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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누님에게 드립니다.2008/10/24
관리자




존경하는 누님에게 드립니다.


정철


누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누님을 마지막으로 뵌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두고 온 고향산천이며 누님이랑 매형이랑, 조카들도 많이 변했으리라 봅니다. 저와 저희 가족은 이곳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생활이 유족하고 행복할수록, 누님을 비롯하여 그곳에서 지금도 힘든 생활을 하고 계실 친척, 친우들에게 더더욱 미안하고 저 혼자, 우리만이 누리고 있는 이 행복에 대한 죄책감이 온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화전민의 자식들로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이기에 그 운명 자체가 처음부터 비극 이였지요, 화전을 일으키다 미끄러져 떨어진 아버지가 골병으로 4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고 올망졸망한 우리 사형제가 어머님만을 바라보며 살았는데 어머니마저 그 이듬해 한 많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우리는 온 우주를 잃은 것 같았고 앞길이 막막하였고 부모님들을 따라 죽을까하고 생각도 하였는데 그때 18살밖에 안되던 누님이 우리의 보호자로 나섰고 어머님 품 대신 우리는 누님의 품을 의지하여 살게 되었지요.



너무나도 어리고 연약한 누님의 두 어깨에 놓인 생활의 짐이 너무도 막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형제는 누님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목 놓아 울었던 밤도 수없이 많았지요. 이렇게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구세주처럼 찾아온 매형은 우리들에게 아버님을 대신해준 든든한 버팀목 이였지요, 우리 형제 중에 남자란 저 혼자뿐 이였고 누님은 저만이라도 꼭 대학공부를 시켜야 한다면서 고집하시는 바람에 저는 집안 살림에 보태기는커녕 온 집안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하였지요.



방학에 집에 오면 모든 형제들이 그동안 아끼고 또 아껴두었던 맛 나는 음식들로 저를 반겨 맞아주었고 저는 이 사랑에 꼭 보답하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언제나 우리 형제의 어머니가 되어주신 누님의 그 사랑이 자양분이 되어 다른 집 자식들보다 더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큰 기업소에 배치 받아 승승장구하였고 당의 조치에 따라 분과대학의 교원으로 발령되자 누님과 매형은 너무나도 기뻐 “우리 승훈 이가 끝내 해냈구나, 참 용타, 용해” 하면서 두 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그리운 누님!


그러던 제가 대학 교편을 잡고 있다가 나의 주의에 보위부 요원들이 있는 것도 모르고 “무산광산에 있는 100t 화물자동차를 <자주호>라고 하는데, 너무나 자주 고장이 나서 말이야!” 라고 우스갯소리로 얻어들은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그만에 그 말이 보위부에 신고 되여 당 정책을 비방했다는 죄명을 쓰고 대학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매일 보위부에 불리여자서 <사상검토>를 받았는데 나중에는 온갖 사상 감투까지 씌여졌습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반동>으로 몰리여 영영 죄인으로 살게 되는 것이 시간상 문제였기에 저는 결국 탈북을 결심했지요,



눈보라가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1월초 야밤에 누님과 매형은 저의 결심을 지지해주면서 “이곳 가족 걱정이랑 말아라,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볼 봐주겠으니 너만이라도 꼭 살아서 성공하길 바란다.” 하시며 강둑까지 저를 바래주시였지요. 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도 고드름이 되어 얼굴을 할퀴였으나 아무러한 감각도 없이 앞으로만 걸어갔습니다.



누님!


그런데 중국 대안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저의 앞에는 흰 백포를 쓴 공안대원이 꼼짝도 않고 저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온몸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았는데 그 사람도 역시 움직이지 않더군요, <용감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가까이 가보니 그 사람은 눈 덮인 고목이었습니다. <노루 제 방귀에 놀란다.> 는 격으로 저의 신경이 너무나도 긴장된 탓에 벌어진 희비극 이였습니다.



저는 그 대안의 한 조선족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깊은 산중에 들어가 소 방목도 해보았고 돼지목장, 오리 목장에서도 일했습니다. 그 오리 농장 사장이 어느 날 저한테 “임자는 아무리 봐야 이렇게 험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 하면서 위로해 주었습니다. 몇 달 지나 보아도 그 사장이 나쁜 사람 같지 않아 저에 대해 이야기 했고 최대 소원이 “한국행”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 분이 소개로 천진지방에 있는 한국 목사님이 와 계신 곳으로 저를 안내 되었고 저는 그 목사님의 도움으로 또다시 2개 나라 국경을 넘었습니다. 수시로 침습해오는 신변위험을 저는 용케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누님 곁을 떠난 지 꼭 27개월 만에 저는 꿈결에도 그리던 대한민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 교원까지 했는데도 한국이 이렇게 잘 사는 나라인줄 몰랐습니다.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사나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피눈물이 이였습니다. 그렇게도 험한 세상에서 고행하고 누님, 매형, 형제들에 대한 미안함과  이 나라에서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신념의 눈물 이였습니다.



누님!


지금 저는 “컴퓨터학원”을 졸업했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과장으로 되었습니다. 그 후 누님과 매형의 피타는 노력과 사랑으로 저의 가족의 탈북이 성공하였고 지금 우리 온 가족 아들과 딸, 안 해와 함께 잘 살고 있습니다. 인편을 통해 약간의 지원금을 보냈는데 누님은 자신 걱정은 말고 내 동생만이라도 잘 살아달라고 당부해 보냈더군요.



누님, 매형


그 돈은 아주 적은 것입니다. 그만한 여유는 이곳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는 큰돈이겠지만 이곳 한국에서는 얼마든지 노력하면 벌수 있습니다. 제 아들, 딸, 안해도 누님이랑 매형 그리고 그곳에 있는 형제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려고 열심히 일하고 생활에서 근검절약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모든 전자제품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있습니다. 더운물, 찬물은 요구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정전이라는 말은 안 쓴지 오랬고 모든 계단은 승강기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사시장철 야채, 과일을 요구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리들, 북한에서 목숨 걸고 탈출한 우리들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있습니다.



누님이랑 매형도 어서 빨리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데…….


생활 지원금은 닿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끼시지 마시고 요긴하게 쓰세요. 누님을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서 바쳐야 할 저희들입니다.


누님은 우리들의 대접을 받으실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절대로 앓지 마시고 주눅이 들지 마시고 떳떳이 건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저의 안해는 누님 몫으로 “저축통장”을 만들어 놓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날자만 되면 꼭 일정금액을 은행에 맡깁니다. 우리들의 효도를 꼭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매형도 누님이랑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꼭 건강히 있어주기만을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씁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8년 3월 22일


동생 정 철 올림


손녀 유지영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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