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66, page : 2 / 4, connect : 0
: 전체 : 2004년 (28) : 2005년 (54) : 2006년 (66) : 2007년 (70) : 2008년 (51) : 2009년 (38) : 2010년 (39) :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2006/09/08
center

                                                                                                                                    정 영 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니?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어머니랑 원희 모두 건강하니?

참 오랜 시간동안 너와 연락을 취하지 못했구나. 언니가 너를 뒤로 하고 중국으로 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참 많이도 흘렀구나. 언니가 중국으로 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지?  언니도 너 떠난 이후로 쭉 너의 삶이 어땠을지 궁금하거든. 다음에 편지 쓸 기회가 생긴다면 언니에게 너의 삶에 대해서 자세히 써서 보내주렴.

중국에 갈 때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였다는 것 너도 알지?

중국은 배고픔을 없애기엔 안성맞춤 이었단다. 하지만 배고픔을 가시고 나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옛날 어르신들이 타향살이에 대해 얘기할 땐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는데 직접 겪고 나니 나라 없는 서러움이 무엇인지 알겠더구나. 덕분에 유대인과 동변상련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긴 했어.

그렇게 타향살이에 쪼들리다가 우연히 라디오를 듣게 되었어.
남한 방송이었는데 거기서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오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하더라. 돕는 것도 돕는 것이지만 시민권을 즉, 자기나라 국민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야. 안 그래도 국적 없는 서러움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방송에서 나오는 얘기가 얼마나 반갑던지. 물론 남한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목마른 자가 먼저 우물을 판다고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가리고 자시고 할게 어디 있겠니.

그리고 남한에 가면 타향에서 죄인인양 숨어 다니느라 공부도 하지 못하고 있던 참에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잖아. 그리고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회도 주고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도 해결해 준다고 하잖아. 공부하기에 얼마나 딱 좋은 기회니. 그래서 결국 남한으로 가기로 결정했어. 미국의 개라는 평이 있지만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데 마다할 필요성이 없었어.

결국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어. 이것 또한 목숨을 담보로 할 수 밖에 없었어. 만약 내가 남한 행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다 잡혔다면 그것은 사형을 의미하잖아. 중국으로 가다 잡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거지. 차라리 중국으로 가다가 잡히면 먹고 살려는 수단이었다고 진술하면 감옥에나 몇 년 살게 하잖어.

하지만. 중국으로 갈 때의 내 가슴은 콩알만 했고 저절로 하나님께 무사하게 도와달라고 기도할 정도로 긴급하고 공포스러웠어. 그리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는 두려움에 심장이 쪼그라들었고 심호흡 곤란이 생길 정도였어. 이런 두 번의 위험한 모험을 하면서 언니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나 자신을 행운아라고 믿게 되었단다.

결국 언니는 남한에 왔어. 지금은 명문대에 다니고 있어.
남한 학생들은 언니가 다니는 학교에 들어오려고 19년을 노력에 노력을 다해. 즉, 일각천금이라는 말대로 하는 거지.
유명한 대학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을 엘리트라고 여기는 친구들과 미래의 포부를 위해 언니는 노력한단다.

가끔 내 동생도 여기에 오길 기도해. 언니가 혼자서 여기서 생활하는 것보단 너랑 함께 생활하는 것이 나에겐 지상천국이거든.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너의 변한 모습이 그리운 언니가 그동안의 여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본다. 언니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찬 것처럼 너의 삶도 그렇게 되길 기도해.

언제고 다시 만날 나의 동생에게. 너의 건강을 빌며 이만 줄인다.
항상 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길 바랄께.
언니도 너와의 만남을 기대 하면서 열심히 살테니까.

(추가로 언니가 남한에 온 날 검은 자가용차가 언니를 태우고 어떤 건물로 가는 거야. 그 건물 정문에 헌병이 서 있었어. 그리고 담벽엔 전기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지금엔 그것이 뭔지 알았는데 감시카메라도 있지 뭐니. 그리고 언니 사진을 찍는데 영화에서 죄인들을 감옥에 보낼 때 사진 찍잖아. 그것처럼 언니를 찍는거야. 그래서 언니는 안기부에 온 줄 알았어.

북한에 있을 때 안기부라는 곳은 정글속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곳에 있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두렵던지. 소름이 쫙 돋았어. 그리고 마구 질문을 하는거야. 거짓말 하면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면서 같은 질문을 서너번 하는데 정말 내가 무엇인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조사는 끝났지.

그리고 며칠이 지난 다음에야 알았는데 그 건물은 우리 탈북자들 보호하는 기관이었고 조사한 것은 정말 북한 태생인지 확인하는 절차였다는 거야. 그제서야 이 언니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단다.
너도 언젠가는 거길 걸쳐야 할 건데 언니처럼 너무 극단적으로 추리해서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보호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네가 곧 언니한테 올 것이라 믿으면서 서술한 것이야)

우리 곧 만나자.

연대 영실


61.72.78.132
덧글 개


171

 [2006년] 사랑하는 막내 동생을 그리며

center

2006/09/01

10742

177

 [2006년] 사랑하는 동생에게

center

2006/09/01

10904

182

 [2006년] 사랑하는 동생 철이에게

center

2006/09/01

10490

181

 [2006년] 사랑하는 동생 종단에게

center

2006/09/01

10629

218

 [2006년] 사랑하는 동생 성숙에게

center

2006/09/01

10901

207

 [2006년] 사랑하는 동생 남이에게

center

2006/09/08

10364

186

 [2006년]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center

2006/09/01

10357

190

 [2006년] 사랑하는 내 아들 창남이에게

center

2006/09/01

10910

166

 [2006년] 사랑하는 내 딸 현숙에게

center

2006/09/01

10553

172

 [2006년]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center

2006/09/01

10930

206

 [2006년]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center

2006/09/08

10475

176

 [2006년]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에게

center

2006/09/01

10781

193

 [2006년] 사랑하고 보고 싶은 딸에게

center

2006/09/08

10291

213

 [2006년] 불러도 찾아도 대답이 없는 오빠에게

center

2006/09/14

11257

203

 [2006년] 북한에 계시는 보고 싶은 광수 삼촌에게

center

2006/09/08

10743

180

 [2006년] 보고싶은 이모에게

center

2006/09/01

10622

165

 [2006년] 보고싶은 원미 엄마에게

center

2006/09/01

10298

178

 [2006년] 보고싶은 우리 딸에게

center

2006/09/01

10811

170

 [2006년] 보고싶은 언니에게

center

2006/09/01

10449

208

 [2006년] 보고싶은 삼촌에게

center

2006/09/08

10628
 [1] 2 [3][4] 
Copyright 1999-2023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