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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딸 진옥에게...2010/01/05
관리자

보고 싶은 딸 진옥에게...


                                                                       김화송


   


내가 고향을 뒤로하고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넌 후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은 바로 너의 생사여부이기 때문이다. 나로 인하여 어떤 불이익을 받지나 않는지?


   


그 모진 세월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삶인가를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는구나. 내가 집을 떠남으로 해서 괴로움과 학대를 받으리라 생각하면 잠자리에 누워도 잠들 수가 없는 밤이 그 얼마인지 모른다.


   


그리운 진옥아...


너의 귀한 몸 건강은 어떠한지, 그리고 정민이와 정희도 잘 크고 있는지, 또한 정민이 아버지는 나를 원망하지나 않는지, 직장에는 잘 다니고 있는지 근심만 쌓여간단다. 때 없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손자 손녀가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워 나도 모르게 초등학교나 유치원을 찾아 도래아이들을 볼 때면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쳐다보다 종당에는 눈물을 흘리며 정민이란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불러보고 돌아 오군 하는지 모른단다. 나도 이젠 늙었나보다. 두만강을 건너기 전까지 상상하기도 힘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렇게 두만강을 무사히 건넜는데 너에게 소식조차 전할 수 없고 답답하던 차에 탈북자들의 편지를 모아 출판한다기에 몇 자 적게 되었다.


   


나의 소식이 너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말이다. 두만강이 오늘과 같이 설음 많고 한 많은 강이 된 적은 일찍이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은 두만강을 ‘도망강’이라 부르고 ‘죽음의 강’이라고 한단다. 강기슭에 서서 귀를 기울이면 구비마다 세찬 물소리는 원한을 호소하고 하소연을 하면서 흘러내리니 말이다.


   


내가 두만강을 건너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또 너랑 헤어지면서 까지 두만강을 건널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너는 잘 알거라고 믿고 싶구나. 내 나이 70이 되도록 북한이라는 독재정권에서 살아오면서 성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받은 수모는 얼마이며 당했던 불이익이 얼마였는지 너는 다는 모를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그 어디에 내놔도 당당하게 너희들을 키우고 열심히 살았고 또 노력하면서 살았단다. 다행이 너를 비롯한 동생들은 다른 집 자식들보다 무엇이든지 잘했고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았지.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걸 보면서 나는 그 때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단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정권 밑에서 억눌려 살았던 나의 한 평생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도저히 살수가 없어 두만강을 건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생각에 잠겨 밤길을 걸을 때면 내 어린 시절 양지바른 언덕아래 고향 마을이 떠오르고 냇가에서 뛰놀던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단다. 아마도 그 때가 나에게는 제일 미워하는 남한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고 보니 생소한 땅에 별천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고속도로와 시골길까지 포장된 도로, 눈부신 야경, 즐비한 아파트단지들, 외화가 없어도 어떤 상품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있더구나.


이 모든 것을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항상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단다.


   


보고 싶은 진옥아.


사람 살 곳에 너를 두고 왔다면 내 마음 이다지 아프지 않으련만 마음속에 못을 박고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구나.


   


너는 아직 젊었으니 마음속에 꿈을 키우며 지금의 역경을 견뎌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너와 너의 가족 모두 건강하게 무사히 잘 살기 바란다.


우리 부녀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헤어져 애타게 그리워만 하며 괴로워하고 있으니 어떻게 이 마음을 달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무쪼록 열심히 살아다오. 언젠가는 우리 서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비록 지금은 만날 수 없고 먼 곳에 떨어져 살지만 네가 이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글을 쓸수록 네 생활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걸 어쩔 수가 없구나. 하고 싶은 말 너무 많지만 우리 함께 만나는 날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은 이만 줄인다.

 

부디 너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서울에서 아빠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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