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도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 성국에게...
김혜련
차마 잘 지냈냐고 물어 볼 수가 없구나.
내 착한 동생아. 먼 하늘을 보며 이 누나는 원망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네가 뭐라고 해도 이 누나는 대답할 수 없구나.
98년 3월 17일 오후에 옥수수가루 떡을 빚어 놓고 중국에 간 엄마한테 가서 돈을 가지고 금방 오겠다던 그 약속이 해를 넘어 어느덧 십여 년 세월이 흘렀구나. 얼마나 배고팠으랴.
네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듣던 그 순간 이 누나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 세상에 살아주어서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감사해.
내 동생아 정말 고맙다. 지금도 기억을 해보면 엄마가 강원도에 갔다가 온 후 배낭에서 감자 다섯 개를 꺼내어 난로 불에 구워먹다가 손을 데었는데도 말을 못하고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울던 그 때를 누나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단다. 비록 중국에 있을 때 배불리 먹고 편안히 부러울 것 없이 살았어도 지나가는 애들을 보면 멍해서 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생각나니? 큰 언니 친구 진옥언니가 굶어서 죽기 전에 얼마나 쌀밥이 먹고 싶었으면 벽에다 쌀이라고 온통 낙서를 하면서 몇 천 번을 쓰다가 먹을 손에 쥔 채로 죽었잖니.
그 때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울던 일이며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던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줄을 어찌 알았겠니. 생이별이라니 이게 웬 말이냐. 원통하구나.
어떻게 우리가 이 지경까지 왔니. 어찌하다 이렇게 되었단 말이냐. 가슴을 치고 땅을 쳐도 원망할 곳은 그런 무식하고 병든 나라에서 태어난 자신이 민망할 뿐이구나. 그 험한 나라 그 험한 세상에서 앞날이 구만리 같은 내 동생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동생아! 내사랑하는 동생아! 너도 어서 빨리 그런 썩고 병든 나라를 떨쳐버리고 우리를 아빠 엄마 품처럼 따뜻한 품에 꼭 껴안아준 대한민국으로 어서 오너라. 그 썩고 병든 나라에선 사람이 사람취급을 못 받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란다. 사람이 이 세상에 딱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사람답게 살다가 가야지 않겠니...
아버지 큰 언니 성국이 모두 보고 싶구나.
언제쯤이면 이 편지를 내 동생이 읽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38선이 무너지는 그 날, 우리 형제 얼싸안을 그 날, 상봉의 그 날을 기다려. 죽지 말고 억척같이 살아서 꼭 만나자. 언제면 그 언제면 만나랴. 이렇게 편지를 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구나. 내 동생이 이 편지를 직접 읽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누나가..
김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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