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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형님에게 드립니다2004/09/17
관리자

                                                                                                                     박수영

  참말로 보고 싶은 형님!
  지금 이 시각 형님은 그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일찍이 아버지를 잃고 우리들에게 형님의 존재는 너무나 크고도 중요했습니다. 어머님께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장한 아들이었고 우리 동생들에게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맏형이었습니다.

  형님! 학교 숙제 검열도 해주시고 직장에서 늦게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소년단 넥타이를 맨 채로 학부형 회의에 참가하였을 때 저는 형님이 큰 산처럼 믿음직하게 느껴졌으나 저의 친구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울면서 우리형제를 바라보며 형님을 칭찬하던 모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히 떠올라 울고 싶도록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형님이 계시기에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우리들이 불의의 상황 속에서 형님만 혼자 남겨놓고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 가족의 탈북계획이 형님의 장모한테 들통이 나고 그의 밀고로 형님은 어린 조카가 보는 앞에서 손에 쇠고랑을 차고 차디찬 보위부 감방으로 끌려가면서 우리들한테 강한 눈빛으로 시사해 주셨습니다. “너희들만이라도 어머님을 모시고 꼭 자유 대한민국으로 꼭 가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형님을 그 철창 속에 넣고 우리만 어떻게 살겠다고 올수 있었겠습니까? 어머님은 절대로 안 가신다고 고집하시는데 이때 우리 친구들이 우리가 택한 길이 옳음을 알고 발버둥치는 어머님을 우리 등에 업혀 놓았고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추격하는 경비대원들의 발자국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것 같아 차디찬 두만강 물속에서 꼭 살아서 형님의 소원도 풀어드리고 원수도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피눈물을 삼키며 악을 쓰고 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중국 땅에서 우리의 고생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또다시 국경을 넘어 몽골의 사막지대와 베트남의 정글 속에서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쳐 억척 같이 숨쉬며 결국은 이곳 대한민국에 왔고 오늘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이제 몇 개월 후면 저는 대학을 졸업합니다. 작은 형님도 큰 회사의 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귀여운 조카도 생겼습니다. 그럴수록 북에 두고 온 형님과 조카생각이 더더욱 간절히 납니다.

  우리 뒤로 그곳을 떠나 이곳에 온 사람들한테 형수가 재가하고 조카가 고아가 되어 외할머니 집에 맡겨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눈물나도록 보고 싶습니다. 형님은 정치범수용소로 갔다고 하는데 어디에 계시는지요? 짐승보다 더 처참하게 살고 있다는 수용소 생활을 우리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원한을 풀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어머니의 환갑상도 차려 드렸는데 그때 어머님은 내내 울고 계셨고 하객들도 모두가 울었습니다. 응당 먼저 술잔을 부어드릴 형님이 안계시니 어머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저는 최대 명문대 연세대에서 법과 신문방송, 영상예술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데 언제나 높은 성적을 받고 있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남북이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좋은 영화도 만들고 신문도 만들면서 북한에서 함께 온 우리 친구들에게 대한민국의 법도 알려주고 잘 준수 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형님!
  저는 이따금 꿈속에서 형님을 만나곤 합니다.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다리를 끌고 다니면서 고역에 시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이렇게 하기를 며칠 몇 밤인지 모릅니다. 꿈은 참으로 야속합니다. 왜 밝은 형님과 상봉하는 장면은 없고 항상 불행한 꿈만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반드시 우리는 만나서 꿈과 정반대로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웃으면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며칠 몇 밤을 새워 합시다.
  그날은 꼭 올 것입니다.
  
  우리들은 통일을 위한 길에서 자신의 몸을 초개와 같이 바칠 각오로 매일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이 생활이 형님한테는 너무나도 큰 죄악으로 느껴집니다.
  형님, 용서하십시오. 아무러한 보탬도 못주는 이 동생이 변명하기도 민망합니다. 그 속에서도 형님은 억척같이 강하게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 어떤 일에서나 빈틈이 없고 강철보다 더 강하였던 형님이시기에 꼭 그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계시리라 우리 모두는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하며 또 만날 수 있습니다. 왜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분열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통일의 그날이 반드시 와서 어머님과 형님이 함께 만나리라 간절히 바랍니다. 만나는 그날까지 꼭 건강을 보존하시고 제발 그 속에서 죽지만 말아주세요.

  그날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만 쓰겠습니다.

멀리 서울의 하늘가에서  동생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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