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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아이들아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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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 금 숙


   아들아, 그 어디선가 살아서 고생하며 나를 원망하며 힘들어 할 사랑하는 내 육신의 한 부분인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홀로 이 길을 온 죄스러움과 가슴 터지는 아픔과 뼈를 어이는 자책으로 이 가슴 치며 애 타는 마음을 한줄기의 눈물로 달래며 너희들에게 가 닿지 못할 글 몇 줄을 적어본다.
  
사랑하는 명주야, 금향아, 너희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주지 못한지도 7년, 너희들과 헤어질 때 명주는 10살 금향이는 6살이었다.
자유 없고 평화 없는 모델독재의 땅, 그 땅에서 간첩 아닌 종교간첩으로 몰리어 반동사상유포 죄로 최고형을 받았던 내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소식을 알고 아버지 몰래 수 천리를 몇일 동안 이나 굶으며 빌어먹으며 찾아온 너를 더는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200년 3월 두만강 살얼음에 정강이까지 빠지며, 120리 산골짜기에서 맹수들에게 쫓기우며 무사히 국경을 넘었다는 안도감에 잠길 사이도 없이 너를 뒤에 남기고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송 된 것이 너와의 마지막 생이별이었지.

북송 도중에 죽기를 각오하고 도주하여 친구를 통해 네가 나를 찾아 북한에 나왔다가 다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숨 돌릴 사이 없이 평안남도에서 이 엄마를 찾아 왔다는 금향이도 못보고 너를 쫓아 통강냉이를 씹으며 두만강을 건넜지만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일을 시키고 밥만 먹여주면 된다고 사정하다가 밥만 한끼 얻어먹고 사라졌다는 너의 소식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 그 후 접한 금향이와 너의 아버지가 잘못되셨다는 비보에 삶의 의욕이 거의 없어졌고 좌절감에 빠져 죽으려고 했던 것도 그 몇번인지 모른다.

수천 수만리 길아닌 밤길을 걸어 2004년 12월 살과 뼈가 얼어터질 듯한 몽골의 혹한 속에서 눈과 얼음덩이를 씹어먹으며 5명이 서로 어깨 겯고 부축하며  다 얼어 동상 입은 다리를 끌고 목적지인 대한민국에 도착하였다. 입국한지도 1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 이렇게 버틸 수 있은 것은 오로지 네가 살아 있어 만날 수도 있다는 한 가닥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뼈와 살을 깎는 아픔을 뒤로 하고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보호를 받으며 그 땅에서 누려보지 못했던 행복과 평안을 보장 받고 있다. 그러나 너와 생이별하고 너의 아버지와 금향이를 잃은 이 마음 한 구석은 항상  아픔과 슬픔과 그리움과 아쉬움이 남아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내 딸아, 일찍이 너희들 곁을 떠나야만 했던 내가 오늘은 이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가슴 적시는 사랑과 자유,  행복과 후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너희들과 함께 나눈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다.이렇게 일찍이 너희들의 곁에서 떨어질 줄 알았더면 같이 있을 때 좀 더 따뜻이 사랑해주고 아껴주었을걸…
  
그러나 부모로서 더 사랑해주고 싶어도 아껴주고 싶어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그 불모의 땅이 원망스럽구나. 나도 그 땅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여 고난의 세월 힘겹게 생계를 유지해가는 북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명주야, 금향이를 생각하면 가슴 터지는 아픈 추억이 있단다.

 1997년 4월 겨우 시장에서 거친 옥수수가루 1킬로그램과 기름 한 숫 가락을 사 가지고 풀 죽에라도 기름 몇 방울 떨구어 넣어 맛있게 먹여볼 생각에 급히 집에 돌아와 불을 지피는데 3살짜리 금향이가 그 껄껄한 옥수수 가루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신없이 입에 막 퍼넣는 것을 보고 혼자 부엌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꺽꺽 울던  생각이 오늘도 이 가슴을 따갑게 지지는 것 같아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겠구나.
  
그 땅에 사는 백성이 무슨 죄가 있기에 나뿐이 아닌 2300만 백성이 그 처럼 어려움을 당해야 하고 가정이 산산 흩어지고 쪼개져야 하며 거리에서 방황하다 굶어죽어야 하며 타국에서 보호도 못 받고 숨어 살아야 하고 쫓겨 살아야 하며 쇄 고랑을 차고 북송되어야 하며 두만강 물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죽고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었다는 죄 아닌 죄를 쓰고 총에 맞아죽고 감옥에서 매맞아 죽고 물건 아닌 물건으로 팔려가야 하며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만 하느냐.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너희들은 내 희망이었고  내 이상이었고 목표였고 내 삶의 전부였었다. 삶의 전부를 통째로 빼앗긴 내가 누구를 원망해야 되느냐. 죽 물을 먹으면서도 너희들과 함께 있을 때가 기쁘고 행복한 때였고 오늘도 나를 웃고 울게 하는 게  다름아닌 너희들이다.
잠자리에서도 양 옆에 누우면  잠들 때까지 엄마얼굴을 자기 곁으로 돌려놓으려고 “엄마 내쪽으로 돌아 누워. 아니 엄마 내 쪽으로 얼굴 돌려” 라고 싱갱이질 하던 너희들의 고사리 같은 부드러운 손길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져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다.

명주아버지, 나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해놓고서 고생스럽고 힘들더라도 좀 더 버텨 줄 것이지 왜 그렇게 일찍 가셨습니까.

금향아,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이 엄마를 원망하며 내 곁을 영원히 떠나면서 눈도 못 감았을 너를 그리며 먼 훗날 영혼이라도 만나서 잘 해주고 싶은 심정을 담아 용서를 구한다. 맛있는 밥과 반찬이 차려져도 너희들 생각이 나고 너희 또래 아이들을 보면 달려가 확인해보고는 목이 메여 눈물을 흘리곤 한다. 너희들이 입기 좋은 고운 옷을 보아도, 좋은 동화책과 tv에서 만화를 보아도 너희들 생각으로 오열을 터뜨리는 때가 그 얼마인지…

명주야,  너라도 제발 살아남아다오, 몇일 전에도 어렵게 북한에 연결하여 너의 행처를 찾아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운세 상담을 맡은 은사 목사님은 가까운 봄날에 너를 만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언을 하더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배고프고 추위에 떨며 힘들고 고생스럽더라도 꼭 살아 남아 이 엄마와의 상봉의 거리를 좁혀주기를 내 온 생을 걸고 희망한다.네가 살아서 이 엄마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네가 살아서 나를 찾아온다면 이 엄마는 육체의 한 조각까지도 너를 위해 다 바칠 것이며 그 땅에서 못 이룬 모든 이상과 포부를 실현하도록 한 생을 바칠 것이다.

우리 모자의 상봉이 한시 바삐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며 오늘은 이만 쓰련다. 만날 때까지 안녕히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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