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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동지에게 몇 자 전합니다.2005/09/27
관리자

경천동지! 저 명호입니다. 경천동지에게 일생의 과오를 안겨준 명호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뭐라 사죄할지 모를 사람입니다.

사람이 은혜는 못 갚을망정 죄는 짓지 말라하였는데 저의 놀가지(탈북)행동으로 철직까지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죄스럽습니다. 언제부터 소식을 전한다는 것이 적당한 기회가 없어 오늘에야 펜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민족의 명절로 가장 장대하게 쇠는 추석입니다.
추석을 맞고 보니 2001년 추석날이 생각납니다. 우린 그때 퇴직하는 장 아바이 문제로 박과장 동지와 대판 다투었지요. 25년간 공장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늙은이에게 공장자재로 리야까 하나 못 만들어 주게 하니 도리가 되느냐 하면서 말 이예요.
그날 홧김에 강변에 나가서 술 8병을 놓고 밤새껏 마주 앉아 모순에 찬 현실에 대하여 논쟁하였었지요. 그때 경천동지는 ‘내가 노력훈장 받을 때까지 살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 이제라도 술 한 장통(10리터)마시고 조용히 가고 싶지만 성민이가 입당 할 때까지만 버티고 있자고 해’ 라며 울분을 토하였지요. 저는 그때 청춘을 최 전연 민경초소에서, 그리고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연대참모장까지 지낸, 기업 내의 비리현상을 당비서에게 토로하던 그처럼 당당하던 동지의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행동을 보면서 사실 정신을 차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남한 길에 대한 확신, 내가 가려고 하는 이 길이 옳구나 하는 생각이 굳혀진 것이 바로 그때의 그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제 생각은 더 늙기 전에, 경천동지와 같은 인생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늘의 이 선택을 동참하도록 왜 근기 있게 설득하지 못하였는가 하는 것이 후회됩니다. 그러면서도 저의 용기가 저주롭군요. 저 하나 살기 위해 몰래 도망친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네 살배기 애의 운명, 일가 5명의 운명이 사라질 수 도 있는 모험의 길에 제가 경천동지의 혹시나 하는 실수를 생각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꺼낸 소리가 이제 기회가 되면 도와주겠노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것입니다. 오죽 하면 역구내에서 제 친정엄마, 동생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있는, 저와 탈북을 동참하여야 할 저의 명이 엄마에게조차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 가지고 돌아오자고, 한국행에 대해서는 입밖에 꺼내지 않았겠습니까? 열차에 올라서도 나야 저쪽으로 가면 쓸데없는 돈인데 하는 생각에 여비와 식비제하고 남은 1500원을 성민이 엄마에게 드리지 못하고 가는 것이 얼마나 가슴 걸리던지...
그러면서 떠난 길이였고 그것이 벌써 3년이 되어옵니다.

경천동지! 인편에 들으니 철직되어 산하단위 지도원으로 나갔는데 추방되였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의 행동으로 경천동지의 상처 입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그리고 철직된 아버지문제로 성민이를 비롯한 자식들의 발전에 준 후과를 가실 줄 없다는 것이 언제나 가슴허빕니다. 또 이곳의 풍요로운 생활에서 차례지는 술좌석에 앉을 때마다 경천동지에게, 그리고 성민, 성민이 엄마에게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도와드리지 못한 자책감이 커갑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의 행동으로 당하게 될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경천동지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저만을 위하여 도리 없이 한 행동은 도무지 씻을 길 없다는 생각도 강렬해집니다.
경천동지! 경천동지도 제가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 싶어 저와 술자리를 마주한다고 하였었지요. 그런데 제가 어느 샌가 그렇게 저 하나만을 위해 도망가는 인간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재삼 경천동지와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며 빌고 또 빕니다.
언젠가 만나는 그날 떳떳이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애들도 명이 엄마도 모두 잘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만나는 날까지 변함없이 저의 경천동지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2005. 9
                                                   서울에서 김명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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