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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성호에게2004/09/17
관리자


                                                                                                                         김 태 호

  성호야!
  헤어져 지금까지 한 순간도 나의 가슴 속에서 잊어 본적이 없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이 편지가 너에게 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오늘밤 꿈에서라도 요정속의 새라도 나타나 아비의 마음이 담긴 이 편지를 너에게 물어다 주길 하늘에 빌면서 이글을 쓴다.

  내가 눈물과 이별의 강, 두만강 강가에서 돈벌어 온다며 너와 헤어진 후 남의 나라에서 온갖 민족적 멸시와 인간 이하의 천대를 받으며, 또 그보다 더 무서운 체포와 북송의 올가미를 피하여 자유로운 남한 땅에 발을 붙인지도 어언간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지나간 1년 세월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50여년의 생애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렇게 육체가 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건만 어미 잃은 새끼 새와 같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추위에 떨면서 헤매고 있을 너의 처량한 모습이 가슴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아 참을 수가 없구나! 끼니마다 차려지는 맛있는 음식과 밤마다 차려지는 편한 잠자리를 마주 할 때마다 어쩐지 너의 20여년 일생에 쌀밥 한 그릇 배불리 먹여 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이 아비의 가슴은 찢어질듯 아프구나!

  내가 왜 그때 너를 데리고 떠나지 못했는지... 정말 원망스럽구나!
  강냉이 몇 됫박 구하러 허기진 배를 안고 먼 길 떠났다가, 낯선 길가의 풀밭에서 한 많은 세상을 저주하며 눈도 못 감고 세상 떠난 네 어머니의 사진 한 장씩 나누어 가지고 헤어지면서 인차 돌아 가리라던 그 길이 이렇게 오랜 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가 이 남한 땅에 오게 된 것은 하늘이 나에게 준 복이라 하겠지만 어쩐지 완전한 복은 없는 것 같구나! 내가 전생에서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아내를 잃고 사랑하는 자식과 생이별까지 당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성호야!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었을 하고 있느냐?
그전에 연길에서 알게 된 사람을 통해 금년 5월 달에 너를 찾으려고 00에 사람을 내 보냈었지만 너의 행처를 알 길이 없다고 그냥 왔더구나. 윗집 승옥이 어머니가 너를 3월 달에 보고는 그 후에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어쩐지 떠올리기에도 끔찍하고 불안한 생각이 밤마다 자꾸만 나를 괴롭히는구나. 저녁마다 친구들이 부어주는 그렇게 좋아하는 술마저도 목으로 넘어가지를 않는구나.

  그렇게도 지독하게 추웠을 지나 간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는 했는지... 이 봄의 보릿고개의 굶주림은 어떻게 넘겼는지 이제는 여름이 다 되어 강남 갔던 철새들도 어김없이 찾아 왔고 대지엔 온갖 꽃들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너만은 오직 소식이 없구나.
  가을이 되면 북쪽에 갔던 철새들이나 너의 소식을 물어 올는지!

  인간이 하늘을 나는 날 새만도 못해 하루면 갈 수 있는 지척에 제 자식을 두고도 만나볼 수 없는 이 처지가 한스럽고 이 나라를 가로 지른 38도선이 증오스럽구나. 지금은 6월의 밤이라 밖에는 풀벌레 소리 처량하고 하늘의 저 달빛은 쓰라린 이 가슴에 그리움만 더 보태는구나. 나는 부디 네가 살아서 이 아비와 같이 지금 저 달을 바라보고 있기만을 하늘에 빌고 또 빈다.

  이 아버지라는 것이 말뿐이지 한 가정의 장래는 고사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제자식의 생사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내 자신이 정말로 저주스럽다. 내가 조금만 더 먼저 정신을 차렸어도 그 저주스러운 독재정권에 집착을 버리고 제 처자를 지켰을 텐데 정말로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성호야!  8월초에 다시 너를 찾으러 사람을 00으로 내보내겠다.
  그리고 네가 살아 있다면 전번에 사람이 나갔을 때 승옥이네 집에 네가 오면 주라고 약간의 물건과 돈을 맡겨 두었으니 찾아서 승옥이 어머니에게 조금 인사를 하고 생활에 보태도록 하라. 그리고 그 집에 꼭 너의 행처를 남기고 움직이도록 하여라.

  위에서도 썼지만 나는 너와 헤어진 후 돈을 벌어 보려고 동북 땅 곳곳에서 숨어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하였다.  그러다가 공안의 수색을 피하여 떠돌아다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고향을 떠난 지 1년 반 만에 남한으로 왔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공민으로써 성실한 삶을 살고 있으며 너와의 만남과 미래를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 성호야!  
  오직 너는 나의 삶의 희망이며 전체이다. 나는 네가 꿋꿋하게 살아서 내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며 또 너는 꼭 그렇게 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밤 꿈에서라도 너를 만나 보았으면 좋겠구나.

성호야!
네 어머니의 묘지엔 잔디가 다 살았는지? 올해는 9월 28일이 추석이니 만약에 네가 자리를 아주 뜨게 된다면 꼭 그전에 찾아보고 떠나도록 하여라. 그리고 어머니의 사진을 잘 간수하여라. 잊어서는 안 되리라. 조상의 뼈가 묻혀 있고 네가 태어나 태를 묻은 아름다운 고향, 언젠가는 반듯이 돌아 가야할 그 땅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하련다.
사랑하는 아들아 부디 만나는 그날까지 몸 건강하여라.

아버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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