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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누님, 형님께
송선헌
누님과 형님을 너무 나 보고 싶습니다. 조카들과 매부님도, 형수님도 그립습니다.
그 땅을 떠나온지 이젠 10년이 되어오는 군요. 저 때문에 보위부의 여러 핍박도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동생은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에 마냥 마음만 저미여 올 뿐입니다.
누님은 4형제 중 맏이로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 곳을 떠나올 때 까지도 누님한테 폐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미안함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우리 가족들에게 저를 “공부를 해야 할 놈”이라고 하셨죠.
그렇게 형제들 중에 저를 공부쪽으로 발전할 재목으로 보신거죠.
그렇게 저는 대학진학을 준비하여 3년에 걸친 피타는 노력끝에 원산소재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죠
그때 누님이 그렇게 기뻐하며, 주변에 자랑삼아 얘기를 하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그렇게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였건만, 이 동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 땅의 현실에서 번민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성분차별로 인한 선택의 기회가 차단 된 것이 제일 고통스러웠습니다. 옆에 친구들 중 누구는 중앙기관에 배치 받아 호강하고있는 모습, 또 누구는 당 간부인 아버지의 운전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비애를 느꼈습니다.
저는 그 땅에서 순종하면서 아까운 일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뭔가를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였습니다. 이렇게 그 욕구를 위한 탈출구가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배고픔을 견디는 것도 또한 힘들었지요. 대학 재학기간 허기진 배를 달래며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합니다.
기숙사에서 주는 음식은 보잘것 없었는데 , 그 중 도토리묵에 옥수수를 섞어먹던 것이 제일 선합니다.
남쪽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북쪽에서 어려움에 못지않은 참으로 많은 도전을 헤쳐야 하는 쉽지 않은 생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 하더라도 북쪽에서 두려움과 배고픔 가운데서 살았던 것보다는 더 낫습니다.
여기에서 갖은 고생속에서도 살아도, 그 쪽과는 대비할 수 없는 보람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기는 완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노렧한 만큼의 결실이 차례지는 무한한 기회 즉 자유가 보장되는 곳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남쪽을 천당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비록 타향이고 매일 열심히 일해야 잘 사는 치열한 삶속에서도 같은 민족으로 고마운 분들의 배려로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보고싶은 누님, 형님, 저의 선택에 많이 놀라셨겠지만 그 땅의 비참한 현실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고, 우리 형제들을 갈라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머지 않아 남북통일은 꼭 이루어지니, 그때까지 살아가기 힘들어도 꼭 살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만나는 때가 되면 우리 형제와 조카들이 함께 고향을 찾아 산속에서, 개울가에서, 바다가에서 실컷 놀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러니 부디 힘들고 지쳐도 쓰러지지 말고 살아 기다려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10년 8월 25일 서울에서 동생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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