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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명 철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홍수피해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시겠습니까. 인명피해가 나고 벌이 물에 다 잠겼다던데 손바닥 만한 밭마저 물에 떠내려가 내년 살아갈 걱정은커녕 당장 끼니를 이을 한줌의 식량마저 없어 걱정하실 어머님과 동생들, 조카들의 근심어린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홍수피해 걱정, 비료가 없어 농사가 잘 되지 않아 걱정, 뙈기 밭을 내년에 또 가질 수 있겠는가 걱정, 이런 저런 근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실 어머님과 동생들의 생활을 언제면 도와줄 수 있으며 언제면 잘 사는 모습을 보게 될런지요?
식량 못 지 않게 큰 걱정거리인 땔감을 허리 굽은 어머님의 등에서 벗겨드릴 그날은 과연 언제일런지요. 지금도 마른 삭정이를 얻으시려고 30-40리 되는 산길을 오르내리실 연로하신 어머님. 불효 막심한 이 자식은 이밥에 고깃국만 먹고 사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아침저녁 제가 출퇴근 할 때면 겨울엔 물이 차갑다고 걱정하시고 여름엔 장마에 사고 날까 봐 늘 걱정하시던 어머님이셨습니다.
어머니. 저는 그런 근심은 덜어드렸지만 말도 없이 집을 떠나왔으니 이 아들이 어디에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살아 있는지 등 하 많은 근심을 끼쳐드렸습니다. 어머니께 평생 근심만 안겨드리는 불효 막심한 이 자식을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니, 부디 굳세게 오래오래 살아서 다시 만나는 그날을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의 어려운 생활환경을 너무도 잘 알면서 이런 바람이 가능한 것 인지…
동생들아,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지만 식량이 없으면 들판의 풀이라도 캐서 먹고 살아만 있어다오.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 너희도 죽지말고 기어이 살아서 우리 함께 지난날의 어려웠던 생활과 그리웠던 나날을 옛 추억으로 이야기 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 날이 있으리니 희망을 가지고 살아주기를 빌고 또 빈다. 백발이 성한 우리 어머님의 등짐 벗겨드리고 쌀 근심 없이 살 그런 날이 꼭 찾아 올 것이니 어머니 부디 맥을 놓지 마시고 살아주세요.
보고싶은 마음, 가고싶은 마음 하늘같이 크지만 분단의 장벽은 높아만 가고 북한의 기승으로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깊어지네요.
동생들아, 부디 다시 만나는 날 못 다한 이야기 하룻밤 아니 열 밤을 새워서라도 다 나누어보자꾸나.그럼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2006년 7월 29일 아들 길명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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