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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고향에 계시는 형님에게...2008/10/24
관리자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고향에 계시는 형님에게...


강 성




  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시느라 고생하고 계실 형님 그리고 식량마련에 땔감까지 마련하시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고 계실 형수님...


가깝고도 먼 이곳에서 한시도 잊어 본적이 없는 고향과 그 곳에 살고 있는 형님과 형수님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움과 미안한 죄책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형님의 고생함이 분명 저의 잘못이 아닐진대 어찌하여 형님을 생각하면 저에게 괴로운 생각이 갈마드는 것인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 온 지도 이제는 어언 3년째 접어들건만 아직도 저에게는 고향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이 가셔지지 않네요. 언제나 우리 형제의 맏이로서 고생을 도맡아하시며 동생들을 위하여 헌신하시던 형님과 형수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 막내가 군대에서 다쳐서 돌아 왔을 때도 안타까워하시며 애쓰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군대에서 훈련도중 사고로 제대되어 온 막내에게 밥 한 끼, 약 한 첩 제대로 해줄 수 없었던 그 시절, 동생을 살리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 우리들이었어요? 북한 주민 누구나 겪은 고생이고 아픔이지만 그 속에서도 형제애를 잃지 않고 끈끈하게 이어 온 우리들이 아니었어요?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던 제가 방학이 되어서 집에 내려갔을 때 속수무책으로 방안에 누워있는 동생을 데리고 평양으로 떠난 것은 오직 동생을 살려야겠다는 저의 오기에서 나온 행동이었죠. 지방 사람들이 치료는 고사하고 평양 출입까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행증도 없이 기일을 기약할 수 없는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던 저의 행동은 그때 누가 보아도 불가능한 무모한 도전이었죠.



정전과 전동기 부족으로 며칠에 한번 씩 다니는, 마치 6.25전쟁이나 징병에 끌려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던 8.15광복 직후를 연상시키는 기차 안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몸이 불편한 동생을 자리에 앉히려고 자리싸움과 몸싸움으로 몇 날을 보내며 평양 부근에 까지 가서 내렸지요. 평양 여행증이 없는 우리로서는 거기서부터 걸어서 평양에 들어 갈 계획이었으니까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동생은 가깝지도 않는 거리를 걷다나니 도중에 몇 번씩 넘어지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는 동생에게 이 못난 오빠는 똑바로 걸으라고 화를 내기도 했답니다. 동생이 병이 심해서, 너무 아파서 그러는 지도 모르고 제 생각만 하고 불쌍한 동생에게 화를 낸 나의 처사가 지금에 와서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네요.



겨우 평양 병원에 갔지만 대학생보호자의, 돈 없는 지방에서 온 환자는 의사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호출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평양에 친척도 없었던 저희들인지라 저의 대학친구 집에 며칠 있었지만 뇌에 병이 심하게 온 동생이 잠자리에 변을 보는 증상이 나타나 하는 수 없이 병원 구급환자 대기실에서 밤을 보내기로 하였지요. 초봄이라 쌀쌀한 날씨는 난방도 안 되어 있는 방에서 덮을 것도 없이 자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인지라 저는 추위에 떨고 있는 동생에게 대학생교복까지도 벗어 주고 꼭 껴안아 주었죠. 그런데 그때 저의 눈앞에 보이는 동생의 머리에는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어요.


언제인가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몸 안의 벌레들이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소리가 떠오르며 저의 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동생의 머리에 떨어지고 있었죠.



다음 날 아침 병원의 당 책임자를 찾아가 눈물로 하소연을 하니 바로 해당 과에 전화를 하여 검사를 하도록 지시를 하였죠. 권력의 힘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전에는 소 닭 보듯 하던 의사들이 뛰어다니며 주사를 놔준다, CT검사를 한다, 난리법석이더군요. 진단 후 다발성뇌종양이라며 살려 낼 가망성이 없다고, 집에 데려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다 먹이라고 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저는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었죠.



머리가 너무 아파 죽고 싶다고 하는 막내에게 평양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던 제가 그 애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면 막내는 낙심하여 더는 일어 설수 없을 수도 있었어요. 형님도 아시다 시피 집에 데려가 봐야 밥도 제대로 먹일 수 없었던 지라 막내를 데리고 입원을 하였지요. 그러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막내를 간호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요. 아무리 제 동생이라지만 성인인 여자애의 속옷을 갈아입히는 것은 매번 얼굴이 뜨거웠어요.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을 몰라주고 병마는 이미 막내의 머리에 깊숙이 침입을 해버렸어요.



여행증명서가 없다고 내리라고 날뛰는 열차승무안전원들과 싸움 절반, 도피 절반 하며 막내를 데리고 집에 돌아 왔건만 집에는 딸을 붙잡고 우는 장기 투병 중이신 엄마의 통곡소리만 울릴 뿐이었죠. 집에 내려 와 일주일 만에 막내는 책에서만 보아왔던 마지막 숨을 쉬며 우리들의 눈앞에서 영원히 눈을 감아 버렸지요. 새 옷으로 갈아입히려고 몸을 씻어 주려는 형을 제지하고 내가 하겠다고 했을 때도 형님은 너그럽게 양보해주셨죠.



막내가 죽으면 미칠 것 만 같았던 저의 눈에서는 눈물 한방을 나오지 않았지요. 부모보다 먼저 떠나 간 자식은 관을 하지 말고, 3일장이 아닌 당일로 내가야 한다고 동네 어른들의 강요로 짜던 관을 그만두고 헌 이불에 싸 손수레에 싣고 산으로 가는 우리들은 거의 모든 사고를 정지당한 식물인간들이었지요.



막내를 산에 묻고 돌아 온 야밤에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마실 줄도 모르는 술을 마시고 그때에야 온 동네가 떠나갈 것만 같은 황소울음으로 터트린 저를 형님과 형수님은 실신한 사람들 마냥 지켜보실 뿐이었죠. 참으로 그 순간만은 사는 것이 죄짓는 것만 같았고 죽고만 싶은 마음이었죠.



홀로 빈방에서 형님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막내를 생각하며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어요.


형님!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7천만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하루 빨리 이루어 져야 하며 저는 남쪽에서, 형님은 북쪽에서 그 성업을 위하여 노력하여 통일의 한 선상에서 만납시다.



진정한 자유의 세상에서 자신이 노력만 하면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는 사회에서 살 그 날이 멀지 않았으니 부디 건강하시고 형수님을 잘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꼭 좋은 날을 공유할 그 날을 기다려주세요.



서울에서 동생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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