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있었니? 세월이 벌써 1년이 지났구나.
나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그 어느 때에나 너를 생각한다. 왜냐면 가장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가 너였고 또한 너는 날 잘 받아주었으니까.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도 잘 있겠지? 너를 닮아 날씬하고, 예쁘고, 공부 잘하고, 그래서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학업에만 전념하던 동생도 생각난다.
그리고 넌 그토록 심하던 부모님들의 반대에도 불과하고 우리들의 상상과는 달리 집도 지방인 제대군인 대학생과 결혼하여 그 남자와 너의 부모님 집에서 살았지. 지금 내 생각에는 네 남편은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너의 능력을 탐한 것 같아. 누가 뭐라든 너도 많이 좋아했다니 파이팅! 영원히 잘 되길 바라다.
나는 지금 우리 여동생과 딸과 한국에 왔어. 한국이 살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떠났고 오면서 중국을 들렀는데 중국에서 한국에 오기 위해 1년 있었어. 그동안 중국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구경을 잘 했어. 친척네 집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나갈 때에는 중국옷을 입고 집에 있을 때는 중국말 공부를 했어. 친척이 많이 주의를 주면서 함께 다녀서 괜찮았지만 잡힐까봐 많이 조심하면서 다녔어. 그리고 지금 한국에 왔는데 처음 중국에 왔을 때에는 중국이 좋더니 지금은 한국이 더 좋아. 첫째로 중국보다 한국이 더 깨끗하니까. 중국은 많이 복잡하고 좀 그래. 우리 북한도 깨끗하지만. 그런데 사람은 좀 이상해. 한국보다도 유럽이 더 살기 좋다니까 그러니 또 유럽에 가서 살고 싶어졌어.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런 나라 가서 살 생각은 못해. 아직 여기 와서 정착도 못했으니까. 열심히 살면서 더 많은 걸 익히고 돈을 많이 벌어야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하던지. 우리애가 캐나다 갔다가 태국에 갔었는데, 캐나다는 더 많이 발전했고 태국은 사람들이 순수하다고 하더라. 방학때마다 외국관광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우리 애를 보면 네 애도 생각난다. 너희 애도 지금쯤은 대학졸업반이겠지? 여기 오면 더 잘 될 수 있겠지만 아무데서나 성실하게 살면 되니까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잘될 수 있을 거야. 아마 너를 더 많이 닮았으리란 믿음이 가니까.
아! 언제면 전화라도, 편지라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겠는지. 통일은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멀고도 멀구나. 이번에도 당장에 두 정상이 만나는 것 같았는데 8.28이 10월로 미뤄졌다니 참 아이들 놀음도 아니고 여기 온 이북사람들에게는 그저 허무함만이 가슴 아프게 남는다. 너는 친척들 다 북한에 있으니 분단의 아픔은 모르겠지. 나 역시 북한에 있을 때에는 몰랐지만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나로서는 제일 그리운 동생들 생각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활은 조금 낳아졌는지 그저 많은 것이 궁금하다. 그곳에서는 툭하면 신원 조회하는데 우리 동생들이 나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 매일 보위부에 호출당하여 정신적으로나 맘으로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하니 참 한국에서의 생활도 썩 좋지는 않다. 백전백승, 필승불패, 금상첨화가 쉽지 않듯이.
지금 나의 생각으로서는 그 동생들에게 경제적 방조로 위로를 주는 것으로써 그들에게 보상을 하련다. 그렇게라도 해야지만 내가 마음 놓을 수 있어. 내가 시간이 좀 지나면 너에게도 우리 동생들을 통해 나의 소식과 사진이라도 보내련다. 사진은 직접적인 증거라 우리 동생들은 사진을 보내면 그 자리에서 보고 불태워 버린다고 하니 이해는 된다. 잠시라도 그렇게라도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안을 한다. 사진을 보고 전화나 통화를 하면 우리 동생들은 <전 보다 더 젊어진걸 보니 정말 한국이 좋긴 좋은 것 같다>고 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 언젠가는 꼭 만나자고 한다.
정말 눈물이 많이 많이 난다. 헤어짐의 아픔, 언제 만날지 기약 없는 이별의 눈물로 가슴이 아리다.
친구야 내 대신 네가 나의 동생을 보듬어 주길 바란다. 우리 동생을 통해 많은 것을 알기 바란다. 그럼 이만 쓴다. 다음에 또 쓸게. 1년에 한번씩 쓰는 편지가 언젠가 너에게 전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음 년에도 또 너에게 쓰련다. 건투를 바란다.
2007.8.20
한국에서 너의 가장 친구인 친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