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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있는 은영, 은미 보아라.2005/09/27
관리자

녹음방초가 어제 같았는데 벌써 천고마비란다.
내가 울면서 매달리던 너희 자매를 뒤로하고, 구만리를 돌고 돌아서 이곳 한국에 정착한지도 벌써 2년이 되었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고향 떠나 9년을 산설고 물설고 언어소통이 안되는 중국 땅에서 7년, 9년간 마음속으로만 부르던 너희들의 이름을 이렇게 펜을 들어 불러본다.

은영아!, 은미야!, 사랑한다. 너무나 보고 싶구나!.
하고 싶은 말들을 어찌 글로 다 할 수가 있겠느냐마는 엄마는 지금 목 메인 감정을 억제하면서 너희들에게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생각하면 이 순간에도 얼마나 시름과 고통 속에 시달리며 희망 없는 청춘을 한숨과 원망으로 보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이 못난 엄마가 너희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매일 눈물 속에 시간을 보낸단다.
내 딸들아! 이 엄마를 이해하고 용서해 다오.

내가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너희 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희망을 잃지 말고, 젊음이 있으니 용기를 내어 멀리를 바라보며, 통일의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은영아, 은미야, 건강해야 산다. 엄마는 너희들과 헤어질 때는 50대였으나, 이제는 나이 60이 되어 반백의 할머니가 되었단다. 얼굴에도 밭고랑 같은 주름에 너희들이 얼른 알아 볼 련지 모르겠구나!

대한민국에 와서 보니 너희가 겪고 있는 북한 사회와는 천지 차이란다. 자유민주주의 말이다. 열린사회, 물질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 할 뿐 아니라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노력하면 일한만큼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회보장이 되어있는 꿈같은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곳이란다.

너희가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고, 그렇게 책읽기를 좋아하던 은영이 은미가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명작에서 현대문학 전근대사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서적들을 어떻게 다 표현 할 수 있겠니.

은영아!  은미야!
꾹 참고 살아야 한다. 굶주리면 안돼!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열려있어도 듣지 못하지만,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핵 문제로 6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공장 설립, 금강산 관광등 많은 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단다.
하루 빨리 좋은 그날이 어서 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자!
소망이 이루어져 조국통일이 오면 너희들을 만나보고 눈을 감으면 여한이 없겠다.

사랑하는 내 딸 은영아!, 은미야! 정말 미안하다
사회생활에 순응하고 꾹 참고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엄마의 부탁이다. 알았지?. 그리고 큰애 은영아, 시를 좋아하던 너에게 엄마의 서투른 것이지만 시 한수를 보낸다.


『내가 선 땅이』

만화방창 꽃이 핀다기에
봄 오는 줄 알았고
꽃이 핀다기에 가슴 설레였네
새가 운다기에 봄 오는 줄 알았고
잎이 핀다기에 여름 오는 줄 알았네
모진 세파에 가슴마저 궁굴어
비틀어진 앙상한 줄기
이제는 바람이 불어도
비가 휘뿌려도
도무지 설레일 줄 모르네
아직도 사무치는 아픔이
동 가슴 저이고
깊은 상처 아물지 않아
피고름에 얼룩져
언제면 몸부림에 끝나고
한이 응어리가 풀릴까
못된 거짓 장단에 울고 웃던 암흑이
반백년 세월속에
아! 백발
아쉽구나!
낮선 길가에 옮겨 심은 제철도 모르는
가로수 마냥
언제쯤 뿌리가 내리고 시름 잊어
내가 선 낮설은 타향이 아닌
낮익은 고향이 될지

은영아!, 은미야!
몇 안되는 자식도 품어주지 못하는 이 엄마를 원망 많이 해라
만나는 그 날까지 우리서로 참고 기다리자.
꿈에도 잊어본 적 없는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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