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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에도 보고 싶은 어머님께 드립니다2004/09/17
관리자


                                                                                                                    김 철옥

  어머님, 그동안 몸 건강하신지요?
  오늘 이 새벽도 남새배낭을 이고 지시고 허름한 옷차림으로 장마당에 “출근”하셨을 늙으신 주름 깊은 어머님의 모습을 그려보며 불효막심한 이 딸은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말없이 소문 없이 떠나온 이 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시며 더 늙으셨을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 안고 이 글을 드립니다.

  중국에 간다는 말조차 남기지 못하고 시집에 잠깐 다녀오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떠나온 그 땅, 벌써 떠나온 지 2년이 되어옵니다.
  그동안 어느 하루, 아니 어느 한순간도 잊어 본적 없는 정든 땅,  태를 묻은 고향,  철없이 뛰놀던 유년시절,  새들이 지저귀는 창가에서 구구 표를 읽던 학교시절,  대학입학통지서를 받고 부모님과 고향사람들의 바램 속에 고향을 떠나던 마을길,  둘째딸 방학 온다고 역전에 마중 나오신 아버지와 함께 눈 덮인 철로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 날의 그 모습,  역전에서 미정된 기차를 기다리며 의자에 기대어 쪽잠을 자곤 하던 철도역,  생각할수록 눈에 삼삼  아, 눈앞에 선한 고향생각입니다.

  결혼 후 집들이 하면서 심어놓은 배나무, 살구나무 지붕의 키를 넘고 주먹만한 새콤달콤한 살구, 배가 열릴 때면 동네 아이들 성화에 익기 전에 다 떨어지던,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삶과 넋이 깊이 스며있는 고향집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고난의 행군”을 하던 90년대 초, 중반, 흰쌀밥 구경도 제대로 못하시다 아버님을 먼저 잃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 서투른 장사 길에 몸을 던지셨던 어머님과 형제들의 햇볕에 그을리고 땀에 젖은 그 모습, 제가 대학시절 그렇게 강인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아니라 벌써 허리 굽어진 할머니인 어머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 땅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의  밝은 모습을 볼 때마다, 할머니들끼리 쇼핑도 하고 등산도 하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모습 속에서 다 큰자식들의 주린 창자를 채워주시려, 장마당의 한쪽에 자리하시고 “파 사세요, 한 단에 40원입니다.”라고 하실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팔리지 않는 날이면 푹 풀어진 강낭국수 한 그릇 값도 아까우셔 점심끼니를 거르시고 한 끼나 겨우 먹을 강낭국수, 한 토리를 다 꿰진 배낭에 넣어지시고 맥없는 두 다리를 끌며 20리길을 걸어 집에 가셨을 우리 어머님. 고등중학교 시절 소조공부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갈 때 무서움에 떨라 걱정하시며 학교까지 찾아 나셨던 어머님,
  우리자식들 대학공부 뒷바라지 하시며 대학생을 키운 것이 우리가족의 자산이라고 늘 기뻐하시며 미래의 민족간부로 당당히 자라라고 대 바르게 키우신 우리어머님. 대학을 졸업하였을 때에는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집이 아닌 배치지로 떠나보내시고 명절날 남들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웃고 웃는 행복한 모습을 보실 때는 부러워하시며 언제면 우리가족도 한자리에 모여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늘 말씀하시던 나의 어머님.  

  갑작스런 이 딸의 이별로 하여 통일될 때까지는 한 가족의 한자리를 이룰 수 없을, 아니 어머님의 그 소원을 이루어 드리지 못하는 그 죄책감으로 이 딸은 항상 고뇌 속에 죄책하며 살아갑니다.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님, 떠나던 날 역도에서 눈물 흘리시며 가는 길 고생스럽겠는데 오랫동안 있지 말고 인차 돌아오라고 말씀하시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저어 주시던 어머님과 누이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동생이 함께 차를 타고 배웅해주던 그 모습,  13년 만에 제대된 막내 동생의 얼굴도 못보고 떠나온 이 누이, 이 딸의 심정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의 어머님의 그 고생은 단지 저의 어머님 한 분만이 아닌 저 북녘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고통과 불행이며 분단의 아픈 상처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이 딸은 어릴 적 듣던 어머님의 사랑스런 목소리를 그리며 가끔씩 불러봅니다.

사랑에 젖어있는 어머님의 목소리
언제나 새길수록 아! 정다워
멀리에 있어도 곁에 있다 해도
어머니의 그 목소리 아! 정다워

사랑에 젖어있는 어머님의 목소리
가슴에 새길수록 아! 뜨거워
새벽길 걸어도 밤길을 걸을 때도
어머님의 그 목소리 아! 뜨거워

  보고 싶은 어머님, 이 노래를 부르며 조금씩 달래보는 마음이건만 이별의 아픈 상처, 이산의 아픔은 그리 쉽게 아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잠시나마 달랠 것이 있다면 두고 온 그 땅과 부모형제들 앞에 꼭 보상하리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언제나 어느 한시도 잊어보지 않는 부모형제 앞에 통일의 그 날 떳떳이 나설 수 있도록 저와 남편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통일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오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앞으로 꼭 입증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통일의 그 날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아니 꼭 살아 계셔주십시오. 머지않아 그 날이 꼭 올 것이며 오늘의 고통과 불행을 옛말하며 살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서울에서 둘째딸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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