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51, page : 1 / 3, connect : 0
: 전체 : 2004년 (28) : 2005년 (54) : 2006년 (66) : 2007년 (70) : 2008년 (51) : 2009년 (38) : 2010년 (39) :
형민이에게2008/10/24
관리자



형민이에게


김영금



잘 살고 있냐고도 물을 수가 없는 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몇 자 적을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네가 그립구나.


그냥 잠시 만났던 만남이었거늘..



사람의 인연이란...



중국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너를 봤고, 너 또한 나와 같은 처지일거라 믿었지. 하지만 네가 나와는 다른 사연을 듣고 크게 놀랐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고백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너를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그 사연때문이고 그런 고통이 있으면서도 항상 웃었던 네가 훌륭했기 때문이야.



내가 탈북을 결정한 것은 단지 아빠 잃은 서러움과 친척집에서 눈치 밥 먹는 아픔이 몹시 견디기 어려워서, 도피할 곳이 필요해 중국으로 선택했을 뿐이야. 단지 도피하고 싶어서...



나는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눈치 보는 것이라 여겼을 만큼 순진했었어. 그리고 중국으로 가면 그런 삶이 끝날 것이라 믿었고..


참으로 어리석었지만 너를 보기 전에 내 믿음이 실현 될 것이라 믿었지.



너를 처음 봤을 때 너의 웃는 모습에서 나는 너 또한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확신했어.


그러니까 너도 잠시 도피하고 싶은 곳으로 중국을 택했다고 믿은 거지..


그때 나이엔 자신의 경험한 바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할 때이니까..



그런데 우연히 너의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말문이 막힐 만큼 충격적 이였어. 그런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유지하는지가 신기하면서도 역겨웠어. 나는 나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여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감정 따위는 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을 때였으니까..



너는 어머니와 함께 목숨이라도 부지하고자 정든 고향땅을 뒤로하고 중국으로 왔어. 우선 목숨을 부지하려고 중국으로 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놀라웠어. 난 내 자신의 배고픔보단 누군가로부터 눈치 보는 것이 더 힘든 것이라고 느꼈으니까..



진정한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알지 못했던 나의 부족한 소견에서 나온 놀라움었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울 정도야..



모자가 목숨을 부지하고자 중국으로 왔지만 달리 살아갈 길이 없었다지..


너는 아직 어린 아이였을 뿐이니까.. 참 막막했을 거야..


말은 통하지만 자주 나타나는 공안대들 때문에 맘 편히 지낼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언제까지고 남의 집에 얹혀살 수도 없고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린 너까지 보호해야 하는 너희 어머니의 고뇌는 말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을 거야.



이런 찰나에 중국인에게 시집가면 적은 액수의 금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 어린애는 다시 북한으로 보내고 시집가라는 제안을 받았다지.. 처음엔 완강히 어린 너와 함께 하겠다고 부인했다지.. 그게 어머니이니까..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린 너도 어머니에게 그렇게 할 것을 권했다지.. 그걸 권했을 때 너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졌을 거야. 어린나이에 어머니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데 아프지 않을 수가 없지.. 이별에 대한 아픔은 누가 배워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니..



너는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좋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 믿었고 물론 약간의 불안감도 있지만 그런 것쯤은 무시하려고 노력했지.. 다만 어머니라도 편하게 지내면 너는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땐 어머니를 찾아가서 부탁해도 될 것이라고 믿었지.



그게 인생을 덜 산 너의 짧은 소견이었으니까..


그것이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기는커녕 연락도 할 수 없는 그런 이별이 될 것이라고 너는 생각은 아니더라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어머니도 주변사람들에 의해 사리판단을 하지 못했어. 너처럼 지속적으로 생기는 액수를 너에게 주면 너라도 편히 살 수 있을것이라고 믿으셨으니...


서로를 위한 마음 때문에 나중엔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너의 어머니는 한족에게 시집을 갔다지..


그 이후론 4년 동안 연락이 안 된 다지..


마을 주민들은 너의 어머니가 어디로 시집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이 얘긴 정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아파지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사연이었어.


그 사연을 듣고 나니 네가 얼마나 불쌍해 보이는지..



어머니와 연락이 끊긴 너는 내가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눈칫밥을 먹으면서 지내야했어. 한 창 농장에 일거리가 많을 땐 중국으로 건너와 일을 하여 몇푼 받고 일거리가 없을 땐 다시 북한으로 갔지. 그래서 그 곳 사람들은 네가 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너는 그곳 사람들에겐 편안한 친구였어. 절대로 일한 대가를 주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을 만큼..


그러나 그 편안함 속에는 항상 넌 외부인인 걸.. 너도 알지.. 그래서 눈칫밥을 먹는 것이고..



그런데 그렇게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너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어. 네가 몇푼 안 되는 돈을 받으려고 중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어머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머니가 혹시라도 너를 찾고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다림 때문이라고.. 그리고 다들 변방이 아닌 중국의 내부로 들어가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도 너는 그냥 변방에서 농장 일을 할 거라고 고집 부리는 이유도 어머니가 너를 찾아왔을 때 연락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철없는 생각에 시집가라고 권했던 네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그것이 영영 이별로 남아 가슴에 한이 되고 그리워만할 것이기에 더욱 만나고 싶어 하는 너의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 너를 보니 네가 더욱 측은해지는 것을....



그러나 너도 그런 아픔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전혀 내색을 하지 않기에 나 또한 네가 불쌍해서 같이 울어주고 싶을 만큼 네가 친근하게 느꼈지만 왠지 너의 슬픔을 건드리는 듯 하여 그냥 아무런 말도 듣지 않은 듯 행동했지.



그냥 천진난만하게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하는 그런 사이로....



다 아는 듯한 눈길로 너를 바라보는 나를 너는 애써 피하는 걸 나는 느꼈어. 그러나 네가 밉지 않았어. 누구나 가슴속에만 두고 싶은 사연이 있는 것이니까.



근데 너 그거 아니??



네가 나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다는 것을..


그래서 항상 네가 고맙고, 이렇게까지 성숙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네가 그립다는 사실을...



너의 사연은 나를 철들게 만들었어. 나는 기껏 도피하기 위해서 중국에 왔고, 중국에서의 생활이 나에겐 활력소가 될 것이라 믿었으니까.. 그런데 너와 같은 사연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어찌 사고하는 인간으로써 느껴지고 뉘우치는 것이 없겠니.



나 또한 공안대에 붙잡힐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먹는 것은 족하나 눈치 봐야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때 너를 보고 알았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아픔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여 상대도 힘들게 해서 서로가 고통 받는 것은 참으로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라는 것도..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웃는 네 모습이 역겹다고 느낀 건 성숙한 너의 마음가짐에 질투를 느껴서 일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많이 웃으면서 지내..


웃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지.



웃는 내 모습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너의 기억 속에 나는 항상 무표정을 한 여자아이였을 테니까...



언제고 만나면 미소를 보여주고 싶은 아이...



                                       김형민에게 이 편지를 보내~



덧글 개


325

 [2008년] 형민이에게

관리자

2008/10/24

9840

330

 [2008년] 현철이에게 보낸다.

관리자

2008/10/24

9810

313

 [2008년] 항상 보고싶은 순옥이에게

관리자

2008/10/24

10127

322

 [2008년] 항상 보고 싶은 친구에게

관리자

2008/10/24

10158

346

 [2008년]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관리자

2008/10/24

10464

336

 [2008년] 한줌의 흙이 되신 부모님께 용서 빕니다

관리자

2008/10/24

12014

329

 [2008년] 한순간도 잊지 못할 부모님에게

관리자

2008/10/24

9640

314

 [2008년]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올립니다

관리자

2008/10/24

10148

347

 [2008년] 존경하는 누님에게 드립니다.

관리자

2008/10/24

10356

351

 [2008년] 은동이에게

관리자

2008/10/24

10221

334

 [2008년]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오빠에게

관리자

2008/10/24

10530

345

 [2008년] 어머님께 드립니다.

관리자

2008/10/24

10224

304

 [2008년] 어머님 전상서

관리자

2008/10/23

10016

333

 [2008년] 아버님께 드립니다.

관리자

2008/10/24

9163

319

 [2008년]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아버지에게 이글을 씁니다

관리자

2008/10/24

10002

352

 [2008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고향에 계시는 형님에게...

관리자

2008/10/24

10310

350

 [2008년] 사랑하는 친구에게 몇 자 적는다.

관리자

2008/10/24

10184

338

 [2008년]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관리자

2008/10/24

9818

316

 [2008년] 사랑하는 아들에게

관리자

2008/10/24

9801

326

 [2008년] 사랑하는 아들에게

관리자

2008/10/24

9393
  1 [2][3] 
Copyright 1999-2022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