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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딸 현숙에게2005/09/23
관리자

사랑하는 딸 현숙아.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있었는지 몹시 알고 싶구나. 너의 목소리를 들어본지 벌써 1년 2개월이 되었구나. 서울 땅에 자리를 잡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너의 동생은 대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배우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를 생각할 때 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너의 인생을 돌이켜보게 된다.

현숙이가 자란 인생길은 너무나도 험악하고 고통스러워 따뜻한 부모의 손길도 맛보지 못하고 이렇게 영영 헤어질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으며 베트남에서 전화 연결을 할 당시 한국 사람이라고 하였지. 북한으로 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였다. 이 아버지는 너의 얼굴 모습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르며 북한 당국의 모진 고문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숙이를 생각할 때마다 이 아버지의 잘못으로 네가 그렇게 되였다는 자책감으로 잠을 이를 수가 없구나.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만 하여도 끔찍한 현실이 계속 이어질 북한 사회의 모순과 갈등은 날이 갈수록 험악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근심과 걱정으로 인생길을 도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네가 중국에서 전화를 할 때, 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하였을 때 아버지는 어떻게 행동하였으면 좋겠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저 딸을 구원해야 된다는 정신만 가지고 행동하였을 뿐이었다. 그래도 너의 어머니가 내 곁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고 서로 토론하고 상의하여 너를 한국편에 오는 사람에게 부탁 하였는데 이것이 베트남에서 너의 목숨을 빼앗아 갈 줄은 꿈에도 상상 못하였구나. 그러면 브로커의 잘못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그러면 너의 운명의 문제인가? 아버지는 아무리 하소연 하여도 어쩔 수 없구나.

너의 행처를 도저히 알 수 없구나.
브로커의 말에 의하면 북송됐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의 고충은 정말 말 할 수없구나. 네가 아버지한테 애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이번에 붙잡히면 죽는다고 하던 그 목소리, 너의 남편이 죽은 것처럼 너도 사형장으로 간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자주 잊어지지 않는구나.

사랑하는 현숙아!
너의 남편은 조선인민군군관 대위로 있다가 중국으로 월경한 죄로 총살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도 조선인민군 군고나이라면 그만큼 나라에 충성을 하였건만 그것도 모자라 자기의 정책을 어긋나게 집행했다고 그것도 강을 한번 건너왔다고 하여 모든 감투를 씌우고 목숨을 빼앗아 가는 정책이 진정한 법의 나라라고 볼 수 있겠는가? 너의 남편이 죽은 것 처럼 너도 사형장으로 간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자주 잊어지지 않는구나.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이 앞이 캄캄하여 앞을 볼수 없으며 편지 쓰는 순간에도 눈물로서 이 편지를 쓰게 되다는 것을....

사랑하는 현숙아,
이 편지는 너에게 당도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편지를 쓰는 원인은 이 가슴속에 깊이 묻혀있는 쓰라린 고충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서이다.

사랑하는 현숙아,
네가 만약 살아있다면 교화소에서 죽지 말고 꼭 살아 돌아오기를 부디 바랄뿐이다.
너의 어머니는 밤마다 나에게 말하고 한다. ‘우리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감옥이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하면서 쓰린 가슴을 억누르고 눈물을 흘릴때마다 이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구나. 다만 네가 불쑥 나타나기만 고대 기다릴 뿐이다.

사랑하는 현숙아,
지금 너의 행처를 알 수 없는 이 아버지는 꿈속에서 헤메이는 무지막지한 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처럼 느껴지는구나.

아, 사랑하는 현숙아,
너의 사진이라도 내 몸에 있다면 너의 얼굴과 너의 모든 미덕을 자랑삼아 이야기 하겠지만 오늘은 나에게 아무것도 없는 이 신세, 편지로만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아버지는 60평생 사회주의 건설현장에서 김일성 정책을 하나님처럼 믿고 살아왔으며 그들이 일러주는 조선로동당원이 되지 않았던가. 아버지도 조선 로동당원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모든 정열을 다 쏟아 부었지만, 생활난은 더 한심하였고, 그것을 이기지 못해 두만강을 건너게 되여 오늘은 꿈같은 생활을 하게 되였으니, 인생말년에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삶을 누리고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되였으니,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책이라는 것을 똑바로 알게 되었으며, 아버지는 두만강을 건널  때부터 모든 고통과 시련을 겪었으며 대한민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왜 내가 고향을 떠나 쓰디 쓴 교육을 받았는가 하는 자책감으로 머리를 숙여 고향 산천을 감회깊이 바라보곤 하였다.

사랑하는 현숙아,
아버지는 고향땅에 화서 자유와 행복을 맛보게 되었지만, 너의 고통을 생각하면 원시 사회를 방불케하는 인생길이며 인간이 인권을 보유하지 못한 그런 사회 제도에서 태어난 것이 한스럽고 쓸쓸하고 그지없구나.

너의 인생길을 험한 가시덤불처럼 뒤엉켜 솟아 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것을 허물고 나오게 되며 한숨쉬고 휴식처 인 것 처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음을 굳세게 먹고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 보지 말고 희망찬 내일을 위해 이겨 내리라고 아버지는 생각한다.
아버지는 너에게 부탁하는 것은 자신의 몸 관리를 잘하여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을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그리하여 통일된 광장에서 꼭 만나 지나간 일들을 회고하면서 아름다운 인생도로 돌진해 나가자.
부디 안녕히, 아버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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