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명심에게
신혜숙
안녕 명심아 잘 지내고 있니? 몸은 건강하니? 항상 천사 같으시던 너의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생계를 유지 하시느라 두부밥, 빵 여러 가지 음식 장사를 하였는데 지금도 잘 되어 가는지? 네가 살고 있는 그 곳의 하루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구나.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은 장마가 한창이어서 바깥 날씨가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더 고독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
가끔씩 꿈속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수많은 애들이 흑백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유독 ‘김명심’이란 너의 이름과 기억들은 항상 날 그립게 만드는구나. 장대 같은 비부터 시작해 보슬보슬 내리는 쌀알같은 비방울이 내릴 때면 너와 함께한 추억들이 더 솟구쳐 오는구나.
너랑 함께 손잡고 학교가고 끝나서는 철길 아래에 있는 강에서 우리 둘 다 수영할 줄 몰라 다라 갖고 물에 들어가 발장구 치던 기억, 또 너의 부모님이 가정살림 보태시려 만들어 놓은 두부밥 훔쳐 먹고 입주위에 빨간 고춧가루 범벅이던 그때의 추억들. 오래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구나.
지금의 너의 모습은 어떨까?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너의 이미지는 발랄하고 친구를 소중하게 여겼고 심하게 싸웠다가도 금방 아무 일 없는 듯 웃어주던 너였는데, 아직도 여전하겠지? 너에게 나란 아이는 어떤 친구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구나. 애틋한 친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뿐이구나.
같은 하늘 아래,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비행기를 타면 두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살면서도 서로 연락도 할 수가 없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는 이 현실이 너무나 속상하고 한탄스럽구나.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볼 때가 있어. 정말 신비한 마법이 있다면 그 마법을 통해 너에게로 달려가 딱 하루만이라도 내가 15년을 살았던 그곳에서 너무 그립던 친구인 너와 헤어져 있던 시간 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하루 종일 얘기 나누고 싶구나.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에 소나기가 내렸던 기억나니? 그리고 두 번째 만나던 날에도 비가 와서 우리 함께 어깨동무 하고 너의 우산을 쓰고 집에 가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구나. 또 학교 수업 빠지고 영화 보러 갔다가 우리 담임 올빠시 기억나지? 그 선생님한테 걸려서 오전 내내 벌 받고 수업 끝나고 남아서 둘 다 씩씩대며 청소하던 추억들이 그립구나.
아마 넌 지금 직장인이 되어 있겠지? 아니면 무용수가 된 거야? 모두가 부러워하는 무용수가 되어 미래에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던 너의 당당했던 모습이 오늘 새삼스레 또렷하게 떠오르는구나. 나는 남한에 와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있단다. 지금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여 모든 것에 감사해. 나의 인생을 바꿔줄 대학에서 마음껏 공부도 할 수 있고 너처럼 착한 친구들도 많아서 너무 기뻐. 대한민국 정부에서 우리에게 정착금도 주고, 집도 마련해 주어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이런 행복들 너와 함께였으면 더 없이 기뻤을 텐데 너무 아쉽구나. 너와 함께한 약속! 넌 멋진 무용수가 되고, 난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던 그 약속을 천국 같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 냈으면 얼마나 좋겠니... 너와 함께 손잡고 네가 좋아하는 바다로 놀러가 수영도 하고, 배도 타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저녁노을이 지는 광경을 바라보고 싶구나.
힘들 때 너에게 기대어 어린아이처럼 마구 울어도 보고 싶고, 너의 아픔을 함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나의 이런 소망들이 현실로 다가오려면 하루 빨리 3.8분계선을 허물고 통일을 이루어야 될 텐데. 우리의 힘으론 아직 너무나 부족하구나. 하지만 우린 20대 젊은 청춘이야. 우리의 작은 의혈로 뭉치어 콩크리트 장벽을 어서 빨리 허물자꾸나.
너와 내가 다시 만나는 그날을 소망하며 몸 건강히 잘 지내 렴
혜숙 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