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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과 만남이 가져오는 만남의 그날 통일2010/01/06
관리자


헤어짐과 만남이 가져오는 만남의 그날 통일


- 사랑하는 할아버지에게-


                                                                   김향순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다른 가족 분들도 모두 건강하시죠?


내가 북한을 떠난 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서 이렇게 달리는 펜에 몸을 실었어요.


   


추석이었죠.


흥겨운 노랫소리가 집집마다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코를 찌르는 맛있는 음식냄새, 저마다 앞을 다투어 친척집을 찾아 나선 사람들... 모두들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 집은 완전 딴판이었어요.


   


전날 수녀님이 쉼터에 오라고 전화를 주셨어요.


다른 날엔 참새처럼 쉴 새 없이 조잘조잘 입방아를 열심히 찧던 동생도 오늘만은 말없이 묵묵히 이를 닦고 있었어요. 아무 말도 없이 썰렁한 분위기가 흘러 준비를 마친 우리 가족은 수녀님들의 쉼터에 가려고 버스를 탔어요. 다른 날 같으면 지하철이 조용한 시간이겠건만 오늘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어요. 웅성거리는 버스가 너무 싫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직 나의 뇌리를 치는 것은 2년 전 추석에 대한 생각들과 가족에 대한 생각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뿐 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나는 아침 일찍부터 할아버지 집에 가서 조상님들에게 제도 지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었는데.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볼수록 그리움은 날과 달이 흐를수록 더해만 갔어요.


   


(간을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흘러간 시간은 흘러가기만 할뿐 되돌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리움이란 시간이 흐르면 잊혀 진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움은 분명히 헤어짐과 만남을 이어주는 끈 일거에요. 그러니까 절대 잊혀 지지 않을 거예요. 헤어질 때 아픔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의 날과 달을 보내다 보면 언제까지 꼭 만남이란 운명적인 순간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움의 줄을 놓지 않고 꼭 만남의 그날까지 함께 가겠어요. 그리움에 지쳐 상처를 받고 용기를 얻으며 나는 자신을 채찍질해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의 입에는 함박꽃 같은 웃음이 활짝 피어나있어요. 시간이 흘러 우리 가족은 수녀님의 쉼터에 도착했어요. 반갑게 맞아 주시는 수녀님들에게 인사를 하고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임진각으로 향했어요.


   


햇솜 같은 송이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맑은 하늘, 구름 뒤에 숨어서 숨박꼭질을 하는 해님, 가을바람에 산들산들 춤추는 나뭇가지들, 임진각을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차들...


   


달리는 차창으로 펼쳐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나는 임진각에 도착했어요. 제일 먼저 북한 땅에 묻혀 있는 조상들에게 인사를 하고 난 우리는 북한 땅이 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갔어요. 거기서 북한 땅을 보고 있노라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억울함 때문에 두 눈에는 이슬이 가랑가랑 맺혔어요.


   


풀 한포기 없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메마른 가시밭 같은 산들, 그 사이로 빠진 이처럼 자리 잡고 있는 주택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지만 나의 뇌리 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온 강산에 흰 옷을 입혀주듯 예쁘게 내려 않았던 눈들이 봄날의 눈석임이 되어 없어지고 버들가지들이 뽀송뽀송한 털을 자랑하는 봄에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 뒷산에 감나무를 심던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왔어요.


   


참, 할아버지랑 그때 감나무가 내 키만큼 크면 꼭 기자가 되겠다고 약속도 했었죠. 나의 어린시절이 깃들어 있고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 곳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넘 좋아했던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서러움 때문에 나의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어요. 할아버지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또 이렇게 말씀하셨겠죠.


   


“손녀야, 울면 안 돼. 눈물은 흘려서도 다른 사람한테 보여서도 안돼. 어서 그쳐. 뚝...”


“그래요, 할아버지 울지 않을 게요. 내 꿈을 이룰 때까지 절대로 울지 않을게요. 열심히 노력해서 할아버지랑 한 약속 꼭 지킬게요. 꼭 기자가 될께요.”


   


지금은 비록 하루면 오가는 거리에서 살면서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날이 올 거예요.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따뜻한 봄이 와서 예쁜 꽃을 피우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할아버지, 그러니까 통일이 되어서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히 잘 계세요, 내가 할아버지한테 당부하고 싶고 바라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만남의 그날까지 꼭 살아 계셔야 해요.


내가 할아버지랑 한 약속만은 지키게 해 주세요.


   


전하지 못할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 계속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어요. 비록 떨어져 있어도 할아버지가 듣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렇게 할아버지랑 대화를 나눈 나는 소원을 적어 걸어둔 곳에 갔어요. 참 이상하게도 나의 뇌리를 뱅뱅 도는 말은 오직 하나였어요.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그리움의 말들이 나를 더욱 더 힘들게 했어요. 혼란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던 나는 마음을 정리하고 글을 썼어요.


   


“헤어짐과 그리움은 새로운 만남의 바탕이다.


새로운 만남, 통일된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이다. 그래서 통일된 그 날 할아버지를 만나면 성공한 나의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소원보다도 결심을 쓴 것은 여긴 북한이랑 제일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아실 것 모습을느낌이 들어서였어요. 어느덧 밝습을빛을 비추던 해님이 서산마루에 걸터앉아 저녁잠을 잘 준비를 하고 붉습을노을이 물들더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새로운 만남, 통일된 그 날을 상상하며 임진각을 떠났어요.


   


할아버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한라산을 넘을 높이지만 찾아뵙지 못하고 편지로 쓰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나중에 통일되면 할아버지한테 남은 이야기를 마저 들려 드릴께요.


   


할아버지, 오늘은 이만 쓸게요.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하늘만큼 땅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요.            


   


손녀 김향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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