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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너에게로.2008/10/24
관리자



바람을 타고 너에게로.



오지나


나의 소꿉친구 혜정아 잘 지냈니?


오늘은 바람을 타고 뺨을 스치는 공기 속에서 너의 모습과 너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거닐고 싶구나. 너와 헤어 진지 이젠 8년 세월이 되어가는 구나. 부모님들은 다 잘 계시니? 혹시 결혼은 했니? 궁금한 것이 부푼 솜뭉치 마냥 자꾸 부풀어나서 무엇부터 물어보아야 될지 잘 모르겠구나. 나는 남한에 와서 대학에 다니고 있단다. 전공은 경영학이지.



오늘 캠퍼스를 거닐다가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진 의자를 보며 너의 생각이 많이 나는 거 있지. 우리 늘 수업 끝나면 학교 운동장 의자에 앉아 끝없는 얘기를 했었지. 기억나니? 중학시절(고등학교) 팀 스프리트 군사작전 훈련 때 한 팀이 되어 적들의 공격을 막는다고 추운 겨울날 밤새껏 학교를 지키며 추위를 견디던 날들, 겨울 방학 때 (12월~1월) 하얗게 쌓인 눈들로 울타리처럼 방어진들을 가득 만들어놓고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면서 혹시나 적으로 가장한 군인아저씨들이 쳐 들어올 가 봐 긴장되어 밤새껏 지켰었잖니? 그때 날씨가 영하 25‘c ~28’c 엄청 추웠지.



2시간에 한 번씩 교대근무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시린 발을 녹이기 위해 발맞춤 게임도 하던 일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며 우리의 꿈에 대해 얘기하군 했었지. 넌 커서 음악교수가 되고 싶어 했고, 난 의상설계사(패션디자이너) 가 되고 싶어 했었지. 그때 당시에는 “꿈 많은 처녀” 라는 영화가 흥행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심어주었잖니.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나는 그 다음날 수업시간에 멋진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모습을 그리면 옆에 앉았던 너랑, 친구들이 하나씩 그려달라고 공책을 뻑뻑 찢어 한 장씩 내밀던 학창시절, 비록 화려한 도시락은 아니지만 장작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난로위에 올려놓은 우리들의 점심도시락에서 나는 김치볶음 냄새랑, 된장에 무친 고추냄새랑  교실에 가득 차 우리들의 식욕을 자극했었지. 점심시간 되기 바쁘게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 참으로 그리운 추억을 나누자면 기억을 걷는 숲속을 한참 헤매야 될 것 같구나. 하하!



오늘도 북한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나의 친구들이 과연 살아나 있을까? 아니면 타국으로 탈북하지는 않았을까? 과연 우리들이 만날 그날은 언제일가? 우리들이 다시 만나면 공감대는 어디까지 일까?”등 많은 의문들이 생기더구나. 인간적인 꿈이나 형이상학적 사고나 미래도 사치스런 망상에 불과한 굶주림 속에서 부디 살아남아 있어줘야 할 텐데...



손풍금과 기타 솜씨로 학교1위의 모범생으로, 재간둥이로 꼽히던 너의 모습,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성한 구름은 오락가락 하면서도 알려주지를 않는구나... 혜정아 아직 젊음으로 가득 찬 너이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씩씩 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남한에 와서 세계를 마음껏 보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우리가 북한에서 얼마나 눈먼 장님 과 같은 삶을 살았는지 참으로 마음이 아플 때가 많구나. 극도의 비극은 극도의 희극이라고 했던 “괴테(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의 말처럼, 세계로부터 가장 확실하게 도피하는 방법으로 예술만 한 게 없고 세계와 가장 확실하게 결합하는 방법으로 예술만 한 게 없다는데 예술인을 꿈을 품은 나의 친구 혜정이가 남북예술인의 한사람이 되여 통일의 예술로 분단의 아픔을 감각적으로 아름답게 , 의미 깊게, 가능한 아름답게 재현하는 유명한 예술인 이 되길 바라며 늘 기도하고 있단다.



비록 음악대학에서 공부하는 너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추억을 담아 한 줄  한 줄 북쪽 하늘에 붓을 대고 편지를 써본다.



사랑하는 나의 소꿉친구에게


2008년 5월 11일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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