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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동생들에게2005/09/27
관리자

그간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여기서 너희들이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잘 살고 있어. 그러니 더욱더 너희들 생각뿐이다. 3년 전 만해도 중국에서 돈 많이 벌어서 돌아가겠다는 한가지의 생각으로 넘어왔건만...

내가 나서 자라고 젊음의 한때를 남부러울 정도로 지냈던, 그 80년대를 생각하면, 왜 북한이 그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왜 지금은 다시 갈 수 조차 없게 되었으며, 또 이렇게 보내지도 못하는 편지를 써야만 하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프구나.

그리고 한국에 온 우리들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어서 갖은 박해와 압박과 천대와 멸시를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구나. 한국은 모든 것이 자유롭고 풍요롭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들에게는 정신적으로는 너무 고통스럽다. 형제간의 이별도 힘들고 마음 아픈데, 정치적 보복까지 당하고 있을 너희들 생각만 하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세워질 정도로 긴장되고 온 신경이 북한에만 머문다.

여기 와서 50년도 전쟁으로 인해 이미 이산이라는 아픔을 겪은 선배님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근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날 수 있다는 혹은 만나야 한다는 의지와 희미한 한 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평생을 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그의 자식들인 2세, 3세들의 말을 통해 자신의 부모님들은 오직 북한의 혈육들을 항상 생각하면서 평생을 보냈고, 보내고 있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통해 확실해졌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을 보고 있으니, 어찌 우리와 다르랴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도 여기서 항상 너희들을 그리워하면서, 또한 너희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돕고 그럴 것이다.

비록 우리의 헤어짐이 10년이나 20년이 된 것도 아니고, 전쟁 때문에 이산의 아픔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북한을 탈출할 때의 북한은, 너무나 어려운 처지였었고, 북한의 정치성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기에, 너희들이 처한 현실의 심각성과 그 후과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동안의 너희들의 집소식이 너무나 알고 싶구나.

내 동생들아!
그 험악한 세상에 너희들만 두고 온 우리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고, 건강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꿈이 아닌 현실은 현실이듯이, 각자가 자기 임무에 충실하자. 너희들이 충실해야 할 것은, 오직 어떻게 하나 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모든 것이 주민등록카드에 점만 찍히면, 그 어떤 일에서든지 성공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온갖 방법과 수단으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나, 돌 틈에서도 풀은 자라듯, 그렇게 굳센 풀이 되길 바란다. 너희들의 그 삶 자체가 시련의 고비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에서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지혜롭게,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백배, 천배의 노력을 하길 바란다. 우리도 백방으로 노력하여 더 이상의 고통을 격지 않도록 물질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지원할 수 있는 대로 지원할 것이야. 그리고 남은 형제들 서로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양보하고, 의논하고, 의지 하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더 형제간에 힘을 합쳐 살아남아야 한다 -싸리나무 한 가지는 꺽기 쉽지만 아름드리나무는 꺽지 못 한다는 노래 가사처럼- 서로의 만남을 위해서라도, 50년도 이산가족들이 지금이라도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누가 뭐라 해도 제정신을 가지고, 연락 가지는 대로 모든 일에서 심사숙고하게 현명하게 처리하고, 아이들은 잘 키우길 바란다. 모든 것이 바라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가장 바라는 것은 언젠간 만나야 하기에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 엄마는 너희들 걱정만 아니면 더 오래 앉아 계시련만 너희들 걱정에 수명이 다 감소되는 것 같아 우리도 걱정이다. 여기 온 가족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조카 두명, 그리고 명이도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잘 자라고 있고, 우리 딸 김해는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단다. 나는 요리학원 다니고 있어.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살길 바란다.
그래 우리 서로 열심히 살자!
힘 내렴~!
그럼 이만 쓴다.

2005. 9.
경기도에서 언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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