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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에게
고정화
어머니, 불러도 대답없고 만질 수 없는 당신의 몸, 느낄 수 없는 당신의 체온, 바라볼 수 없는 당신의 따스한 눈빛, 들을 수 없는 당신의 정다운 목소리..
보낼 수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사무치는 그리움에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었습니다.
2005. 2. 25일 그 날이 바로 그날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곧 뒤따라 갈테니 엄마 근심하지말고 우리 손자데리고 꼭 한국행 성공하라고....
손자 안고 한 참을 들여다보시다 볼에 입 맞춰 주시며 가는 길 아프지 말고 먼저 가서 이 할매기다리라고, 헤어지면서 눈물 보이고 연 (바래주는 것)이 길면 다시 못 만난다 하시며 버스가 떠나기도 전에 잘 가거라, 먼저 가 기다려라 한마디 남기시고 두볼타고 흐르는 눈물 보일까 먼길 떠나는 딸 자식의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시고 뒤돌아서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갓 돌이지난 아들을 안고 넓고 넓은 중국땅에서 부평초되어 홀로 떠 돌며 고비마다 위험이 따르고 걸음마다 목숨을 노리는 죽음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건 자식앞에서는 눈물조차 쉽게 보이지 않으셨던 강한 어머니의 모습, 돌아서서 사랑하는 자식과의 이별을 가슴아파하시며 남몰래 흐느껴 우시던 어머니의 가냘픈 뒤 모습이 내 눈에 담겨 맘 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와서 제일먼저 들은 어머니 소식... 한 국으로 오시던 중 소식이 끊기셨다는 어머니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함께 모시고 떠나올 걸... 아니면 그냥 어렵고 힘들더라도 어머니곁에 함께 있었을걸......
나 혼자 한국으로 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어머니께 항상 죄스러워서 추운 겨울에도 아들만 이불덮어주고 맨 바닥에 누워자고 , 이쁜 옷 안 사입고 맛있는 것 피해가고 그래도 이 썩어죽을 목숨 그냥 끊을 자신이 없어 하루 두끼, 밥은 챙겨먹었습니다.
옛말에 내리 사랑은 있어도 올리 사랑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북한에 몇 번씩 잡혀나가 죽음의 문턱을 몇 번씩 넘나드시면서도 구치장 문턱을 벗어나기 바쁘게 자식과 떨어져 죽을만큼 그리워 하며 살 수가 없어 멍들 고 터진 다리를 끌고 다시 중국행을 택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 6년 동안 어머니 소식조차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곁에 자식하나 없이 무더운 여름이면 허기와 땡볕에 지쳐 쓰러져 있을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이고 겨울이면 추위에 집도 없이 떨고 계실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터집니다.
남들 앞에서는 항상 강한 척, 싹싹한 척, 밝은 척 우울하고 외로운 내 모습 보여주기 싫어 노력을 하지만 힘들 때, 외로울 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 생각에 남몰래 눈물로 밤을 지새운적도 많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땐 철이없어 어머니를 조금도 이해를 해드리지 못하고 항상 제 고집만 부리고 앞 뒤 생각없이 그냥 내 어머니라서 아무 말이나 툭툭 던져버리고... 그래도 어머니는 항상 웃어주셨고 제 의견만 따르고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이제와 이런 후회를 하고 참회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젠 힘들만큼 힘들어 봐서 아플만큼 아파서 늦게 나마 어머니의 사랑을, 정성을, 보이지 않았던 마음속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고 이해해드릴 수있는데, 뭐든 다 해드리고 싶은데 어머니는 지금 제 곁에 없습니다. 어머니 어디 든 꼭 살아만 계셔주셔요. 살아만 있으면 언제 든 꼭 만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어머니 지금 이 순간 어데선가 이 딸을 향해 열심히 오고 계시죠.
저도 어머님와 만날 그날을 하루빨리 앞당길 수 있는 통일을 위해 열심히 저를 갈고 닦고 노력해서 어머니 앞에 나서는 그날 떳떳한 딸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할 게요.
어머니...어머니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북쪽 사람들은 표현이 서툴러서 자기 표현을 잘못하지만 여기 한국사람들은 자기 표현을 너무 잘해요. 저도 많이 배웠거든요.
“어머니 저를 이쁘게 낳아주시고 사랑으로 키워주tu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랑 함게 있을때 이런 걸 알았다면 그때 해봤을걸... 그래도 이렇게 편지로 나마 표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예요. 이젠 너무 많이 울어서 제 눈의 눈물도 다 마르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남아있나봐요. 이렇게 편지 쓰는동안 계속 눈물이 흐르네요. 어머니 우리 오늘 밤 꿈에라도 먼저 만나요.
우리 꿈속에서 만나 옛날 어머니가 팔 베개 해주시고 옛 이야기 들려주시고 자장가 불러주시던 고향집으로 찾아가 지나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렇게 밤을 지새워요.
저 그럼 이만 펜을 놓고 먼저 잠자리에 들게요.
엄마 우리 잠시후에 만나요. 엄마 안녕 !~
2010년 8월 27일 엄마가 사랑하는 딸 정화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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