시락도 준비 안 해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굶어서 허기진 배를 달래면서 겨우 집에까지 돌아왔지. 그 일로 다음날 나는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 너희들을 데리고 간 주모자였으니까.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지만 그땐 너무도 최악이었어.


  그리운 친구야, 내가 제일 힘들 때 항상 나의 옆에 있었던 나의 둘도 없는 벗이여. 하지만 지금은 네가 많이 힘들 텐데도 너의 옆에서 너무도 멀리 달아나 생사여부조차 모르는 기막힌 친구가 되었으니 그 미안함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니.


  복순아, 지금도 너를 생각하면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어. 내가 너무도 허기져 일어나지 못하고 집에 누워 있을 때 쌀밥 한 그릇에 강낭떡을 해주었던 너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나의 볼을 적시고 있단다. 그때 쌀밥이면 일 년에 한번 있는 생일 때도 먹을 수 있을지 말지 하는, 거의 그림의 떡 같이 느껴질 때였는데, 넌 너도 먹지 않고 시집에서 몰래 나에게 밥을 해주었어. 그때 너의 정성과 밥의 힘으로 나는 용기와 힘을 얻어 자리에서 일어나 너와 같이 콩비지를 해서 팔았었지.


  나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너에게 떠나면서 떠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슬처럼 사라진 무정한 나를 용서해줘. 그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 모진 나는 딸까지 엄마한테 맡기고 죽을지 살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길을 떠났었어. 우리 집 함주에서 무산까지 이틀 밤과 낮을 거쳐 거리의 거지차림으로 두 동생들과 같이 두만강에 도착했지만 앓고 있는 여동생이 거의 의식도 없이 인사불성이 되어버려 강을 건너지도 못하고 산에 갇힌 신세가 되었단다. 아마 친동생이 아니고 사촌동생만 되었어도 우리는 그를 버리고 강을 건너서 중국으로 갔을 거야. 우린 며칠 동안 먹지도,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해서 몹시 지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 우리 삼형제는 무산 광산병원에서 함흥거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며칠을 지냈어. 난 남동생을 위해서 거리의 담배꽁초를 주웠고, 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해서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지.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굶어서 죽는 길밖엔 없으니까. 여동생이 조금 회복되자 우린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 팔고 한 끼를 먹을 수 있었어. 그 밤으로 속옷을 입은 채 두만강을 건넜단다.


  친구야, 아마 편안한 길이고 앞을 알 수 있는 좋은 길이었다면 너도 같이 왔을지 모르지만 죽을지 살지도 알 수 없는 길을 떠나면서 얘기할 수 없었고, 또 너도 알지 북한의 현실을……. 남들이 알면 우리는 평생 감옥살이였을 거고 나라배반자로 우리 온 가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하다. 친구야, 아마 넌 배신감을 느꼈을 거야. 하지만 너도 내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 했으면 좋겠어.


  우린 너무도 이 세상을 몰랐어. 오직 북한 땅에서 한 치의 앞도 모르고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암흑의 땅에서 굶주리고 허기진 배를 안고 죽어가면서도 오직 <우리나라뿐이다>라고 생각했고 외형만 사람 사는 것이지 속은 병들고 썩어빠진 사회라는 것을 너무도 몰랐어. 속담에 있는 것처럼 우린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야. 이 세상을 알았으면 좀 더 일찍이 자유의 날을 앞당겼을지 모르는 일이야.


  참으로 불쌍한 내 친구야. 난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부자들 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단다. 하지만 그리운 내 친구들과 고향땅을 한시도 잊은 적 없었다. 언제면 가볼까. 그때를 기다리고 기다려. 꼭 너를 만나보고 싶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꼭 통일은 이루어지고 우리의 만남도 꼭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만나는 그날 지나간 추억들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


  친구야, 통일의 그날까지 몸 건강히 잘 있기를 바라며 오늘 이만 펜을 놓는다. 보고 싶은 친구를 그리며


2007년 6월 20일

탄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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