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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에게...2010/01/05
관리자

사랑하는 동생에게...


   


                                                                      함기탁


   


보고 싶은 동생! 동생이라고 불러본지도 벌써 15년 세월이 훌쩍 넘어서고 있소.


그 동안도 그 모진 세상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지내는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긋지긋해지오. 동생과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일이 우리 집 맏딸 결혼식이 있었던 해로 지금도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고 있소.


   


그해가 1994년이었지.


식량배급소가 문을 잠근 지 오래 되었으니, 인민은 배고픔에 쓰러지고 아우성쳐도 그 어데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었소. 게다가 맏딸은 서른 살이 다되어가니 노처녀로 더는 그냥 내버려 들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었소. 서둘러 결혼식 날짜를 정해놓고 보니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소.


   


당장 깨도 배우지 못하는 형편에서 결혼식을 치른다고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하기만 하였소.


당에서는 관혼상제를 간소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술이냐 한 병 놓고 사돈 간 서로 마주 앉아


인사나 나누라고 하였소. 그렇다고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을 그렇게 서뿔리채 치울 수는 없었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걸린 것은 식량이었소. 배급이 중단되니 뒤 골목에서 암거래 되는 쌀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소. 한 달 월급 받아 쌀 1Kg도 살수 없었으니 참으로 귀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었소.


   


결혼식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무엇 하나 마련해 놓은 것이 없었으니 그때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말로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소. 세상을 탓하고 원망할 수 없는 것이 저주스럽기만 하였소. 내가 이일로 하여 혼자 중중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때 동생이 나의 앞에 불쑥 나타났소. 그 날이 바로 결혼식을 이틀 앞둔 저녁이었소. 동생은 기차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아 자동차를 겨우 얻어 타고 수백리 길을 한 달음으로 달려와 나의 앞에 식량배낭을 풀어놓았소. 나는 그때 너무도 감사하고 감격에 북받쳐 동생의 손을 한동안 놓을 수 없었소.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복이 나에게 저절로 들어본 것이었소.


그때 동생이 가져다준 식량은 나를 위기에서 구원해 준 따뜻한 정성의 선물이었소.


그 외에도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에도 나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동생의 지극한 정성은 나의 머리 안에 오래도록 깊이 간직되어 있소. 세월을 거슬러 지난날을 되새겨보면 동생이 겪은 고통과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소.


   


아버지의 일시적인 과오로 아버지를 따라 광산 노동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일로 하여 병든 몸이 되어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으로 전락되었으니 그 원한은 아버지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운명을 헌신짝처럼 여기며 좌지우지하는 사회주의 제도 자체에 있다고 생각되오, 아버지가 범했다는 과오는 유일사상체계의 덫에 걸려든 죄명이었소.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였으니 여기에서는 그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으며 빠져나올 구멍도 없었소. 어느 한 술좌석에서 있은 일이 아버지에게 씌워진 누명이 화근이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해본일이겠소? 어느 한 술좌석에서 있은 일이었소.


   


술이 몇 잔 돌아가고 취기가 오르자 서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연들을 털어놓으며 이야기판을 벌렸소. 그리고 한쪽에서는 라디오가 요란히 울리고 있었소. 이때 아버지께서는 라디오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라디오를 끄라고 하였소.



이것이 문제되어 당에서는 아버지가 당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반당적 행위로까지 극대화 시켰소. 이것으로 하여 아버지는 당에서 책벌 받고 광산에 쫓겨 가게 되었소.


   


참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초보적인 표현의 자유도 구속받고 통제받는 북한사회야 말로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없는 폐쇄 사회임을 세상 사람들은 잘 알고 있소.


   


동생! 나는 지금 대한민국의 따뜻한 품안에 안겨 마음껏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남부럽지 않게 잘 먹고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있소. 마음 같아서는 동생을 곁에 두고 마음껏 병 치료를 해주어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생각이 불같이 앞서고 있으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오.


지금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도 나의 마음만은 항상 동생에 가 닿고 있으니 아무쪼록 건강에 각별히 관심을 돌리고 살아가길 바랄뿐이오.


   

동생! 동생이 지니고 있는 강한 의지력을 계속 견지하여 앞으로도 변함없이 꿋꿋이 살아가 통일될 그 날을 기다리며 우리함께 만날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펜을 놓겠소.

 

노원에서 형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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