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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여동생 최숙정에게 (오빠 최이정 너를 찾는다)
최이정
최숙정아, 나는 너의 오빠 최이정이다. 어머니는 김충예(김예자로 이름 고쳤다.), 아버지는 최창세, 막내 동생은 최형정 이렇게 우리는 다섯 식구였지.
1951년인가 전쟁시기 아버지는 교원 이였고 안변에서 비행기폭격으로 사망하셨고 그때 너는 어머님과 슬피도 울었지. 당시 너는 4살, 나는 7살이었는데 나는 조금도 울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어째서 아버지가 사망하셨는데 눈물하나도 안 흘렸던지 도무지 모르겠다. 남자여서인가? 아니면 철이 없어서인가?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한살된 동생 최형정을 데리고 있기로 하고 너와 나를 원산시 방풍리 인민위원회에 제기하여 원산고아원에 넣었다. 원산고아원에서 평북도 의주군으로 너와 나는 연령차이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다. 그때 내가 선생님께 동생과 같이 가던가 남겠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안 헤어질 수도 있었겠는데 너를 지켜주지 못해 오빠는 참으로 미안하다.
말로는 내 죄를 용서 받지 못하겠지만 항상 너에 대해서 죄송한 마음뿐이다. 내가 속한 전쟁고아 400여명은 중국 하북성 산해관 초등학원에서 1958년 귀국할 때까지 7년간 공부만 했다. 당시 중국에 2만 여명의 전쟁 고아들이 각 지역에 분포되어 50여개의 학원에서 공부했고 사회주의 나라들인 소련.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에도 전쟁 고아들이 들어가서 공부했다. 중국 산해관 초등학원에 있을 때 부모형제 찾는 이산명단 속에서 나는 어머니를 찾았고 조선으로 귀국할 때까지 편지가 오고 갔다.
어머니를 찾으니 얼마나 기쁘고 좋았던지 최숙정아, 당시 너를 찾자고 고아명단도 보았지만 네 이름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더라. 혹시 양딸로 누가 데려갔는지? 너는 고운 얼굴이었으니까 너도 중국이나 사회주의 나라의 학원에서 전쟁고아로 공부하였겠는데 학원명단에 네 이름이 왜 없었을까? 평양시 사회 안전부 주소 안내소에서도 편지 하였지만 무소식이더라.
1958년 중국 지원군들이 조선에서 철수하면서 중국에 있던 전쟁 고아들도 모두 철수했다. 한국에 와서 혹시 남한에 있을까 하여 경찰서에 조회하였는데 남한에도 없더라. 어느 무속인의 말이 살아있는데 조선에는 없단다. 외국에 있단 말인지, 남한에 있단 말인지? 정말 너는 어디에 있는지?
1958년 귀국하여 오랜만에 헤어졌던 어머님과 동생을 평양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평양대성중학교 교원이었다.
1960년 내가 평양식료 전문대학교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우리 집에 자동차와 이름 모를 사람들이 들이닥치더니 짐을 싸라고 하더라. 어째서 그러냐고 물으니 묻지 말고 하란 대로 하란다. 짐을 자동차에 옮겨 기차에 붙이고 몇 일가고 가서 내린 곳이 함경북도 유선군 역이었고 여기서 산길로 오르고 올라서 오류농장에 내리워졌다.
집이 멧돼지 경비막사였는데 큰 배려를 베푸는 것처럼 하더라. 평양시를 붉은 수도화, 혁명화 한다고 장애인, 성분 나쁜 사람, 혁명화, 노동 계급화 대상들을 심심산골로, 탄광, 광산으로 추방하였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와 내 가정의 운명이 이렇게 될 줄이야…
“ 이건 강제 추방인 것이다. ” 펜을 쥐었던 손에 강제로 호미를 쥐어주었다. 나와 어머니와 동생에게 무슨 딱지가 붙었기에 우리 눈앞에 온통 뒤집힌 세상이 놓였단 말인가.
나는 당 중앙위원회 신소 처리과 앞으로 신소 편지를 보냈지. “저의 가정은 전쟁시기 교원이었던 아버지를 미군의 폭격에 잃었고 저는 수령님의 은혜로 중국 산해관 초등학원에서 7년간 부럼 없이 공부하고 자랐습니다. 어머님 역시 평양대성중학교에서 후보당원으로 혁명과업수행을 잘 하여 모범표창장도 받았습니다. 우리는 아버지를 잃은 애국열사 가족인데 무슨 죄가 있기에 농장으로 보냅니까? 죄가 있다면 알려주시고 혁명의 이익이 되는 원칙에서 원상복귀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 신소 편지는 아무런 실효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공부를 하는 것이 나 자신을 찾는 것이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동생과 어머니를 무지막지만 사회적 편견과 매장해서 구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선 탈출밖에 다른 구원의 길이 없었다. 향방 없는 먼 길 가야겠는데 돈이 없어 옥수수와 콩을 닦아서 큰 가방에 넣고 가족사진도 가슴에 품고 동생과 어머님도 모르게 어두운 밤에 주의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혼자 밤길 80리를 걸어 가출했다.
어머님, 동생아, 나를 용서해다오 .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는 나를 용서해다오. 당시 19살이었고 혼자서 중국 국경 두만강을 건넜고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인 아무르 강이 흐르는 중국 흑룡강성 학강역에서 내렸다. 더는 아는 사람도, 갈 곳도 없어 학강시 공안국(경찰서)에 찾아 갔고 아무 곳에서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했다. 중국 공안국 책임자는 조선족 통역을 부르더니 내 직업도 물어보고 농사일을 했다니 내 손바닥을 보자 했다. 내 손바닥은 굳은살이 박혀있었고 내가 어떤 작자인가 유심히 살피고 내 말을 주위 깊게 들어주었다. 나는 조선 공민증도 보여주었다. 학강 수용소에 들어갔고 북경조선 대사관에서 통지가 올 때까지 있으라 하였다.
어느 날 학강시 부근 농촌에 살고 있던 정수국이라는 나와 나이도 얼굴도 비슷한 조선족 젊은이가 들어왔다. 당시 조선에선 조중 국경 군마다 초대소를 지어놓고 비법적으로 국경 넘어 오는 조선족들을 접수 받아 농촌. 탄광. 광산에 배치장을 주어 보내고 공민증도 내주었는데 자기는 함북 선봉군 굴포리 농장에 배치 받았지만 회의 많고 학습 많고 배고파서 더는 살고 싶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 중 여행증명서 없이 다녔기에 단속되어 수용소에 들어왔다고 했다.
내가 조선으로 강제 송환된다면 민족 반역자로 정치범 수용소행으로 일생은 끝나는 것이다. 북경 북한 대사관에서 아무런 통지가 없다고 두 조선족 경찰을 붙여 도문까지 호송하게 되었고 그간 수용소에서 일한 삯으로 중국 옷과 신발을 샀다. 조중 국경 다리인 도문-남양다리에 도착하니 중국내에서 붙잡힌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다리를 건너는 중이였고, 나도 그 대열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인계 문건은 전달하지 않는 것이였다. 온성 안전부에서 나는 중국 조선족 귀국민 정수군인데 이미 함북 선봉군 굴포리농장에 배치 받았고 볼일이 있어 중국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옷차림이 중국 조선족 차림이라 의심하지 않고 내놓아 주었다.
그 길로 함북도 선봉군 인민위원회 교포부를 찾아가서 다른 곳으로 배치 받자고 왔다고 했다. 배치문서에서 정수국 이름을 대조해 보고는 선봉군 홍의 토지건설 사업소로 배치해 주었다. 정수국 이름으로 공민증도 나왔고, 토지건설 당비서에게 대학 입학시험도 치겠다고 제기하여 대학 입학시험도 치렀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귀국민인데다가 친척이 없어 후원을 못 받으면 대학 생활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3개월 불도절 강습 받고 운전자격증도 땄다. 선봉군 종합농장은 김일성의 공산주의 정책 시범 단위어서 특히 굴포리 2000여 정보 묵밭을 논밭으로 개간하는데 호의토지건설 불도절 운전수들에게 이 방대한 과업이 떨어져 밤낮을 가리지 않고 2000정보 개간 전투에 들어갔다. 나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함북도 도당 책임비서 앞으로 편지를 올렸다.
저는 평양에서 식료전문학교 다니다가 1960년 어머님과 동생과 함께 함북도 유선군 오류리 농장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학생으로 학교 갈 열망으로 가출하여 중국 귀국민 정수국 이름으로 위장하여 대학교 입학시험도 치루었지만 실패하였습니다. 이제는 본명을 다시 찾고 어머님과 동생을 선봉군으로 데려와서 이제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전생시기 아버지를 폭격에 잃고 7년간 고아원에서 어머니와 동생과 떨어져 살았고 지금 또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저의 잘못에 관대한 용서를 바랍니다. 라고 …
당에서는 나를 용서하여 주었고 본명 최이정으로 공민증도 발급 받고 어머니와 동생을 선봉군으로 데려왔다. 동생은 농민신분에서 노동자로 신분 바꾸기가 까다로웠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 애쓴 덕에 자동차 운전수로까지 바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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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평양에서 대소개민이 선봉군에도 오게 되였다. 이때 이들의 집과 직장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하여 선봉군 읍에 있던 주민이 아래 단위 리농장으로 소개되었는데 이 강제추방에 우리집이 또 걸려들어 선봉군 사회리농장으로 2번째 추방을 맞게 되었다. 학교도 실패했는데 사회적 직위도 성공도 없는데, 장가도 못 갔는데, 또 2번째 추방이 나의 머리에 또 떨어질 줄이야. 북한이나 남한이나 농촌 총각들은 장가 가기가 힘들다.
두 번째로 추방된 농장은 주변산들에 땔 나무가 없었다. 그래서 선봉군에선 은덕군(아오지)에 가서 선봉탄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농장에서 젊은 남자 인력을 선발하여 임시로 탄광에서 일 시키고 대신 석탄을 공급 받아 농촌 관리실 유치원 탁아소 김일성, 김정일 혁명사상 연구실에 난방용으로 공급했다. 농장에서 탄광으로 일하려 가는데 내가 뽑혔다. 농장에서 아낙네들과 일하기보다 힘들고 공기 나빠도 앞으로 장가는 가야 하는 큰 인생의 대업도 있기에 탄광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당에 제기하여 탄관 로동자가 되었다.
19년 동안 먼지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어두고 캄캄한데서 석탄을 캤다. 36살에 나를 알아주는 좋은 처녀 이정실을 어머니를 통하여 만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됐다. 어머니는 선봉군 읍 부녀회에서 노래를 가르쳤고 수령님신년사 통달 경연에 나갔다가 지금의 처(이정실)를 알게 됐고 서로가 노래까지 잘 부르는 사이니 친숙해지고 이런 연으로 총각이었던 나를 만나게 되었다. 처의 어머님과 친척들은 나의 출신 성분이 나쁘다고 반대했지만 처는 집을 도망쳐 나와 우리집에서 결혼식을 올리였다. 처의 쪽은 그야말로 쟁쟁한 백두산 줄기였고 처쪽에서 우리집 신원을 알아본 결과 그렇게 보이지 않게 유령처럼 떠돌면서 평양에서 우리를 추방시키고 학교를 중단시켰던 죄목은 다름아닌 할아버지가 지주였던 것이다. 알지도 보지도 이름도 모르는 할아버지 ! 지주라는 말은 땅의 주인이라는 말, 제 힘으로 제 머리를 굴려서 대대손손 이루어놓은 재부인데 북한 땅에서는 계급 투쟁의 첫 대상이어서 그간 내 가정과 내 아름다운 청춘을 19살부터 여지없이 짓밟아 놓았다.
탄광 노동자로 36살에 결혼하여 딸 셋, 아들 하나 기를 만하니 이제는 식량 사정으로 굶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1997년 2월 두만강 국경 얼음이 쿵쿵 꺼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여섯 식솔은 밤 10시가 되기를 강변 옆에서 숨어서 기다리었다. 딸들이 “아버지 나는 풀 죽을 먹더라도 사회주의를 지키겠습니다.” 또 인민학교 다니는 셋째 딸이 “아버지, 어떻게 장군님을 배반합니까? "하는 말들이 내 귀뿌리를 아프게 하더구나. 아이들은 국경 두만강을 넘는 것이 너무도 무서웠고 사회주의와 김정일에 의해 세뇌 되여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구나. 이 강을 건너면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말하고 두만강을 건넜으며 4년 후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그간의 고생은 너무도 많고 길어서 그만 두겠다...
숙정아 ! 동생 최형정은 함북도 선봉군 읍에서 살고 있고 어머님과 아버지 그리고 우리들 사진도 있다. 내가 말로서 우리 가족에 최선을 다했지만 너만은 찾지 못했다. 또 공부로 성공하고 사회적 기여도 하고 싶었지만 북한 땅에선 도저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인생의 빈곤이다. 내가 그렇게 이루려고 전념했던 학업은 대한민국에서 나의 아들 딸 셋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늙었다. 아들 딸들에게 나는 이렇게 인도한다. 너희들을 태여나게 하였고 대한민국까지 데려왔고 험한 길을 뚫고 학교까지 인도했다. 성공여부는 너희들의 몫이다 라고...내가 그렇게 19살부터 험한 가시밭 인생길을 헤쳐 도착한 종착역은 결국 대한민국이었다. 아니 인생의 전부가 여기 대한민국이다. 김일성이 이밥에 고깃국에 비단옷에 기와집을 공산주의 이상으로 인민에게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자본주의 대한민국이 지켜주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전 인민이 빈곤 할뿐만 아니라 굶어 죽게까지 하여 탈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세계화는 대한민국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이땅에 벽돌 한 장 못 올려놓은 나 여서 항상 감사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여 다시 새 사람으로 태여 날 때 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북과 남을 살아보면서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체험했다. 남북 통일도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만이 실패하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아무리 쌀과 비료를 쏟아 부어도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 뒤통수만 얻어맞는다. 상호주의로 시장경제로 고기 잡는 법을 배워주고 인권 문제를 동시에 전략 전술로 펴고 나갈 때 남북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최숙정아, 이념과 체제를 얘기해서 부담스럽구나. 남과 북은 천국과 지옥같이 너무나도 차이 많아서 이 현실을 아니 말할 수 없구나. 북한 사람들은 지옥에 살면서도 지옥인줄 모르고 남한 사람들은 천국에 살면서도 천국인줄 모르고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숙정아! 언제나 건강하여라 우리는 꼭 만나야 한다. 너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2006년 8월 13일 최이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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