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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벗에게2007/10/12
관리자

사랑하는 나의 벗에게 

김명인 


  잘 지내니? 이렇게 묻는 것도 낯설고 어설프구나.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지는 것이라면 안부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안부를 물으면 너는 나에게 답을 해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안부를 물으면 공허함 속에서 나의 목소리만 맴도는 것이 슬프고 슬프다. 너에게 나는 잘 지낸다고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이 또한 허무한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내 마음이 뾰족한 송곳에 찔리듯이 고통스럽구나. 그립고 보고 싶다고 이 편지에 적는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너에게 나의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 것이 보이지 않는 공기도 아는 사실인데.

  그러나 나는 미련한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너에게 공허한 진심이라도 전하고 싶다. 이 진심이 너에게 직접적 도구인 편지로써 전해지진 않겠지만 우리에게 텔레파시라는 것이 있어 간접적인 도구로 활용하면 이 순간 너는 밤하늘에 떠있는 달 속에서 나를 발견할 테고 나를 추억하면서 새날을 맞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으니까… 모든 것을 텔레파시에 맡기고 글을 쓰자니 지금 이 현실이 우울하기 그지없구나. 마음이 아프고 울컥하는 마음에 내 코끝이 찡하니 눈가에 눈물에 맺힌다. 그래도 나는 오늘 너에게 내 마음을 담아 몇 자 적는다.


  늦은 밤에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옛날 추억이 꼼틀거린다. 어느 여름 날 우리는 학교 뒷산에 등을 대고 하늘을 천정 삼아 누웠지. 그리곤 반짝이는 별을 보았지. 참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보면서 별똥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에. 그때 우린 참으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여서 그 속설을 믿었지. 소원을 빌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린 너무 평안했어. 두려움도 공포감도 그 어떤 무서움도 없었지. 그건 친구인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어둠이 짙게 내린 마을이 유령이 나올듯한 음산한 곳이 아닌 영혼들이 평안히 코소리 내며 잠을 청하는 그런 고요한 마을로 느껴졌고, 우리들 옆에 있는 죽은 영혼들의 집인 공동묘지가 귀신들이 득실대는 곳이 아닌 언젠가 우리가 묻힐 지상낙원이라 느껴졌지.


  아주 평안한 마음으로 앞으로 무엇이 될지를 고민할 만큼 주변은 고요했지. 그날 별똥별은 떨어지지 않았어. 그래도 우린 무더운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기를 기대하다 지친 그런 허무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행복해 있었지. 우린 아름다운 영혼을 소유했으니까.


  그날 밤은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안했던, 나의 영혼이 자유롭게 사유하고 즐거워했던 밤이었음을 나는 알지. 그리고 너의 영혼도 나와 같았다는 것을…


  그날을 추억하면서 이렇게 글을 쓰니 그때이후로 무엇인가에 짓눌려 자유롭게 나래를 펴지 못한 내 영혼이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노래를 부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너도 나와 같이 우리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 어느 때보다도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지. 그럴 것이라 나는 알고 있지. 너와 나는 하나이니까.


  그때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니 내 눈앞에 펼쳐진 정경이 정말 금수강산이로다. 그리고 내 마음은 신선이 와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넓구나.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무릉도원…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만이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지. 그때 우린 아마 무릉도원에서 노닐고 있었던 것 같구나.


  벗이여!!

  새겨본다 내 가슴에 너의 이름을. 너의 아름다운 이름을.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그 추억을 다시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새겨본다. 우리 지금 다른 지역에 떨어져 있어 그리워 할 수밖에 없다만 그 그리움 속에서 너와 내가 함께 한다고 믿으니 내 마음이 바람에 의지해 하늘로 올라가는 민들레 같이 느껴지누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있고 땅을 달리는 기차와 버스, 자동차가 있지만 분단이란 것이 저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니 이 현실을 내 몸과 맘에 담을 수밖에. 그것이 내 운명이고 내가 평생 지고 갈 아픔인 것을. 그러나 다시 한번 오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그곳, 너와 나의 추억의 공간에서 너만은 나를 대신하여 꿈을 꾸길 바란다. 그곳에서 나를 기억하고 우리가 보던 별을 보면서 오늘처럼 너를 상기시켜주렴.


  그립고 사랑한다. 내 벗이여!! 천번 만번을 불러 봐도 응답 없는 너를, 그런 너를 내 가슴은 그리워하고, 내 목소리는 너의 이름을, 나의 기억은 너와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것을 우리만의 텔레파시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몇 자 적는다. 그리고 이 글이 나의 소원이고 나의 꿈이라는 것도 알 수 있기를 바라면서.


2007.8.28

별을 바라보던 그때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너의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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