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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딸 금순 이에게2004/09/17
관리자

  
                                                                                                                     신 기 식

  금순아!
  부르고 불러도 대답 없는 너에게 오늘만은 웬일인지 더더욱 불러보고 싶은 마음 불쑥 치솟는구나! 세월은 흘러 흘러 너와 헤어져 피눈물을 삼키며 이어온 나날도 그 얼마인지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아야 생각나는구나.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너와의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로막아 목 놓아 울고 또 울어도 아버지 가슴에 맺힌 한을 삭이기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만 치밀어 오르는구나.
  내가 집을 떠나는 날 밤 너는 깊은 잠에 잠들어 있었지! 나는 너의 수척해진 얼굴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도 깨우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그때 내가 잠든 너를 깨운들 그 무엇으로써도 너를 위로해주고 달래 줄 달콤한 말 한마디도 해줄 수 없었던 것이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아버지가 떠나는 길이 너와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인줄을 알면서도 집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조차 너에게 말 한마디조차 남기지 못 한 채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인들 얼마나 쓰리고 아팠었는지는….
  산천초목이라도 화답해주면 얼마나 고마우련만, 그 누구에게도 이 아픈 사연 하소연 할길 없었으니 더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만 왔단다.

  그날 밤 나는 출입문을 열고서도 한참이나 손잡이를 놓지 못한 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왜 그러지 않았겠니? 이제 내가 집을 나서면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기약 없는 길이었으니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옮겨 짚으며 소리 없는 울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한 발자국 옮겨놓고는 다시 뒤돌아보고, 두발자국을 옮겨놓고도 다시 뒤를 돌아보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을 기억 속에 나마 영원히 간직하려는 듯 망설이며, 주춤거리며 균형도 잃은 채 비틀거리며, 어두움을 더듬어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갔다.
  
  열차에 올라서도 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언뜻언뜻 스쳐 지나는 정든 마을과 거리도 자꾸만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이 너무나 야속하고 무정하기만 하였다.
  도대체 무엇이 화근이 되어 우리가정을 이 지경으로 갈라놓고 서로의 가슴을 피멍들게 한단 말이냐? 앉아서 죽느냐, 그렇지 않으면 싸우다 죽느냐 하는 생사의 판가름이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선택한 이처럼 어려운 결심은 수없이 많은 좌절과 동요, 번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얻어진 극단의 처방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지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대상은 한 가마솥의 밥을 먹고사는 가정이었다.
  가정마저 갈라놓고 흩어져 살면서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너는 이미 출가한 몸이었으니, 그것 또한 다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것은 신중한 문제이기도 하였다. 행동에 앞서 서로 엉키고 뒤섞인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심은 채택된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큰일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작은 일도 희생하여야 하였다.

  이렇게 되어 결국 너는 우리와 같이 행동에 합류하지 못했다. 더욱이 만삭이 된 너를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심정인들 오죽하련만,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안타까운 심정 또한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굶어도 같이 굶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늘 함께 터놓고 살아왔던 우리가정에 이처럼 엄청난 불행이 닥쳐오리라고는 누가 꿈에라도 생각이나 해보았겠니?

  경제는 파탄되어 상점은 텅텅 비어있고 인민은 식량을 공급받지 못해 굶어가고 있으니, 이 기막힌 현실 앞에 인민은 실망하고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도 이를 책임지고 풀어주어야 할 국가마저 속수무책이니, 인민은 무엇을 바라고 용기를 내어 일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를 탓한들 책임질 사람도 없고, 난국을 직접 풀어줄 당사자도 외면한 이상 더 이상 앉아만 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제 와서 내가 아무리 너에게 변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련만 세월이 흐를수록 너에 대한 아버지의 죄책감은 더욱 커지는 것만 같구나. 너는 우리 자식들 가운데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도맡아 받아 안고 자라난 나의 귀여운 딸이다. 너는 우리가정에서 맏딸이자, 외동딸로 열 살 때까지는 외톨로 자라난 귀동딸이었다.
  그 후에 동생들이 둘이나 태어났으니, 너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애착이 남달리 큰 것도 응당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같은 혈통을 이은 모녀간에 있을 수 있는 도덕적 의리감의 자연스러운 표출이기도 하다. 이런 도덕적 의리감을 부모가 지키지 못할 때에는 부모로서 제구실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자식들 앞에 면목이 없고, 심한 경우에는 자식들에게서 외면당하여 배신감마저 생길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려운 결심을 선택한 심정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결국 우리 부녀간의 생이별은 서로에게 뼈아픈 상처만 남겨놓았다.
   백번 사죄하고 용서를 빌 뿐이다. 모름지기 아버지에 대한 너의 원망도 이만 저만 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백 번 천 번 두고두고 원망해도 나는 할말이 하나도 없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아버지를 두고 무슨 원망인들 못하겠니? 다 받아주고 속죄할 뿐이다.

  지금도 가끔 너를 생각할 때면 너에게 못다 해준 사랑이 가슴에 맺혀 뜨거운 눈물이 목구멍을 적시곤 한다.

  지금 아버지는 사선의 고비를 수없이 넘고 넘어 끝내 자유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아버지가 선택한 이 길은 어렵고 힘든 고난의 길이었지만, 정의로운 길이었으며 자유는 결코 앉아서 저절로 차려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써 쟁취하여야 한다는 진리를 실지 체험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너를 생각할 때마다 떠나던 날 밤 잠든 너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이제는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너의 모습도 몰라보게 달라졌으리라고 생각한다.
  너도 이제는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로서, 한가정의 살림을 책임진 주부로서 해야 할 부담 또한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는 이 어려움도 누구보다 더 슬기롭게 헤쳐 나가리라고 아버지는 굳게 믿고 있다.
  이제 아버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귀여운 손자들을 단 한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남과 북은 2000년 6.15 공동선언에 따라 화해와 협력의 유대가 깊어지고 있으며 같은 민족이면서도 서로 상반되는 이념과 사상으로 적대시 하고 있던 낡은 유물을 빨리 벗어던지고 통일의 여명을 앞당기기 위하여 남과 북이 서로 마음과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손잡고 나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너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어렵게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부닥친 현실 앞에 포로가 되어 비관하거나, 낙망하지 말고 우리 대에는 반드시 통일대업이 성취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더욱 억세게 살아가기 바란다.

  너는 결코 외롭지 않으며 너의 곁에는 항상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할 때에는 어느 때나 너를 도와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며 변함없이 꿋꿋이 살아가길 바랄뿐이다.
부디 건강하여 자식들을 잘 키워주길 바란다.
2004년 7월19일

아버지 함기식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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