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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친구 명희에게2008/10/24
관리자



보고 싶은 친구 명희에게


이명실



세상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봄날, 아지랑이 아물거리며 만 가지의 꽃들이 제 모습을 자랑하며 꽃망울이 터질 듯한 아름다운 계절에 여기 서울의 한강 도보를 거닐다보니 나도 모르게 고향생각이 간절하여 이렇게 펜을 들었다.



명희야, 너와 헤어진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째 봄을 맞는구나.


그 동안 너의 남편과 두 딸은 잘 지내고 있는지? 그 답답한 세상에서 요즈음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구나.


명희야, 그동안 나를 많이 원망 하였지. 떠날 때 너와 작별의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몰래 떠났으니 너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다. 나는 지금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와 있단다. 세상에 다시 태어나 새 삶을 누리고 있으니 그리 알고 있어라.



사탕 한 알도 나누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온 너였지.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헤매던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입에 풀칠조차 할 수 없어 너와 나는 해보지 못한 장사의 길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며 쓰러지면 일으켜주고 서로 믿고 힘이 되여 그 무서운 고난의 행군을 이길 수 있었잖니.



지금도 잊을 수 없었던 1997년 8월 어느 날 우리 둘은 장사 배낭을 메고 서해안 어느 바닷가 마을에 갔었지, 그 때에 목격했던 그 끔찍한 참상을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구나. 조개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무더기로 숨져, 온 마을 사람들이 통곡하며 울며불며 하던 그 모습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엄마, 아빠, 누나를 하루아침에 잃고 고아된 그 일곱 살짜리 남자애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애를 붙들고 너와 나는 얼마나 울었던가!



남의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 답답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였지... 이와 같은 비극은 그 뿐이 아니라 전 북한사회의 현실이 아니겠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구나.



명희야, 나는 비록 너와 헤어져 마음은 아프지만 어찌 보면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참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큰 숨도 쉬지 못하며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너의 어머니는 6.25전쟁 때 한국에 왔다고 하였지.


달 밝은 밤이면 어머니 생각으로 하염없이 울던 네 모습이 얼마나 처량했던지... 토대가 나쁘다고 직장에서 입당도 시켜주지 않아 마음고생 하며 살아온 너였지, 이곳에 와서 혹시 너의 어머니가 살아 계실까 하고 어르신들 보고 물어보아도 찾을 길이 없구나. 그래서 항상 친구된 도리를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친구야 미안하다.



언제나 보고 싶은 명희야, 나는 지금 이곳에 와서 아무런 근심 걱정 모르고 더운 물, 찬 물, 밤낮으로 나오며 따뜻한 온수난방에 휘황한 전기 불 밑에서 가스불로 밥을 지으며 아무런 애로사항도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의료보험 1종으로 병 치료도 해주며, 건강검진도 해주며 사람답게 살고 있단다.



그야말로 지상천국이 이곳 한국인거야. 그곳에서는 전기불이 없어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워야 했고, 게다가 전기검열을 자주하여 진저리가 났는데 그런 걱정을 모르니 별 세상 같다. 마음대로 전기 제품을 쓰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단다. 언어의 자유, 행동의 자유도 없고, 전기도 통제 속에서 마음대로 켜지 못하게 하는 그런 무지막지한 세상에서 해방되어 늦은 감은 있으나 한국에 온 것을 너에게 자랑하고 싶구나.



국민의 대다수가 자가용차를 타고 출, 퇴근하며 가로세로 묘묘하게 생긴 도로를 줄지어 누비며 달리는 차들을 보면 생각되는 것이 많구나! 한 나라. 한 민족이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도 차이가 심할까? 과연 언제면 여기처럼 잘 살 그런 날이 오겠는지... 이것이 분단 50여년이 가져다주는 가슴 아픈 비극이 아니겠니?  



명희야! 내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이제는 더는 속지 말아라. 그곳의 정치는 한 개인만을 우상화하는 망할 정치란다. 말로만 그럴듯하게 인민을 속여 넘기는 나쁜 정치다. 그저 장군님 만세만 부르지 말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잠에서 깨어나라. 명희야 나는 네가 세상을 알고 살길 바란다.



나는 여기 와서 너무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다.


자기의 역사를 왜곡하는 그런 터무니없는 국가인줄은 정말 몰랐어. 부탁컨대 자기 개인 한사람만 숭배하는 그런 사회에서 탈출해 이곳으로 오너라. 자유와 권리를 찾아서 너에게 자랑하고 싶고 ,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지만 어찌 이 적은 종이에다 다 쓸 수 있겠니.


너의 손에 가 닿을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이 편지를 오늘은 이만 쓰겠다. 통일된 광장에서 얼싸안을 그 날을 그리며 흐르는 필을 놓으련다.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빌면서. 안녕히...



-2008년 3월 5일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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